지역경제의 미래, 골목상권

한국 골목상권은 양극화되어 있다. 대다수의 상권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MZ세대가 여행하듯 찾는 골목상권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필자의 집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서울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삼청동 등 4곳에서 시작된 골목상권은 2022년 4월 현재 전국 180곳으로 늘어났다. 상권을 동 단위로 집계했기 때문에 골목상권을 보유한 읍면동이 180개면, 전체 3,500개 읍면동의 약 5%에 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골목상권의 영향력

골목상권 효과는 상권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관광단지, 기업 생태계로 진화한다. 경주 황리단길, 전주 한옥마을, 군산 월명동 등 일부 비수도권 골목상권은 상권 활성화를 떠나 도시 전체의 관광산업을 견인한다고 주장할 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다. 서울 홍대, 성수동, 이태원, 가로수길 등 1세대 골목상권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로컬 브랜드를 지속해서 배출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자생적인 지역산업을 공급할 수 있는 골목상권을 우선으로 양성해야 한다. 이미 서울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 부산 소상공인 산업화, 인천 차세대 미래 상권 지원 등 지역 정부가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지역 정부는 어떻게 골목상권을 지원하고 이를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 골목 이미지(내용과 무관함)

골목상권 성공의 조건, C-READI

골목상권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상권 운영체계를 가동해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한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상권에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일까? 골목상권의 국내외 사례를 분석한 ‘골목길 자본론’은 골목상권의 OS(운영체계)를 C-READI로 요약한다. 성공한 골목상권의 OS는 공통적으로 문화 인프라 (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공간 디자인(Design), 정체성 (Identity) 등 6가지 축으로 작동한다. C-READI는 또한 골목상권 성공의 조건이기도 하다.

정부가 골목상권과 같은 상권을 원한다면 상권 관리를 통해 6가지 조건의 실태를 평가한 후 부족한 부분에 자원을 투입해 상권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골목길의 문화자산을 확충하고,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골목 창업을 지원하고 필요 인력을 훈련·육성, 골목길 연결성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며, 골목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

이중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로컬 크리에이터 공급이다. 더욱 많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해 지역 상권에 공급해야 기존 기업과 상권이 브랜드로 탈바꿈할 수 있다. 골목상권을 로컬 브랜드를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로컬 크리에이터의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세부 사업으로는 첫째, 지역 대학과 연계해 대학이 로컬 크리에이터를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에 로컬 크리에이터 교과과정을 보급해 지역 대학 학생이 학교에서 로컬 창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이 로컬 창업에 대한 인식과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도 대다수의 지역대학 학생을 대기업 취업 준비 중심으로 교육한다.

둘째, 예비 창업자를 위한 현장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지역 가치를 차별화된 콘텐츠로 구현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을 위한 체계화, 전문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훈련 단계에서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기반으로 한 사업 아이템의 기획, 상권 필드 리서치, 현장실습,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실행계획 수립까지 마스터할 수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셋째, 공간 기획 중심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훈련해야 한다. 골목상권에서 성장하는 로컬 브랜드는 공통으로 매력적인 공간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자원을 연결해 성공한다. 공간과 커뮤니티 기획 능력이 없이는 오프라인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간 창업 훈련의 필수 요소가 창업 공간의 지정이다. 기존 상권에 공간을 확보하고, 지역 청년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창업하면 좋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창업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훈련하지 말고, 공간을 미리 지정한 다음 그 공간에서 창업할 팀을 선정해 훈련하는 방식으로 지역 창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로컬 브랜드 상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 지원 시설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주락(Work, Live, Play) 근접 라이프를 중시하는 창업가의 주거와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공동 주방, 청년 주거, 창업 공간 공급과 중개를 통한 상권 내 거주와 정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커뮤니티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마케팅, 행사, 축제 등 로컬 브랜드 상권 단위의 커뮤니티 활동도 중요하다.

다섯째, 장기 발전 계획이다. 상권 활성화 사업보다 더 중요한 일은 이를 통해 어떤 동네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이다. 입지 조건이 좋은 상권은 직주락(Work, Live, Play) 센터와 로컬 브랜드 상권을 지향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생활 반경이 좁아져 많은 사람이 동네 중심의 생활을 하고 이에 익숙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지역은 주민이 동네 안에서 직주락(Work, Live, Play)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생활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자생력에 달렸다. 홍대, 성수동 골목상권이 단계적으로 도시산업 생태계로 진화했듯이, 앞으로 구축해야 하는 동네 중심 생활권도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하는 단계까지 발전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 상권의 미래는 골목상권 구축에 있다. 상권과 상권이 경쟁하는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확장하는 상권이 골목상권이다. 성공적인 골목상권 조성을 위해서는 안정된 로컬 크리에이터 공급이 필수다. 지역대학, 전문 양성기관, 앵커스토어, 지역관리회사 등 다양한 자원과 연계해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창업 기업을 공급해야 한다.

– 글: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