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지역의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사업을 펼치고 있다. 출산장려금 지원사업, 귀농·귀촌 지원사업, 청년 취·창업 일자리 지원 등 지역 내에서의 인구 유출을 최소화하고 지역으로 인구 유입을 촉진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출산률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은 계속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역소멸의 위험을 경제활동 주체의 감소, 즉 인·물적 자원의 유출로 인한 경제 침체로 지역이 쇠퇴한다는 관점의 정책을 내놨다. 새로운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정주 인구 외에 지역에서 활동(업무, 교육, 학업, 휴양 등)하며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다.

🟥 지역경제 활동의 주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

최근 행정안전부는 민간전문가, 지방정부와 함께 생활인구 개념을 적용하여 지방정부가 주도했던 사업 중 지역의 경제 활성화 효과가 뛰어났던 사례 5가지를 선정해 시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선정된 5가지 시책과 사례는 아래와 같다.

🏠 도시와 지방 순환 체류가 가능한 ①두 지역 살아보기
: 도시거주자가 정기적, 반복적으로 지역에 체류하며 해당 지역과 관계를 가지며, 추가적인 생활거점을 갖는 것

▲ 출처: 학일마을 홈페이지
경기도 용인시 ‘학일마을 살아보기’

2009년, 공직 생활에서 은퇴 후 귀촌한 한 주민이 마을 운영시스템을 정비하면서 학일마을의 방문객이 1,000여 명을 넘기 시작한다. 2012년 마을기업을 설립하여 2013년부터 한해 방문객 1만 명 이상, 체험 프로그램 수익은 1억 5,000만 원, 그 외 전통 장류와 가래떡 생산·판매를 합해 한 해 매출 3억 1천만 원을 넘어선다. 학일마을기업은 2013년 경기도 클라인가르텐(작은정원)*농장+체재형 숙박시설 조성사업(1곳)에 선정되어 2015년 숙박시설 총 14동을 조성, ‘학일마을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2022년 10월 기준 14동 분양률 100%를 달성하였으며 2017년 기준 90명이었던 학일마을 인구는 2023년 1월 기준 112명으로 늘고 연간 1만 2,000여 명이 방문하고 있다.

🏄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②지역 워케이션
: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근로자가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휴양을 동시에 즐기는 것

제주도 구좌읍 ‘워케이션 센터’
제주도 구좌읍 세화마을 주민들은 2000년대 들어 마을의 고령화와 청년인구의 이탈, 이주민의 유입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종합복지타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거점 공간인 ‘질그랭이 센터’를 조성한다. 2018년 한 청년이 제주관광공사의 마을 PD 사업을 통해 귀촌하면서 마을 여행 콘텐츠와 ‘구좌주민여행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본격적으로 거점센터를 활용한 마을사업을 구상한다. 2019년 마을 PD와 이장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 477명이 모여 2억 7천만 원을 출자해 세화마을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제주관광공사의 카름스테이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숙박+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카름은 제주의 작은 마을을 의미한다.)

▲ 출처: 세화마을 협동조합 홈페이지

2022년, 코로나로 인해 ‘워케이션’을 찾는 인구가 늘며 ‘세화마을 협동조합’은 ‘질그랭이센터’에 워케이션을 접목시켜 사업을 개편한다. 2022년 기준 20여 개 기업, 500여 명이 이용하고 2023년 30여 개 기업, 700여 명이 이용할 예정이다.

🏫 도시 아이들에게 생태학습 교육 체험을 제공하는 ③농촌 유학 프로그램
: 서울 거주 초·중학생이 지역 농촌학교에 일정 기간(6개월 이상) 전학, 도시 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생태학습 등의 교육 체험

전남교육청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전남교육청은 2020년 12월, 서울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2021년 3월부터 2022년 초까지 총 551명의 유학생을 유치하여 학부모를 포함한 총 715명의 생활인구를 유입시켰다.

해남군 북일초등학교, 두륜중학교 두 곳을 중심으로 총 66명(단기유학생 22명, 장기유학생 44명)이 참여하며 전남도 시·군 중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해남군과 전남교육청, 지역사회는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축해 협력 모델을 만들어 정주형 장기 유학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해남군과 지역사회가 유학생과 가족에게 주거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교육청은 학교 공간 혁신, 유학경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에듀버스 등을 지원한다.

🏡 은퇴자가 전원생활을 맘껏 누릴 수 있는 ④은퇴자 공동체마을 조성
: 은퇴자들을 위한 전원생활 등 단기(2~3개월) 체험 기회 제공을 통해 공동체 생활 방식의 상호교류 지원 및 지역 내 생활인구 유입을 유도함

공무원연금공단 ‘은퇴자공동체마을’

▲ 출처: 은퇴자공동체마을 홈페이지
공무원연금공단은 2018년부터 지방정부와 협약을 통해 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노인 문제 및 농촌 인구 감소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국 19개 지역, 27개 마을(2020년도 기준)에 은퇴자공동체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농촌지역의 일자리와 빈집, 폐교 등 유휴자원을 활용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여 은퇴자들이 귀농·귀촌을 체험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8년부터 3년간 은퇴자공동체마을에 참여한 인원은 총 1,444명으로 이 가운데 5.1%인 75명이 귀농 또는 귀촌을 완료했다.

👉 농촌에서 살아보기 : 농촌에 거주하며 일자리, 생활 등을 체험하고 주민 교류 기회를 제공하여 성공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 📌23년 시군별 운영현황
👉 체험 휴양 마을 : 농촌의 자연환경 등을 활용하여 도시민에게 생활 체험, 휴양공간을 제공하는 마을

👥 청년의 거주와 창업이 한 곳에서 가능한 ⑤청년 복합공간 조성
: 청년층의 주거와 구직 활동을 동시에 지원하여 청년층 생활인구 확대를 도모함

충남 청양군 청년복합공간 ‘블루쉽 하우스(Blue Sheep: 청 양)’
충남 청양군은 청년복합 공간을 조성하여 복합공간내 주거공간, 청년 창업 공간과 일자리 정보센터를 함께 운영한다. 블루쉽하우스는 2020년 행정안전부 ‘인구감소 및 저출산 대응 사업’에 선정되어 총사업비 11억 원 중 국비 5억을 지원받아 조성했다. 1층에는 일자리 정보센터, 귀농·귀촌 상담센터, 누구나 가게 블루쉽점이 운영 중이며 2층은 주거 공간으로 개인과 공동 공간이 분리되어있는 셰어하우스 6호실을 마련하여 지난 해 5월 예비 입주자를 모집했다.

🟥 촉진자와 조력자로서의 지방정부
위의 5가지 시책 사례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 지방정부가 직접 사업을 기획 또는 실행하는 ▲직접주도형
👉 지역사회의 우수한 사례를 선정하여 지원·확대시키는 ▲선택지원형

먼저 지방정부가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우다. 지역에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해 지방정부가 전략적으로 사업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도, 지역의 기존 경제 활동 주체인 지역사회의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즉, 행정이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파트너인 지역사회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지역사회의 활동을 촉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지역사회의 우수한 사례를 선정하여 지원·확대시키는 역할이다. 지역사회는 일상에서 나의 문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취향, 취미를 공유하는 작은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예산과 인적 자원은 부족해서 지속적인 정책의 지원이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 지속하기 어렵다. 지방정부는 지역사회를 단기 사업의 성과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활동의 지속성 측면에서 지원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생활인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와 정책 안에서 발굴되는 지역사회의 성공 사례가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실행 파트너가 없다면 지역사회 활동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부터, 제도적 지원이 끝나더라도 활동은 계속될 수 있도록 자립 기반을 만드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경제의 활동 주체가 지역 활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발생한 소득은 지역사회로 투자나 소비 방식으로 환류될 수 있도록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 지방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 정리: 온영한 미디어팀 연구원 | coconutcrab@makehope.org

참고자료
고향올래(GO鄕 ALL來), 생활인구 늘리기 프로젝트로 지역경제 살린다, 행정안전부, 2022.12.22.
용인시 학일마을 홈페이지
경기도 ‘클라인가르텐’ 1곳 새로 조성, 연합뉴스, 2013.01.16.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한 방법…시골에서 생활하는 인구 늘린다, 경향신문, 2023.02.02.
세화마을 협동조합 홈페이지
제주관광공사 카름스테이 홈페이지
[2022 제주愛빠지다] (5)세화마을협동조합 마을PD 양군모씨, 한라일보, 2022.07.20.
제주 세화리, 마을관광·워케이션 두마리 토끼 잡다, 연합뉴스, 2022.07.02.
전남교육청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 전국 이목 집중, The fact, 2023.01.16.
전남교육청, 농산어촌유학 활성화로 학령인구 감소 대응, 뉴스1, 2023.02.01.
공무원연금공단, 귀농귀촌 지원
‘은퇴자 공동체마을’ 확대 추진…생활인구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 파이낸셜뉴스, 2022.12.21.
청양군, 청년 창업주거공간 ‘블루쉽 하우스’ 본격 운영, CTN, 2022.09.20.
새롭게 블루쉽 하우스가 완공된 청양의 청년들 공간과 골목길, 청양군청,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