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해요.” – 최지백 대표(강릉)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코앞에 위기가 닥쳐있습니다.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소멸위험지역이라니, 과장된 말도 아닌 거죠. 단박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지방소멸’ 앞에 기회를 발견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라지는 ‘소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재해석하고, 삶의 터전을 일굽니다. 희망제작소는 청년의 지역살이를 살펴보는 ‘로컬다이버’ 인터뷰 시리즈를 전합니다.

강릉에 위치한 더웨이브컴퍼니(홈페이지)는 2017년 커뮤니티 공간 ‘웨이브라운지’로 시작해 현재 다양한 배경을 가진 15명의 구성원과 함께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팅를 중심으로 청년마을(강릉살자), 로컬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 비즈니스 성장프로그램 ‘뉴웨이브’ 등 다양한 사업을 꾸리고있다.

최지백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성장’을 말했다. 치열하게 자신을 연마하며 나아가는 그를 보며 ‘향상심’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성장통을 겪는다한들 모두가 성장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노력하며 나아가는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 청춘의 순간에서 성장의 갈증을 느끼고 계속 실험과 도전에 몸을 던지는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주]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 대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혹시 어제는 뭐 하셨나요.
최지백: 어제 일하다 늦게 퇴근했어요. 청년마을만들기 사업 마무리 단계거든요. 또 올해 ‘강릉살자’ 참여자 중 몇명이 직원으로 같이 일하게 되면서 앞으로 조직관리를 어떻게 할 지 구성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강릉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최지백: 원래 대구에서 장교생활을 2018년 여름까지 했어요. 군대에서 1년간 창업을 준비하고, 2017년 본격적으로 법인을 설립해 대구와 강릉을 오가며 일했죠. 당시 너무 설레고 좋았어요. 강릉은 내가 살고 싶었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도시의 모습이었어요.

– 도시가 아닌 강릉을 택해 창업한 계기를 나눠주세요.
최지백: 딱히 ‘고향’이 없어요. 경기도 과천에서 태어나 일산, 사당에 옮겨 살기도 했고,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시기를 타 지역에서 보냈으니까요. 다만, 지역에 살면서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고싶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었죠. 창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도시를 가야 우리가 돋보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강릉의 잠재적 가치를 발견했죠. 강릉의 지역문화자원이 풍부한 데 반해 뚜렷한 지역 브랜드는 없었어요. 서울이나 다른 지역보다 창업효과가 클 것이라 여겨 강릉행을 택했죠.

🔔 로컬크리에이터를 위한 로컬크리에이터의 첫실험

– 최 대표님의 첫 시작은 카페 겸 커뮤니티 공간(포남동)인 ‘웨이브라운지’ 입니다. 지역에서 커뮤니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경이 있나요.
최지백: 창업을 하기 전 (현)공동대표 세 명 모두 사무직에 종사했어요. 비즈니스 고객을 만나는 접점이 대면 만남이길 원했어요. 그러면서 지역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커뮤니티 공간이 없다는 점을 발견한 거죠. 로컬크리에이터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그 공간이 강릉의 포남동이었는데 사전에 수요 파악을 하셨나요.
최지백: 당시 포남동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신시가지도, 도심도 아니라 활력을 잃어가던 곳이었죠. 저희가 신시가지로 간다면 젊은 청년이 많이 오가는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신시가지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연다면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잖아요. 저희도 나름의 실험을 감행한 거죠. 지역에서 어떤 임팩트를 창조할 수 있을 지를요. 사업관점으로 돌아보면 실험이 성공적이진 않았어요. 여러 요소를 따져보고 1년 만에 사업을 정리한 뒤 ‘파도살롱’으로 새 시작을 했습니다.

–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명주동)은 공간, 서비스,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웨이브라운지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최지백: 코워킹스페이스에 집중했어요. 웨이브라운지를 운영하는 1년간 로컬크리에이터 간의 네트워크를 많이 확보했거든요. 서로 지향점이 닮아있다보니 관계가 빨리 형성되었고 협업도 원활했어요. 명주동에서는 이미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그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어요.

🔔 지역을 바꾸는 시작은 ‘관심’

– 지금까지 더웨이브컴퍼니의 코워킹스페이스 위주로 얘기를 나눴는데요. 공간 외에 다양한 사업을 하고 계시죠.
최지백: 처음 웨이브라운지에서 책 큐레이션, 모임,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구요. 그러다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가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팅’으로 확장했어요. 로컬크리에이터의 사업기획, 마케팅, 재무관리 분야에서 도움을 드리는 겁니다. 디자인과 브랜딩도 포함해서요.

– 로컬 비즈니스 엑셀러레이팅에서 청년의 새로운 시각과 감각으로 비즈니스가 더욱 빛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하실 때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나요.
최지백: 대체로 로컬과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방식과 창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사업가 면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가 중요하거든요. 종종 지역을 쉽게 보는 분들이 있는데요. 그보다는 지역에 오래 살아보면서 불편함을 발견해서 이를 사업화하려는 분들과 논의를 하면 술술 이야기가 풀립니다.

– 강릉에 거주하신 지 만 4년차가 되어갑니다. 강릉에서의 일과 삶, 가장 만족하는 점, 가장 아쉬운 점이 궁금합니다.
최지백: 지역에 사는 게 마냥 낭만적이거나 편하지만은 않아요.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네트워크를 넓혀가는 건 좋지만 아직 ‘성장’측면에는 부족함을 느꼈어요. 그래서 대학원도 진학해 공부하면서 지역성장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역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또 다른 지역에 벤치마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하고요. 문제점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쪽으로 바뀌는 중이죠.

– 사업에 이어 학업까지 많이 바쁠 것 같아요.
최지백: 맞아요. 강릉에 살지만 올해에는 정작 바다를 찾아간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성장하자는 목표를 정했기에 일과 삶을 떼놓지 않는 거니까요. 다만 지금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결정할 사항이 너무 많다보니 어렵죠. 저에게도 멘토가 필요하다는 걸 발견하는 요즘입니다.

– 강릉에서 창업한 데 이어 지역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방향으로 시야가 확장되고 있잖아요. 지역이 처한 공통점 중 하나가 지역소멸입니다. 이를 두고 정주인구를 늘리기보다 ‘관계인구’를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최지백: 서울에서의 삶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요즘 지역이 대안 문화로 정착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에요. 지역에서의 삶이 ‘정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봐요. 저희는(더웨이브컴퍼니 구성원) 서울에 3일 살고, 강릉에 4일 살고 있는데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죠. 하지만 이주나 정착에 집중하기보다 ‘관계인구’라는 관점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지역이 지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미디어팀 방연주 연구원 yj@makehope.org, 정보라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