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기, 지역소멸 대응기금과 청년일자리

1. 지역위기와 청년의 지역이탈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수도권, 충청도 북부, 세종시를 제외하고는 전국의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에 고령화와 더불어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인구가 크게 준 시군구 지역은 228곳 중 151곳이고 행안부는 공식적으로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전국의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에서는 청년들이 많이 빠져 나가면서 고령화가 더욱 깊어지고 지역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자체 선거 때마다 단체장 후보자들이 지역의 인구유지나 인구 증가라는 공약이 내걸고 당선 후 지자체 장들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보지만, 안타깝게도 인구감소와 지역위기라는 이미 굳어진 추세를 돌이킬 길이 없다.

<그림> 시군구 인구소멸지수

주: 5: 소멸 고위험지역, 4 소멸위험지역, 3: 주의단계, 2: 보통, 1: 매우 낮은 지역
자료: 이상호. 2022.4.29. 일자리양극화와 지역소멸위기, 대안적 일자리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산업과 고용 2022. 봄호

이렇게 지역이 빠르게 인구가 감소되고 위기에 빠지는 것은 학력과 기대 수준이 높은 청년들이 마음을 붙이고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지역에는 매우 적거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도를 늦추면서 재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 있을 수 있다. 지역에서 고령화를 막을 수는 없으나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2. 지역회생의 두 가지 방식

그러면 중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에서 청년들이 지역에 남도록 함으로써 인구감소의 속도를 늦추면서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먼저, 많은 지자체들이 가장 손쉽게 기대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자기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괜찮은 청년일자리, 지역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판매시장, 입지 상의 이익, 가치사슬 상 생태계라는 조건이 없으면 중소도시나 군단위 지역에 대기업들이 쉽게 투자할 수 있겠는가? 천안, 평택, 용인의 반도체생산 투자를 하는 아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역에 괜찮은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각 지역에서 현재 있는 산업, 업종, 제품 등을 혁신하여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서 고용을 늘리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의 인력과 방식으로는 산업, 업종, 제품을 유지할 수는 있어도 혁신은 쉽지 않다. 여기에는 혁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력이나 중요한 계기가 필요하다. 이들 산업, 업종이나 제품 생산에서 사업이 잘 되어 좀 높은 이익을 내거나 혹은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면 청년들도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다. 이런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해야만 기존 산업, 업종, 제품을 혁신을 할 수 있는 인재나 청년들이 오거나 지역에 남는다. 지역에서는 청년인력의 잔류 – 청년 주도의 지역산업과 업종의 혁신 – 괜찮은 일자리 창출 – 청년인력의 잔류와 유입라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3. 지역소멸대응기금의 활용

각 지역에서 지원받은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외부의 컨설팅기관에게만 맡겨놓고 지자체는 손을 놓고 기다리는 식이면, 모처럼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은 기금은 허비되기 쉽다. 지자체가 지역의 토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지역에서 혁신과 생산적 투자의 의지를 가진 기업들이나 소상공인들과 함께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산업을 혁신, 발전시키고 청년들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이 상생형(현 정부의 지역주도 투자형) 지역일자리사업이다. 각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되 노사민정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지역의 이점(입지, 산업생태계, 자원 등)을 살리되 기업투자의 걸림돌을 제거하여 투자를 촉진하고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지역투자촉진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산업을 활성화 혹은 혁신하고 지역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었다. 2020년 광주형 일자리를 시작으로 밀양, 부산, 군산, 횡성, 구미, 대구 등에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이 선정되어 진행되고 있고, 익산, 전주, 전남(신안, 목포, 영암와 함께), 경북(경주, 영천, 경산시와 함께)이 상생협약을 마친 뒤 사업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주체들도 중앙정부에 매달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기획하고 기회를 찾아나서며, 지역의 기업들을 혁신하고, 투자를 유지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 결과 괜찮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청년이 지역에 있어야 지역에 활력이 돌고 지역의 혁신이 가능해진다.

*배규식(희망제작소 이사, 지역혁신연구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