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지속가능한 진로교육 모델은?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직업 체험 위주의 단발적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운영되었으며, 희망제작소는 협력기관으로 지역 청소년의 변화와 성장을 지원했습니다.

“6년 동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제 프로젝트는 완전히 끝인 건가요?”

긴 여정을 마무리한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이제 새로운 과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진로교육 혁신을 위한 학교와의 연계, 그리고 생태계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이어가는 일입니다.

민간 지원사업이었던 내일상상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무엇을 남겼는지, 그리고 더 많은 청소년과 이러한 가치를 나누는 데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 돌아보고자, 2021년 연구 활동을 요약해 소개합니다.

🟧 내일상상프로젝트를 통해 꿈꾸는 진로교육의 질적 혁신

2015년 진로교육법 제정, 2016년 진로교육 5개년 기본계획 시행 등을 거치며 교내 진로교육은 양적 성장을 도모해왔습니다.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교육 집중학년제 등 제도적 확대와 맞물려 교과과정 내 진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전반적으로 확산되었죠. 하지만 학생 맞춤형 진로교육을 내실화하고 다양화하겠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과정 내 일련의 진로체험 활동이 청소년의 학습과 삶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 ‘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이들 정책이 학교 교육과정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촉매제로서 작용하도록 하는 정책 구사가 필요합니다(강경균, 2019, 「청소년기관의 진로체험 지원체계 구축 방안 연구」).

 

청소년에게 학교라는 협소한 울타리를 넘어 확장된 교육의 공간을 제공하려는 연계 활동은 그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혀 왔습니다.

그럼에도 ‘청소년의 생활반경 안에서 활용 가능한 진로자원을 찾아 자기주도적 프로젝트와 연계’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특성은 진로교육의 질적 혁신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 스스로 학교 밖 활동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일과 삶 기반의 실천적 체험활동(탐색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을교육 거버넌스는 일원화된 진로체험처 문제에도 합리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현재 교내외 진로체험의 가장 큰 문제는 체험처의 부족이 아니라, 체험처의 규모화와 양적 발굴에만 집중하니 지역 단위로 청소년의 관심사에 호응하는 양질의 체험처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와 비교해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자원 생태계는 읍·면 단위 진로자원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이나 도시에 비해 자원 밀집도나 교통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에게도 의미 있는 활동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 협력적 마을교육 거버넌스로의 확장

▲전라북도교육청 마을교육생태계 거버넌스 모형 사례

최근 혁신교육지구나 마을교육공동체 사업과 같은 지역 기반 교육 거버넌스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시·도교육청 및 단위 학교의 자율권 확대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교육의 무대를 마을로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진로교육 측면에서도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장기적 관점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마을교육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학교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삶터에서도, 집과 학교 사이인 마을에서도 배움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본 방향을 전제해야 합니다.

거버넌스의 주요 주체는 협력 및 지원주체인 (기초)지자체와 교육(지원)청, 학교, 중간지원조직(공공 혹은 민간주체)로 구성됩니다. 다만 각 주체의 역할 분장과 권한, 협의체의 성숙도에 따른 활동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연계형 진로탐색 모델’에 적합한 협력체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 마을 중심 진로탐색 생태계의 비전

▲지역연계형 진로탐색 활동 생태계 모형

내일상상프로젝트는 다년 간 프로젝트 실행과 모니터링, 연구 활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역연계형 진로탐색 활동 생태계 모형’을 도출했습니다.

이는 혁신교육의 주류 흐름인 지자체나 교육청 주도의 사업화 모델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청소년 활동을 수행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중심의 민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민간을 중심으로 축적된 교육 역량과 자원이 보다 주도성을 가지고 지자체나 공교육으로 환류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각 주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활동의 당사자인 ‘청소년’을 포함한 5개 주체는 각자의 역할 수행뿐 아니라 상호 협력이 필요합니다.

▲ 마을 중심 진로교육 협력체계 주체별 운영 과제

청소년 진로교육 모델을 학교(공교육)와 마을(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논의는 단순히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시혜적 접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는 사람책이나 멘토 형태로 진로탐색 활동과의 결합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과 청소년 활동의 연결성을 인지하고, 넓게 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변화는 특정한 활동을 통해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청소년의 변화가 아니라, 어떤 청소년이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지역에서 내일상상프로젝트가 꿈꾸는 비전입니다.

프로젝트 모델,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민간주체는 이미 충분한 역량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마을과 연계할 수 있는 진로 교육과정의 문턱을 낮추려는 학교의 노력, 그리고 마을교육 생태계를 지속하기 위한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공감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학교에 지나치게 편중된 교육적 효과를 분담하는 환류 체계를 만들어나갈 미래를 기대합니다.

– 글: 이시원 연구원·lsw@makehope.org
– 사진/자료: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