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을 살린 ‘땅콩’의 힘

지난 1월, 일본 도쿄 지역에서 여행사공공과 희망제작소 주관으로 울산북구청 공무원 해외연수가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에서는 ‘도시형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를 주제로 일본 도쿄 지역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연수 기간 동안 깊은 인상을 받았던 방문지들과 일본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 동향을 소개한다.

② 니시지바 상가 지역

지바대학교의 중앙 캠퍼스가 자리한 니시치바 주변 상가는 백화점과 대형상가의 등장으로 상권이 쇠퇴하던 실정이었다.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1999년 지역 특산물인 ‘땅콩’ 모양으로 우표형 지역화폐 ‘피너츠’를 만들어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상인들이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피너츠의 사용을 꺼려했다. 그러던 중 2000년 3월 마도카 미용실의 대표이자 지역 상점가의 대표이기도 했던 카이호 씨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일반 화폐가 아닌 피너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었고, 이후 피너츠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지역화폐를 만드는 것을 권장하고 대대적으로 지원했다. 정부의 돈을 지원받다 보니 (지원금을 쓰기 위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영시스템, 웹사이트 등을 구축했다. 그런데 지원이 중단된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지역화폐 운영이 어려워져 지역화폐가 사라졌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영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를 돈으로 교환하는 형태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 사람들이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않고 계속 모으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지역화폐가 유통되지 않아 사라지게 되었다.

반면, 피너츠는 최소한의 관리 시스템과 쉬운 운영, 주민의 참여를 높이고 주민간의 관계성을 만드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피너츠를 통해 누구나 지역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지역의 다양한 사업들이 만들어지면서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만들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2005년부터 지역통화사업을 지바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독립시켜 (주)모두의 거리에서 운영하고 있다. 니치시바 상가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지역화폐를 숫자나 교환가치로만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과 커뮤니티를 살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_Gallery|1218511323.jpg|니시지바 지역 상가|1297260503.jpg|피너츠를 최초로 도입한 미용실|width=”400″ height=”300″_##]‘피너츠’ 란 무엇인가?

 ‘피너츠’ 는 일본에 4번째로 만들어진 지역화폐이다. 지바 지역 특산물인 땅콩에서 유래한 피너츠는 일본 전역에서 600~700여 개의 지역화폐가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와중에서도 2,500명의 개인회원과 60개의 가게에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피너츠 사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1천 엔 정가의 파스타를 먹을 경우, 비회원은 1천 엔을 지불하지만 피너츠 회원은 900엔과 피너츠 100엔을 지불한다. 피너츠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은 상점 주인의 재량에 따라 정할 수 있다. 피너츠는 가게 뿐 아니라 개인적 관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 주인이 부재 시 이웃이 화분에 물을 주면 피너츠로 보답할 수 있다. 앞으로개인 간 거래를 활성화해 행정과 시설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주민 간 상호 협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지역활동에 자원활동 등으로 참여하면 피너츠가 지급된다. 피너츠는 통장에 기입하여 사용하는데 지역 전체의 (+)와 (-)를 합치면 (0)이 되는 시스템이다. (-)가 많으면 지역에 그만큼 갚을 게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누가 빚을 독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생동안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여야 이용할 수 있는 일반 포인트 카드와 달리, 포인트가 쌓이지 않아도 마이너스로 사용할 수 있다. 피너츠는 돈과 같은 가치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이 쌓여도 돈으로 전환할 수 없다. 영세상점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데, 지역화폐 가맹점이 되면 할인 혜택으로 손님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피너츠를 사용할 때 지켜야 되는 중요한 규칙이 있다. 피너츠를 주고받는 사람끼리 악수하면서 ‘아미고(스페인어로 친구라는 뜻)’라 불러야 한다. 회원들은 피너츠를 주고받으면서 눈을 맞추고 웃으면서 ‘아미고’라 부르면서 악수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악수를 하면서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되어 상하관계가 분명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대등한 관계로 눈을 마주보며 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너츠가 도입되기 전에는 밥을 먹고 돈을 지불하는 게 전부였다면, 피너츠 도입 후에는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아닌, 같은 지역의 주민으로서 인간 관계를 맺게 되었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서 유명 체인점에서 밥을 먹는 일보다, 가격이 더 비싸도 피너츠 회원 가게에서 밥을 먹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피너츠로 소통하고, 관계 맺기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토요시장이라는 지역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행사는 지바대학교 학생과 피너츠클럽 회원들이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주민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데,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지역화폐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일반 상점, 지역 농가의 유기농 야채, 지역 NPO단체가 만든 물건, 개인이 취미로 만든 물건, 학생들이 각종 활동에서 만든 것 등으로 다양하다. 토요장터는 많은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 학생들은 입시공부에 집중하면서 지역사회와 관계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피너츠클럽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를 밟고 있다 . 특히 지바대학교 학생 11명이 참여하는 ‘아미고프로젝트’에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공연 홍보지 디자인, 행사 홍보 등에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주민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고 신뢰를 받으면서 피너츠 수입과도 연결되고,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_1C|1103743243.jpg|width=”300″ height=”294″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피너츠클럽 홍보물_##]
또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SNS인 ‘믹시’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 SNS ‘아미피’를 6년 전에 만들었다. 아미피는 회원이 초대해야 가입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4천 명 이상의 회원이 있으며, 이벤트 홍보, 정보 교환, 프로젝트 관련 스태프들의 연락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과 주부처럼 같은 지역에 거주하지만 활동 시간이 달라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미피로 소통하면서 지역 내 관계맺기가 확대 되고 있다. SNS 내에서 맺어진 관계가 지역화폐를 통해 실제 얼굴을 보는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SNS를 통해 지역화폐로 만났던 사람의 사진보기, 네트워크에서 고민 상담 및 해결 등이 가능해지면서 연령, 나이, 직업에 제한을 받지 않고 지역 내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즉, 지역화폐와 SNS가 상호 보완하여 지역 내 관계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피너츠는 지역을 벗어나 다양한 열린 관계를 지향한다. 니시지바와 관계가 있는 누구나 가입하여 교류할 수 있다.

피너츠 사용방법 Q&A (more 버튼 클릭)

[#M_ more.. | less.. | 

Q : 토요장터에서 피너츠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요?

토요시장은 니시치바역 아래 25~30개 판매 부스에 대략 300명 정도의 주민들이 와서 놀다 헤어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받는 곳도 있고 안 받는 곳도 있습니다. 상품 판매자가 정하기 나름이며 물건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악수를 해야 한다는 것만 정해져 있습니다. 피너츠는 멤버십의 의미가 큽니다.

Q : 피너츠 포인트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피너츠 포인트를 많이 모았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은 없습니다. 지역 내 봉사활동을 많이 했고 인간 관계를 많이 형성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기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계속 (-)가 쌓이면 노인들은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 많이 쌓이는 것은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도 좋고, (-)도 좋습니다. 그만큼 지역과 교류를 많이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안 좋은 것은 피너츠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Q : 봉사활동을 한 후 피너츠 포인트를 지급할 때, 공통적인 기준이(시간, 활동량) 정해져 있습니까?

봉사활동 1시간에 1천 피너츠라는 기준(일반적 시급)에 기반하여 개인적으로 합의하도록 하고, 가치 기준은 1엔을 1피너츠로 환산하여 기존 화폐와 같습니다.

Q : 피너츠를 사용하는 지역의 범위와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지역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피너츠를 사용할 수 있는 가게는 니시지바 주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회원 자격은 지역적 한정이 없습니다. 회원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모으지 않습니다. 복잡한 관리 틀을 운영하지 않고 최소한의 관리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피너츠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건비,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복잡한 관리시스템은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Q :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요?

현재 회원 수는 2,500명인데, 회원이라고 해서 회비 납부라든지 특별한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탈퇴를 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회원은 전체 회원의 20%정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원 수보다 회원들이 얼마나 활발히 활동하는지를 나타내는 피너츠 교환 수입니다.

_M#]

글_뿌리센터 홍선 센터장 (theresa@makehope.org)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 임은영 연구원 (ley@makehope.org)
 

* 도시형 커뮤니티비즈니스와 마을만들기 연수 후기

[목차]

지바시 
  1. 지바 마을만들기지원센터 – 파트너십형 마을만들기를 펼치다
  2. 니시지바 상가 지역 – 지역화폐(피너츠)를 사용하다

도쿄도 세타가야구
  3. 세타가야구 – 환경공생주택단지, 환경을 위해 앞선 실험을 하다
  4. 세타가야마을만들기트러스트 – 민관협력의 마을만들기를 진행하다

도쿄도 신주쿠구
  5. 도쿄 장난감 미술관 – 폐교를 활용하여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박물관을 만들다

도쿄도 아다치구
  6. 아모르도와 – 지역상가를 살리기 위한 해법을 지역을 위한 활동에서 찾다

요코하마 지역
  7. 코우난다이 타운카페 – 주민교류의 장 커뮤니티 카페가 안테나숍 형태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다

● 연재목록
1. 마을을 비즈니스 하라
2. 지역 상권을 살린 ‘땅콩’의 힘

뿌리센터 바로가기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 바로가기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