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미래학자 제임스 캔턴(James Canton) 박사는 2020년 이후에는 지금 사람들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직업군과는 완전히 다른 직업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인, 예술가, 지식관리 컨설턴트와 헤드헌터, 그리고 주문식 공급체인설계 전문가(Supply Chain Management Professional)를 최고의 유망 직업으로 꼽았다.   

공급체인설계 전문가란 소비자가 기업체에 주문한 물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디자인하는 물류 전문가를 말한다. 그는 이 외에도 유전자 엔지니어, 사이잭(Cyjacks, 헤커를 잡는 직업), 개인 사생활 컨설턴트, 테러 억제 기술 전문가 등 사람들에게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다수의 직업들을 소개하면서 멀지 않은 장래에 인재 부족 사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한국사회에는 어떤 직업이 유망하고, 어떤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각광을 받을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 사회가 변화해가는 속도와 방향을 통해 일정한 경향성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직업을 고를 때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현재를 조명하고 있을까?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학가에 취업 시즌이 다가오고 있지만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마음은 무겁고 어둡기만 하다. 당장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것 자체가 바늘구멍인 비정한 현실 앞에서,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그저 동화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 어떻게든 남보다 좋은 스팩을 쌓고 경쟁력을 키워 ‘이기는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 출발부터 실패자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라고, 그 길이 블루 오션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금은 생소하지만 곧 미래의 유망직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며 생소하고 엉뚱한 직업들을 소개하는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희망제작소가 벌이는 ‘세상을 바꾸는 1천개의 직업’이 그것이다.

지난 12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희망제작소와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가 공동 주최한 천개의 직업 행사가 열렸다. 이 날  약 1,500 명의 관객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방송인 박경림씨의 초청강연이 진행되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천천히 가든 빨리 가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걸어가는 겁니다.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또 일어서서 나아가면 되죠…” 

그녀 자신이 힘들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하였고, 전혀 화려하지 않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주어진 조건에 굴하지 않고 최고의 수준에 오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도전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사용자지금 우리나라에서 선택 가능한 직업의 종류는 몇 개나 될까? 대략 20만 개가 넘는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 사람들이 희망하는 직업은 몇 개일까? 불과 20개 안팎이다. 대학교수, 고위직 공무원, 의사, 변호사 등 이른바 성공이 보장된 직업들이다. 그리고 지금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20만 개의 직업 가운데 0.01%에 해당하는 20개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과연 이런 식의 접근방법이 합당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런 식의 판단은 매우 편협한 생각일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즉물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화살표는 언제나 밖에서 안을 향하도록 되어 있고, 사람들은 그 기준과 틀에 맞추어 인생을 설계하기 때문일 것이다. 폼 나는 직업 하나를 정한 다음, 그 조건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맞추어 가는 과정을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개 남짓한 직업을 쟁취하기 위해 인생의 절반을 쏟아 붓는 것도 모자라 자신에게 잘 맞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도 단지 그 직업이 제공하는 몇 가지 혜택에 매몰되어 자신을 속이면서 살기까지 한다면, 이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란 말인가?  
 
자, 이제 새로운 시각으로 화살표를 들여다보도록 하자.

화살표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면, 출발점은 밖이 아니라 안이 된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세상의 틀 안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직업)을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20개의 틀(Frame)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20만 개 가운데 하나 혹은 둘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임. 이것이 올바른 접근법이 아닐까?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은 이 단순한 논리를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 

첫째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것을 안다하더라도 자신의 재능과 강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이 과정이 힘들고 고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쉬운 길로 가려고 하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문 앞에서 밀집대형을 이루고 치열한 전투를 치루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화살표를 뒤집어라. 그리고 다시 세상을 들여다보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화살표의 끝이 만나는 접점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라. 만일 그 순간 당신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면, 그 곳이 당신이 머물러야 할 자리다. 만일 20만 개의 직업 가운데 당신에게 적합한 일이 없다면, 그 직업은 아직 아무도 가져본 적 없는 미래의 직업이다.

지금 당신이 기거하고 있는 곳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면, 천천히 행장을 꾸려라. 지도와 나침반을 준비하고, 계획표를 작성한 후 여행을 떠나기 바란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내면 깊숙한 곳에 감추어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한 치열한 자아 성찰의 과정이며, 가장 정직한 얼굴로, 소란스럽지 않게, 새로운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두렵고 가슴 벅찬 혁명이다. 

글_소기업발전소 문진수 소장 (mountain@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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