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과 함께 디자인을!

제5기 소셜디자이너스쿨 4강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디자인의 역할,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의 역할에 관해 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조주연 대표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디자인의 개념, 디자이너의 역할을 벗어나서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과연 가능한 것일까요?

게다가 지역 사회를 활성화시키는 디자인이라, 개념이 잡힐 듯 말 듯 합니다. 조 대표는 사회적 기업 티팟을 통해 사회혁신을 위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제 티팟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까요?

공공 디자인에 ‘사람’은 빠졌더라

[##_1L|1123907461.jpg|width=”300″ height=”2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시민문화네트워크 티팟 조주연 대표 (사진: 임상태)_##]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디자인 서울‘ 이라는 정책 아래 진행되는 다양한 공사와 사업들을 마주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회사 근처, 집 근처에 광장이 들어서고, 설치물이 만들어집니다.

그 덕분인지 현재 우리에게 디자인, 특히 ‘공공 디자인’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속한 공간, 공공의 영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에 지역 주민인 ‘나’는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요?

대한민국의 공공 디자인은 장르 내ㆍ외부의 다양한 논의와 새로운 시도 대신 지역 활성화라는 국가적 코드를 통해 정책적으로 활성화된 모습이 강하다고 조주연 대표는 지적합니다.

“여러 사례와 경험들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특히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만 급급하게 된 것이죠.”

이번 수업 시간에는 티팟에서 진행된 여러 사업을 통해 공공 디자인이 어떻게 지역, 그리고 지역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20명의 이장과 함께하다

[##_1L|1245097838.jpg|width=”300″ height=”225″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진안군 백운면 마을을 설명한 자료. 엄청 두껍습니다!_##]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산 지대 분지라 흰 구름이 유난히 많다는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의 마을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위해 티팟이 출동했다고 합니다.

“주민과 함께 진행하고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목표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티팟이 진안이라는 지역을 알고, 그곳의 지역민과 소통하기 위해 함께한 단체는 ‘마을 조사단’이었습니다.

공공 디자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꾸미고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자원을 찾고, 그 자원을 통해 지역과 지역의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이 참여하는 디자인에는 지역 사람들 스스로의 소통과 협의하는 과정이 담기게 됩니다.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에서 출발하지 말고, ‘그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잘하는 실력보다 지역의 자원을 찾을 수 있는 실력이 더 중요하죠.”

티팟이 진행한 작업은 백운면의 한글 뜻 ‘흰 구름’을 마을 브랜드로 삼고, 백운면 주민들의 인생을 마을 자원으로 해 그 컨텐츠가 담긴 간판과 지도를 제작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본인의 직업이 곧 본인의 인생과 다르지 않을 만큼 오랜 세월 직업을 가져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간판을 만들어주는 일은 곧 그들의 인생 명함을 만들어주는 일이고, 그 간판들이 모이면 마을 박물관의 첫 번째 콘텐츠가 되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간판에 그들의 인생을 담기 위해 한 명 한 명의 집으로, 일터로, 놀이터로 찾아가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역 역사와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백운면 전체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20명의 이장님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_Gallery|1161130328.jpg|백운면의 다양한 간판들|1306810550.jpg|백운면의 다양한 간판들|1296528563.jpg|백운면의 다양한 간판들|width=”400″ height=”300″_##]


초딩이 도시 계획을?

조주연 대표가 생각하는 마을 만들기, 공공 디자인의 시작은 주민 스스로의 기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주민들의 요구를 파악하면서 그들의 기획이 실행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지역 주민이 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되었는데, 센다이 지역에서는 지하철이 놓일 때 한 시민단체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도시 계획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외부인이 지역의 문제에 관여할 때 그 지역 전문가와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기가 어려운 법입니다. 센다이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지역 전문가가 아이들의 멘토로 참여하면서 지역의 자원들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철원에서는 새로운 도로가 놓이면서 예전에 쓰이던 다리를 철거하게 되었는데, 주민들이 다리를 계속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계기로 철원군 전체에 대한 디자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주연 대표의 강의를 듣고 난 후 재미있는 일 하나를 겪었습니다.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에서 ‘남도 삼백리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순천을 홀로 여행 한 후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집 근처 경비 아저씨가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 물으시더군요. 순천을 다녀오는 길이라고 대답하니, 본인도 순천 여행을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며 공감을 표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신기하게도 다음 여행지로 티팟이 백운면 프로젝트를 진행한 진안을 추천해주셨습니다. 마니산과 진안의 마을들이 너무 좋았다는 것입니다. 티팟의 백운면 프로젝트를 알고난 후라 혼자 신기해했습니다.

마을은 조용히 변화하고 있지만, 어느덧 사람들은 그 변화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_ 희망모울 이희성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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