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리찌릿 전자파티 이렇게 열렸습니다

여기 작은 씨앗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이디어라고 부르기도 하고 불만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상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시민의 생각’입니다. 씨앗을 심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두면 싹을 틔우지 못하고 결국 썩겠지만, 알맞게 땅을 파서 심은 뒤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 주면 싹을 틔우고 줄기에 힘이 생기면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시민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불만이 생겼을 때, 그것을 혼자만의 생각으로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속만 상하고 세상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 많은 시민들을 위해 ‘오프너’가 탄생되었습니다. 오프너는 이런 시민들의 생각씨앗을 심는 모판입니다. 씨앗을 심듯 정성스럽게 여러분의 생각을 오프너에 등록하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더해져 새싹으로 그리고 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그리고 때로 ‘현실화’라는 열매까지 맺게 되고요. 그런데 오프너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잠자는 전자기기 나누기!’는 오프너에 첫 번째로 등록된 열린제안이었습니다. 제안자인 정은지 님은 “저는 노트북 2대, 데스크탑 1대, 아이팟, 안 쓰는 씨디 플레이어, 엠씨스퀘어(추억을 물건^^), 전자사전 등! 집에서 잠들어 있는 전자기기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전자기기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디서 구하죠? 아무리 고물이라도 렌트는 비싸고, 사기엔 아깝고…. 저는 쓰지는 않지만 버릴 수도 없고 ㅠㅠ 뭔가 나눌 수 있는 방법, 좋은 아이디어 없을까요?”라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제안에 다른 시민들도 다양한 생각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전자기기를 한곳에 모아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영 님)
‘아파트 등에서 경매나 벼룩시장 등을 통해 서로 필요한 것들을 구하고 공동체도 활성화하면 어떨까요?’ (혁수 님)
‘수익금 중 일부는 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슉슉 님)

이렇게 생각이 더해지고 자라난 결과! 지난 3월 15일 토요일 ‘전자기기 나눔 플리마켓 축제, 전자파-sTop’(이하 전자파티)이 청년허브에서 열렸습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이 더해져 탄탄한 기획으로 탄생된 전자파티는 전자기기 재사용을 위한 중고장터와 폐전자기기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장터로 진행되었습니다.

구매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아직 쌩쌩한 가벼운 넷북이 단돈 5만 원, 몇 번 사용하지도 않은 작고 귀여운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3만 원! 저렴한 가격에 전자기기도 구매하고 기부까지 할 수 있어서 찾아와 주신 시민들의 지갑이 활짝활짝 열렸습니다.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 전액은 송전탑 공사로 고생하고 계신 밀양의 어르신들을 위해 기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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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기기 중고장터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장터에서는 생활소품과 폐전자기기를 업사이클링한 랜턴 등을 판매하고, 낡은 충전기 전선을 리폼하는 체험 코너가 진행되었습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나온 시민분들도 판매 수익금 일부를 (어떤 분들은 판매 수익금의 전부를!) 밀양의 어르신들께 전달했습니다.

▲ 업사이클링 제품 판매 장터

이 행사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생각을 함께 키워나간 정은지 님은 “제안이 직접 실행되는 과정에 함께하는 것이 너무 멋진 경험이었어요. 오프너에 올라온 다양한 제안들이 현실의 행동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따뜻한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또 한 명의 반가운 얼굴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오프너에서 ‘2014 짝 잃은 장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김신범 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짝을 잃어 버려지는 장갑들을 모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활동입니다. 제안자인 김신범 님 외에도 함께하는 분들이 있었는데요. 이분들은 ‘종합재미상사‘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너에서 나온 의견들로 워크숍에 참가하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실제 실행한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여력이 안돼서 못하는 부분도 있는데 꼭 시도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많았어요.” 종합재미상사 역시 오프너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의견들을 듣고 반영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 2014 짝 잃은 장갑 프로젝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왁자지껄 즐거운 전자파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의 제안이 오프너에서 실현된 첫 활동이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에 더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오프너에서는 시민 여러분의 생각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 생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합니다.

지금 오프너에서 당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보세요!
오프너에 생각 더하러 가기

글_ 송하진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ajso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