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사용자 

20대 청년보다 활기차고,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미국 시니어, 그들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젊은 한국인 경영학도가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 아래 자신의 눈에 비친 미국 시니어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적극적으로 노년의 삶을 해석하는 미국 시니어의 일과 삶, 그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12)  

세 번째 장을 사는 분들의 적극적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예로 일터나 봉사활동 현장에서 시니어와 젊은이들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과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니어들은 일터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타인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비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 비교 대상을 타인이 아닌 과거 자신의 모습으로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뭐가 낫고 뭐가 부족한지에 신경을 쓰기보다, 내가 과거에 비해서 더 나아진 점은 무엇인지 더 안 좋아진 점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발달 심리학자들 대부분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시기라고 합니다. 중장년기로 들어서면서 비교 대상은 자신과 다른 연령대의 사람들로 바뀌고 노년기에 접어들면 타인과의 비교보다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놓고 하는 성찰을 바탕으로 한 비교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비교의 대상이 타인인지, 자아인지는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하면서 직접 비교가 가능한 과거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타인과의 비교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자신이 직장동료들에 비해 뒤쳐지거나 보상을 덜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심을 쏟다보면 본인은 가지고 있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것들이 더 좋아 보이기 시작하여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지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의 근저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다른 사람인지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질 수 있는지에 신경을 쓰는 성향이 깔려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그 누구도 같은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타인과의 비교 렌즈를 끼고 자신을 바라보면 언제든 어디에서든 본인의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고 그에 따르는 박탈감을 바위처럼 안고 살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계신 분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발전’에 중심을 두고 자신의 현재 모습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지고 있는지 앞으로 나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전편에서 이야기한 ‘잃은 것’에 집중을 하여 과거의 자신에 비해 현재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과 부족한 것들에 초점을 맞춘 분들도 있었습니다. 잃은 것에 집중하는 경우 지나간 일은 예쁘고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인간의 성향 때문에 먼 과거의 경험들이 점점 더 장밋빛으로 재조명되어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분도 발전하는 본인의 모습을 분석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일터가 재미있는 배움의 터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자기 개발을 습관화한 분들의 경우 부정적인 외부적 요인에 맞서 내부에서 힘을 찾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제대로 일에 대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경우, 자기 발전에 집중을 하던 사람도 금세 상실감을 경험하게 되고 타인과의 부정적  비교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이 연령별 차별이 없는 조직이 성립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공평하고 투명한 조직 안에서 자기 발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함께 할 때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는 긍정적인 분위기의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일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진 설명 :  보스턴에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정말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식료품점이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Russo’s (루소네)입니다. 75년 동안 3대에 걸쳐 Watertown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식료품점입니다. 토마토, 양상추, 콩을 판매하면서 시작한 루소네는 이제 다양한 종료의 아채, 과일, 꽃, 낙농품, 생파스타, 햄, 빵과 케이크를 파는 곳으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루소네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고르는 가족을 쉽게 볼 수 있고 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 초에는 바베큐 거리들과 성조기 삼색이 들어간 꽃다발을 사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유태인, 천주교인, 기독교인들이 다양하게 살고 있는 보스턴의 모든 명절 및 국가 기념일을 잘 알지 못하는 저도 루소네에 가면 명절 및 기념일의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일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모이는 장소입니다. 이번 편에 쓰인 사진들은 모두 루소네에서 찍은 것들입니다.

김나정은 영”사용자국 런던 정경대에서 조직사회심리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미국 보스턴 컬리지 경영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일터에서 다양한 종류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박사 논문 주제로 은퇴기 사람들의 새터 적응기 및 정체성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najung.kim@bc.edu

● 연재목록

1. 세 번째 장을 사는 사람들
2. 인생의 의미, 한 문장으로 간추리면       
3. 낯선 자신이 두려운 시니어에게
4. 어떤 자원봉사 자리 찾아드릴까요?
5. 나이에도 종류가 있다  
6. 탱글우드의 시니어는 왜 즐거운가
7. 자원봉사 상담사 로라 씨의 다섯 가지 질문 
8. “일이 품 안에 굴러들어왔어요”
9. 시니어의 인간 관계, 안녕하십니까? 
10. 평생 ‘배우는 삶’을 꿈꾸는 시니어들
11.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2. 차별 없는 조직 속 시니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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