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나는’ 재무이사


홍영수 선생님은 1년 전부터 ‘참 신나는 옷’이라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시며 오랜 사회생활에서의 경험을 멋지게 활용하고 계신 행복한 분이다.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2년 전 희망제작소에서 처음 만나 함께 교육을 받았던 10기 행복설계아카데미(이하 행설아) 동기였기에 마음에 부담이 없었던 게 아마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사무실이 집과 가까운 동대문 근처이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까? 사진에서 보여진 모습처럼 마음이 푸근한 사람, 대화가 편안한 사람, 미래를 준비하며 새로운 그릇에 삶의 의미를 채워가는 사람, 홍영수 선생님.

바쁜 시간 내서 질문에 흔쾌히 답해주시고 함께 데이트에도 동참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시면서 사진을 찍어 주신 나종민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_1C|1395971706.jpg|width=”450″ height=”29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신기자(이하 신): 인터뷰 대상자가 선생님인 것을 알고 반가웠어요. 선생님과 처음으로 만난 건 2009년 희망제작소에서였죠? 선생님은 희망제작소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홍영수(이하 홍): 회사를 그만 두고 ‘뭔가는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신문을 보다가  ‘제 2의 삶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드리는 희망 메시지’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아~~이거다’ 하는 느낌이 팍 오더군요. 인터넷 신문에서 처음으로 희망제작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 그러셨군요. 저도 선생님처럼 늘 같은 고민을 했어요. 더 나이 들면 지금 하는 일 말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이 없을까, 그리고 일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하고요. 그러던 중 딸의 소개로 희망제작소를 알게 되었죠선생님은 어떤 기대를 갖고 행설아 교육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홍: 기대는 사실 많이 안했습니다. 다만 참여하면 ‘뭔가 좀 더 구체적인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는 있었지요.

신: 그럼 행설아에 오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석에서 잠깐 들었던 기억으로는 봉사하는 일을 하신 걸로 기억하는데요.
 
홍: 퇴직을 2008년 3월 말에 했으니, 열심히 빈둥거리다가 구청에 자원봉사자 등록도 하고, 종합복지관에서 11개월 정도 노인 및 지체부자유인 목욕봉사도 하고, 복지관에서 음식 배식도 하고, 식당 설거지도 했답니다.

신: 예전 직장에서 하시던 일은 무엇이었고,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어떤 일이었을까요. 궁금해요.
 
홍: 과거의 직장에서는 관계회사 흡수 합병작업, 세무조사 등의 일을 했어요.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스위스에 가서 해외사채 발행일을 맡아하게 되었던 일이에요. 결과가 아주 성공적이었거든요.

신: 직장에 다니시면서 퇴직 후를 생각하셨을텐데 어떤 일을 하고 싶으셨나요. 그 일을 찾으셨다고 생각하시나요.
 
홍: 내가 가진 경험과 경력,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었지요. 예를 든다면 소기업 몇 개를 순회하면서 관리도 해주고, 방향도 제시해주고 싶었지요. 그리고 지금은 바라는 일을 찾았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신: 지금 몸담고 계신 ‘참 신나는 옷’에는 어떻게 들어가시게 되었나요.

홍: 행복설계아카데미 10기 수료할 때 활동계획서에 ‘언제든지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준비가 되었다’고 적었어요. ‘참 신나는 옷’  전순옥 대표께서 희망제작소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저를 택하셨다고 합니다. 물론 그전에도 이곳 저곳 노크해보았답니다. 아무래도 희망제작소가 저를 보증해 준 셈이 된 거라고 할 수 있죠.

신: 이 회사는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는데,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한편 이익 창출도 동시에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인은 누구이며, 설립 목적, 수익 구조, 직원들이 하는 일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홍: 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로 구성되어있지요. 즉 전순옥 대표가 주주입니다. 또 ‘사회적 기업육성법 제7조’에 근거한 고용노동부장관이 인정하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고 법 목적에 따라 경영활동을 하면, 고용노동부로부터 심사 및 사후관리를 받으면서 일정한 범위 내 직원 수에 대해 시간당 임율을 계산해 매월 인건비를 지원 받습니다.
 
설립 목적이라면 동대문 지역 여성 봉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과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3년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해 만들었습니다. 봉제 의류 영세사업장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고, 더 나아가 전태일 정신에 따라 빈부격차를 없애고, 사회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봉제산업 근로자들이 장인으로 인정받는 환경이 되도록 경영에서 근로환경 개선을 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옷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합니다. 주문을 받아 자재구입, 패턴, 재단, 봉제, 완성의 과정을 거쳐 납품하는 일과 단순히 봉제 가공료를 받고 임가공 해주는 일, 이렇게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직원은 26명이고요. 기획, 재무, 생산부가 있습니다. 생산실 직원은 재단사, 패턴사, 봉제사(미싱 작업자)와 마무리로 이루어집니다.

[##_1C|1251143506.jpg|width=”450″ height=”29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신: 명함에 재무이사라고 되어있는데, 구체적으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홍: 재무관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회사 조직이 작기 때문에 회계, 세무, 자금관리, 출납 등 재무 전 분야와 생산, 기획 이외의 잡다한 총무, 노무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신: 2008년 12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아 이익의 50%는 사회에 환원하고, 나머지는 대주주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하게 나누어주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직원들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홍: 회사설립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의류가공업에서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곳은 이곳 말고는 거의 없을 겁니다. 4대 보험, 퇴직금 보장은 물론이고 근로환경(근무시간, 작업환경, 근로보상체계)은 어느 곳보다도 좋은 곳입니다.

신: 다음 소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홍: 건강이 허락한다면 지금의 활동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고요. 아직은 정확히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작은 비영리단체 하나 정도를 이끌어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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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나는 옷’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으로 잘 알려진 노동운동가 전순옥 씨가 이끌고 있다. 전 대표가 영국에서 노동학을 공부하고 돌아왔을 때 창신동은 변한 게 없었다. 이에 그는 2003년 여성 봉제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한 ‘참여성노동복지터’를 세웠고, 오빠 전태일 열사와 그가 꿈꾸던 기업을 직접 실현하겠다는 목표 아래 아예 봉제분야 사회적기업을 만들게 된 것이다.

홍영수 선생님은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에 걸려있는 옷들을 보여주시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다. 지금 하시고 있는 일에 대한 선생님의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생산직 직원들의 작업실을 찾았다. 탁 트인 공간과 햇빛이 잘 드는 환하고 잘 정돈된 깔끔한 작업장에서 각자 열심히 일하고 계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부적인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회사 설립 목적 중 ‘근로환경 개선’ 면에서는 합격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신동에는 아직도 봉제 공장이 많이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창신동 봉제공장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나 돌아오는 길에 전선줄이 늘어져 있는 창신동 골목길을 둘러보았다. 점심식사 후에는 꼭 한 시간씩 동대문에서 낙산 성곽 길을 따라 혜화문까지 산책하신다는 선생님과 함께 낙산 길을 걸었다. 서울의 봄을 한아름 안고 혜화동으로 내려와 차 한 잔으로 마무리 인사를 했다.

행설아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20대 청년 못지않은 삶의 에너지를 발산하시는 분들이 많다. 은퇴 후 제 2의 삶을 멋지게 설계하려면 자신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주어진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 직장에 다닐 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 선생님은 “회사라는 테두리 때문에 가정에 좀 더 충실하지 못한 점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면서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 고 하셨다.

환하게 웃으시는 표정만으로도 행복이 느껴진다. ‘비영리단체 운영’이라는 선생님의 또 다른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비영리단체에서 내가 가진 능력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과거에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왔다면, 이젠 진지하게 자신을 관찰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제2의 인생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글_신기자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사진_나종민 (시니어사회공헌사업단 L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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