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천사와 나눠 마시는 위스키

이용규의 Dirty is beautiful

이제부터 위스키 (whisky: 미국과 아일랜드는 whiskey를 쓴다) 를 이야기 할 차례다. 위스키 (whisky)라는 말은 스코티쉬 겔릭어 (고대 켈트어에 속하는 언어)인 uisge-beatha(이쉭커바허)에서 나온 말이다. 이 이쉭커바허는 위시케바( whishkeyba)로 다시 위스키 (whisky)로 바뀐다. 여기서 uisge는 물(water)의 의미를 갖고, beatha는 생명 (life)라는 뜻이다. 따라서 위스키는 곧 생명의 물 (water for life)이라는 의미이다. 생명의 물을 라틴어로는 아쿠아 바이티 (aqua vitae)라고 한다.


생명의 물, 위스키


보통 알콜이나 독한 술을 얘기할 때 아쿠아 바이티라 한다. 왜 생명의 물이라고 했을까? 독주는 과거에 마취제로 사용하기도 했고, 소독의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생명의 물이라 했을까? 필자는 다른 생각을 해봤다.

물이라 함은 생명의 원천이다. 우리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도 물과 함께 했고,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 역시 물을 세상의 근원물질로 보았다. 또한 생물학에서도 지구의 생명이 바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지 않는가? 즉 물이라 함은 생명을 잉태케도 하지만 생명을 유지, 연장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물을 신이 만들었다면 신의 선물 내지 인간이 만든 것이 술이다. 또한 발효주로부터 증류를 통해 술의 알콜 도수를 올리는 일은 순전히 인간의 노력의 산물이다.

[##_1C|1179042264.jpg|width=”472″ height=”371″ alt=”?”|영국은 Whisky라고 쓴다. <출처:www.ehow.com/how_2169094_between-bourbon-scotch-irish-whiskey.html>_##]발효는 자연 상태에서 가능하나 증류는 인공적인 시설이 필요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위스키를 제조한다는 것은 삶을 즐겁게도 하지만 사람을 치유케도 하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며 위스키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이라고 옛날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위스키를 생명의 물, 영혼의 물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오늘날 위스키를 스피릿(spirit)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whisky, 아일랜드 whiskey


약 12세기경 잉글랜드 왕 헨리 2세가 아일랜드를 침공했을 당시 잉글랜드 병사들이 생명의 물(이쉭커바허)이라는 아이리쉬말을 발음하기 어려워해서 이름이 위스키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문헌으로 보면 1405년에 아일랜드에서 처음으로 위스키라는 말이 등장을 하고 스코틀랜드에서는 1494년에 세금장부에 처음 아쿠아비테(aquavite)가 등장한다. 많은 위스키 전문가들은 8세기에서 9세기경에 중동에서 위스키가 만들어졌으며 수도사들에 의해 영국과 아일랜드로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위스키(whisky)라는 영어단어를 보면 18세기 이전만 해도 모든 위스키라는 단어에 영어철자 ‘e’가 빠져있었다. 그러나 1870년경 영국 내 위스키 시장에 스카치위스키가 넘쳐나 가격과 품질이 열악해지고, 이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게 되면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자기들의 위스키와 스카치위스키를 구분하여, 좀 더 나은 질 좋은 위스키라는 것을 표기하기 위해 이들의 위스키에는 ‘e’자를 집어넣어 ‘whiskey’ 되었다.



[##_1C|1266162759.jpg|width=”331″ height=”331″ alt=”?”|아일랜드 혹은 아이리쉬는 Whiskey라고 쓴다. <출처:www.irishwhiskeyevent.com/Irish_Whiskey_Tasting_Events_in/IMAG013A.GIF>_##]
오늘날 일반적으로 ‘whisky’라고 사용하는 나라는 스코틀랜드, 웨일즈, 캐나다, 일본 등이며 반면 ‘whiskey’라고 쓰는 나라는 아일랜드, 미국이다. 심지어 1968년 영국정부의 알콜, 담배, 화약류 담당국은 공식적인 문서로써 ‘whisky’를 사용토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예외도 있어서 미국 위스키라 할지라도 Early Times, Maker’s Mark, George Dickel과 같은 위스키 회사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을 따라 ‘whisky’를 사용하기도 한다.


금주령 속에서 숙성한 미국 위스키 역사


여기서 잠깐, 미국 위스키 회사에 대해 좀 더 알고가자. Early Times는 보통 켄터키 위스키라고도 하는데 1860년에 설립되었다. 1920년대 미국사회를 풍미했고 심지어 금주령이 내려지던 시기에도 이 회사의 위스키만큼은 면제(exempt)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이 위스키를 의료용 또는 치료용 위스키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탁월한 방법 아닌가! 현재 Brown-Forman Corporation이 갖고 있고 공장은 켄터키 루이스빌에 있다.


[##_1C|1264029404.jpg|width=”187″ height=”465″ alt=”?”|사진 중간 아래에 켄터키 위스키라고 써 있으며 스코틀랜드의 전통을 잇고자 whisky라고 쓴다. <출처:www.avenuevine.com/movabletype/archives/EarlyTimesKentuckyWhisky-w.jpg>_##][##_1C|1148130033.jpg|width=”203″ height=”316″ alt=”?”|<출처: http://z.about.com/d/cleveland/1/0/S/M/-/-/makersauce.jpg>_##]
두 번째, Maker’s Mark. 설립은 1889년에 되었다. 설립자인 사무엘스 패밀리가 1950년에 공장과 더불어 상표까지도 팔았으나 가족 가운데 몇몇 사람들이 위스키 사업을 지속시키려 마음을 먹고 작은 위스키공장을 물색하던 중 켄터키 로레토(Leretto)에서 시작했다. 후손인 빌 사무엘스가 여러번의 실패 끝에 1954년에 새로운 버번위스키를 만들었고, 오늘날 우리가 버번위스키라고 부르는 위스키가 바로 미국 켄터키주의 위스키이다.

1958년 Maker’s Mark라는 이름으로 첫 위스키가 출시되었다. 이들은 또한 세계 최초로 밀랍을 활용한 봉인(封印)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 공장은 1974년 국가의 역사적 장소로 등록이 되었고 1980년에는 내셔널 히스토릭 랜드마크(National Histric Landmark)로 지정되었다. 오늘날 Maker’s Mark는 세계 굴지의 위스키, 와인, 데킬라 등의 회사와 더불어 Allied Domecq(2005년 영국 브리스톨에서 설립)에 가입되어 있다.

세 번째로 George Dickel은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y)라는 이름을 만든 대표적인 위스키 제조업체다. 조니워커, 기네스로 유명한 세계에서 가장 큰 주류회사인 디아지오(Diageo) PLC가 소유하고 있다. 디아지오라는 말뜻은 dia(날마다), geo(어디서든). 날마다 어디서든 술 먹자는 말이다. 해석이 좀 심했나……

어쨌든 George Dickel은 설립자의 이름으로 1870년 처음 위스키를 생산했고 이 사람을 기리기 위해 상표명을 설립자 이름으로 등록했다. 조지가 죽자 그의 아내가 상속을 받았는데 1910년 테네시 주가 금주령을 내리자 인근 켄터키로 이사해서 위스키 공장을 유지했다.


[##_1C|1239496774.jpg|width=”254″ height=”371″ alt=”?”|대표적인 테네시 위스키. 또 다른 유명한 테네시위스키가 바로 잭 다니엘이다. <출처:http://cache.gawker.com/assets/resources/2007/12/dickel12-thumb.jpg>_##]
1933년 국가금주령이 해제되고 다시 공장을 열었고 1958년 테네시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조지 디켈과 더불어 테네시 위스키로 유명한 것이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잭 다니엘(Jack Daniel)이다.


천사의 몫을 남기는…


위스키를 좀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는 그 종류를 구분해야 하며 그에 따른 각각의 위스키에 대한 시음이 필요하고 시음노트도 마련해야 한다. 오늘은 위스키 구분과 종류에 앞서 위스키를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굳이 외우려 하지 마시고 가끔 생각날 때 찾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다.

1) malt(몰트): 맥주이야기 할 때 나온 단어. 맥아(麥芽:보리싹)
2) fermentation(발효)
3) distil(증류): distillery는 위스키 공장.
4) grain(곡물): 여기서는 보리를 제외한 곡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귀리, 밀, 수 수 등
5) rare malt(오래되거나 희소성이 있는 위스키)
6) single malt(보리만을 가지고 만든 위스키)
7) blended whisky(혼합위스키) : 보리로 만든 싱글몰트 위스키에 다양한 곡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 싱글몰트는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그레인 위스키를 만들어 섞음. 이 섞음이 예술이며 이러한 사람들을 Blender 혹은 Master라고 한다.
8) vatted malt(서로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싱글몰트를 혼합한 것)
9) cask(위스키 통)
10) maturation(숙성)
11) oak(떡갈나무) : 대부분의 위스키는 이곳에서 숙성이 된다. 최소 5년을 숙성시키며 이 기간 동안 위스키의 알콜도수가 낮아지게 되며 Oak 향이 위스키에 배게 된다. 보통 Oak Barrel(오크통)의 부피는 700리터 정도이며 실제로 5년이 지나면 알콜이 증발하여 5%-10%정도 양이 줄게 된다. 서양 사람들은 이 때 증발하는 위스키는 천사의 몫(the portion for Angel)이라 한다.

이외에도 맛, 향, 색 등에 따른 용어도 많이 있으나 오늘은 여기까지.

글_ 이용규 (희망제작소 기획1팀장)

[##_1L|1361290251.jpg|width=”120″ height=”88″ alt=”?”|_##]사북 석탄유물보존위 활동중이며 여우와 토끼 2마리를 키우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에 순결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더불어 살고 있다.
돈 한 푼없이 농촌에서 일주일 이상 살며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다. 가끔 공무원과 싸워서 물의를 일으키고, 또 가끔은 희망제작소에 금전적 손해를 입혀 Stone Eye라고 한다. 석탄박물관 근처에서 위스키에 대한 글도 쓰고 실제 장사도 하면서 유유자적 신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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