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가 찾아왔습니다. 2015년을 시작하는 여러분의 마음가짐은 어떤가요? 누구에게나 그렇듯 시작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반합니다. 2015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의 어느 날, 막 30대에 접어든 한 후원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저의 오랜 친구이자 희망제작소를 1년째 후원하고 있는 강근호 후원회원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까운 지인이라 인터뷰가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원회원 가입서 한 번 내민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후원회원이 된 이유도 궁금했고요.
최은영 공감센터 연구원(이하 ‘최’) :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상투적인 질문이지만 희망제작소를 어떻게 알게 됐어?
강근호 후원회원님(이하 ‘강’) : 당연히 너를 통해서 알게 됐지. 사실 시민사회단체나 비영리단체 쪽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태였어. 그러다 네가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지. 희망제작소가 사회 변화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최 : 좋은 일을 하는 단체를 알게 되더라도 후원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잖아. 왜 후원을 시작하게 됐어? 특히 후원을 시작했을 땐, 너 학생 신분이었잖아.
강 : 맞아. 당시 내 주머니 사정이 좋진 않았어. (웃음) 취업준비까지 하다 보니까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아. 하지만 사회 문제에 나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사람냄새 나는 곳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강했지.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싶었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후원이라 생각했지. 내가 직접 변화를 만들 순 없지만,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거지.
최 : 아, 감동인데? 고맙기도 하고! 아까 희망제작소의 다양한 사업들이 시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잖아.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 있어?
강 : 시니어 분들을 위한 활동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경험’이 가진 힘을 새삼 깨닫게 됐어. 은퇴하신 분들은 직접적인 노동현장에서 거리가 멀어졌을지 모르지만, 그분들이 쌓아온 역량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희망제작소는, 이 역량이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 쓰일 수 있게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어.
최 : 칭찬만 하니까 뭔가 쑥스럽다. 질문을 조금 바꿔야겠어. 희망제작소 활동에 아쉬운 부분은 없어? 이런 것을 했으면 좋겠다 싶은 걸 이야기해줘도 괜찮고.
강 : 최근엔 교육 혹은 청년문제와 관련된 활동에 관심이 생겼어. 아무래도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 또 나는 희망이 ‘꿈’과 연관 깊다고 생각해.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확실해. 하지만 무언가에 대해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게 희망이 되는 것 같아.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그 꿈을 꿀 수 없는 곳 같아. 아니, 있더라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아. 특히 청년들에게 말이지. 우리 또래 친구들만 봐도 다들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잖아. 나 또한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오는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지.
최 : 하지만 그게 그 친구들의 잘못은 아니잖아?
강 : 당연하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지. 88만원 세대, 중규직 등 요즘 청년들에게 붙는 수식어를 보면 서글프더라. 나는 희망제작소가 이런 수식어를 걷어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 청년들이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거지. 또한 자신만의 인생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를, 더 나아가 ‘다양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해. 우리는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일하고 즐기잖아. 그렇기 때문에 다른 생각과 행동에 대해 유난히 엄격해지기 쉽고 말이지. 그러다보면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나 누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 사실 인생은 수학공식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닌데 말야.
최 : 지금 네가 잠시 쉬고 있는 것도, 인생의 방향을 찾기 위한 건가?
강 : 응.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남들 하는 대로 취업부터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누구도 나 대신 삶을 살아주진 않잖아.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됐어. (웃음) 사실 나라고 왜 안 불안하겠어. 부모님께 많이 죄송하기도 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희망제작소가 이런 불안감을 없애줬음 좋겠어. 덧붙여서 청년들이 모여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더 좋을 것 같아.
최 : 이제 30대에 들어섰는데, 소감이 어때?
강 : 뭔가 더 어른스러워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겨. 하지만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30대에는 좀 더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그러다보면 내가 정말 원하고 꿈꾸는 삶과 미래를 만들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편하고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인터뷰였습니다. 특히 청년들에게 붙는 수식어가 ‘꿈’과 ‘희망’이 아닌 ‘88만원 세대’, ‘중규직’ 등 어둡고 불안 가득한 단어라는 사실에 마음이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무거워졌습니다. 강근호 후원회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2015년 희망제작소는 이런 부정적인 수식어를 걷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광복 100주년, 대한민국의 상상>프로젝트입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지 20대 청년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모여 스스로 답을 구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함께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나 자신과 가족, 친구, 이웃들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직접 상상하고 만들어보는 것이지요.
인터뷰 및 정리_ 최은영(공감센터 연구원 bliss@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