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일과 성장’을 도모하는 우리의 자세

– ‘2014 한독도시교류포럼’ 기획노트 1

제4회 한독도시교류포럼이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과 시흥에서 열립니다. 희망제작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지난 3년간 매년 한국과 독일 지방도시의 좋은 사례를 나누는 포럼을 열어왔습니다. 올해는 ‘청년의 일과 성장, 지역과 사회에 묻다’라는 제목으로 독일과 한국의 직업교육 사례를 공유합니다.
기획을 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직업교육’이라는 딱딱한 말이 가지는 어감 때문에 이번 포럼이 자칫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일자리 문제는 기업이나 정부가 할 일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어떻게 대중과 만날 것인가.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포럼을 만들기 위해서 앞으로 2회에 걸쳐서 이 주제와 기획 과정에 대해서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미지출처:BIBB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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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청년의 일과 성장을 논하는가?

“청년들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쓴 현상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 사무소의 프리드리히 폴만 전 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올해 2월, 포럼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대한 이슈가 무엇인지’ 논하는 자리였다.

“정치 엘리트들에게 청년이 직접 의사를 전할 공식적인 통로가 없다는 걸 보여준 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 청년실업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인식되는데,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영역으로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적 영역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열악한 지위가 정치적·사회적인 입지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독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통일 직후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통일 비용이 많이 투입됐고, 실업률은 높았으며, 청년들은 대학 졸업 후 일자리도 얻기 어려웠다. 특히 구 동독지역의 실업률이 높았다. 많은 청년들이 사회에 관심이 없었고, 더불어 청년의 사회적 입지와 발언권이 낮았다. 독일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구 동독지역의 실업률이 예전 서독지역보다 높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전반적인 경기도 양호해져서, 독일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오스트리아와 함께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원인으로 교육이 꼽히고 있다.

90년대에는 국내에 일자리가 부족해서 독일 기술자들이 해외로 나갔다면, 이제는 당당한 전문가가 되어 국내로 들어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독일 경제가 굳건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이들 덕분이라고 한다. 그 바탕에는 학업과 더불어 직업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탄탄한 ‘이원화 제도’가 있었다.

이미지출처:BIBB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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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평생 동안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향상교육(재직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 향상교육은 구 동독 출신의 노동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독일의 직업교육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 사민당의 싱크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와 희망제작소는 지난 3년 동안 매년 ‘한-독 도시교류포럼’을 열어왔다. 독일에서 전문가를 초청해 양국의 지역 사례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 포럼의 주제를 정하기 위해 ‘한국사회가 지금 가장 관심을 기울일 주제는 무엇인가?’를 논했고, 우리는 단번에 ‘교육을 통한 청년의 일과 성장’이라는 점에 의견이 일치했다.

청년허브가 품고 있는 한국형 일터 기반 학습사업을 만나다

한국에서 이 주제로 협력할 지역 파트너를 찾았다.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센터(이하 ‘청년허브’)에서 흔쾌히 화답했다. ‘청년이 동료를 만나 서로 협력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울시의 중간지원조직인 청년허브는 청년에게 맞는 일자리 정책을 만들고, 일을 통해서 청년의 성숙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청년허브에서는 학업과 함께 직업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일과 사회를 배워가는 독일의 이원화 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일터에 기반을 둔 학습을 한다는 뜻에서 ‘일터 기반 학습(work-based learning)’ 또는 ‘일 학습 병행제’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미지출처:청년허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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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청년 일자리 정책은 산업계의 요구에 맞춰 직능훈련을 받은 청년을 양성하거나, 청년의 적성과 존재양식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성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데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의 일터 기반 학습에는 중요한 철학이 있다. 청년에게 일자리는 단지 돈벌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만나고 사회를 배워가면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관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청년허브는 지난해부터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을 진행해왔다. 청년이 최대 11개월간 비영리기관,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NGO 등 50여개 사업장에서 해당분야에 대한 프로젝트와 실무경험을 쌓도록 하는 일이다. 청년허브는 사업장을 모집하고 참가자를 선발해서, 교육훈련을 지원하며, 참여자의 진로설계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업장과 청년이 모두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지만 청년허브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일터 기반 학습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안정적인 제도로 만들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을까?’

우리는 한독도시교류포럼을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며, 기존의 근시안적인 청년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상상해보기로 했다.

이미지출처:청년허브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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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묻고 싶은 몇 가지

예쁜 꽃도 토양이 다르면 피어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많은 기관, 공무원, 연구자들이 독일의 좋은 사례를 연구하고 한국에 가져와서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세우고, 한국형 일 학습 병행제 등을 도입했다.
독일의 사회적 토대는 한국과 확연하게 다르다. 독일의 성공 사례가 그대로 우리 것이 될 수는 없다. 이 포럼을 통해 우리에게 맞는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질문이 필요할 것이다.

포럼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독일에 묻고 싶은 점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한국 정부는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의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일터 기반학습(work-based learning)을 도입하여 ‘일 학습 병행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가 한국에서 잘 작동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요?

둘째, 사회보장이 취약한 한국 사회에서는 소득을 보장해줄 일종의 보험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지만, 졸업자의 절반가량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발달한 고등교육제도를 활용하면서, 청년 노동자들이 직업훈련을 통해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숙련도를 갖추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셋째, 교육훈련을 통해 노동자의 기술과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습니까? 직업훈련정책을 설계할 때 기업이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은 무엇이 있습니까?

넷째, 한국은 직업훈련 교육제도를 산업계의 욕구에 맞추다 보니 직능교육에만 머물고 있습니다.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강조하려면 일자리 정책이 ‘사람’을 중시하여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직업훈련교육은 사회복지나 평생교육과도 연계되는 것 같습니다. 독일 일자리 정책에서 사람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포럼에는 이런 궁금증에 답을 줄 수 있는 각계 전문가들을 섭외했다. 독일의 직업훈련 시스템 전반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패널로 독일 교육연구부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했던 전 고위 공무원, 산업계와 노동계가 협력하여 만든 직업훈련 교육프로그램의 실제를 보여줄 직업훈련기관 아겐투어 쿠(Agentur-Q), 그리고 지역에서 청년의 일터 진입을 돕는 시스템을 잘 일궈낸 헤센 주 전문가를 초청했다.

독일 초청기관과 서울 청년혁신일자리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주에 이어진다.

글_ 우성희 (뿌리센터 연구원 sunny02@makehope.org)
     이남표 (뿌리센터 위촉연구원 smond@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