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문제와 만나기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이 모여 의제와 정책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는 목민관클럽 정기포럼. 이번 민선7기 제16차 정기포럼에서는 <2030 청년세대 이해와 지방정부 청년정책 방향 모색>이란 이름으로 ‘청년’을 다뤘습니다. 정책 이행자부터 연구자, 당사자까지 함께 모여 ‘청년’에 대해 나눈 다양한 관점과 사례를 전합니다.

📌청년정책은 모두를 둘러싼 삶의 여건과 환경을 바꾸는 것

‘청년’과 ‘문제’, 모호한 두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여 정책을 끌어낼까요? 시작은 ‘한국 청년의 삶’을 다양한 지표로 분석한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표였습니다. 청년들이 무엇을 왜 고민하는지 들여다봄으로써 정책의 방향을 제언했는데요.

먼저 청년의 고민거리를 주제로 2002년과 2020년의 만 19세부터 24세에게 실시한 통계청 사회조사 자료를 보면, 2002년에는 8.6%에 불과했던 일자리(직업/취업) 고민이 2020년에는 40.3%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합니다.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이 일자리라니, 일자리만 해결하면 청년정책은 성공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생각하는 행복 조건의 1순위는 2017년 이후 쭉 재산/경제력이 차지했고, 직업/직장은 낮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유사한 결과를 보였는데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고민함에도 일자리가 행복을 보장한다는 신뢰는 없으며, 그 이유는 일자리가 재산이나 경제력과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년의 소득과 자산은 꾸준히 줄어들고 부채는 증가해왔는데요. 부채는 전 연령대가 늘어났으나 2030의 증가폭이 가장 큽니다.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청년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이와 연결됩니다.

청년에게 정책 수요를 물어본 결과 역시 현 정책의 방향성과 차이를 보입니다.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정책은 일자리 직접 제공, 주거 공급/지원, 소득 지원입니다. 반면, 2019년 국무조정실에서 시행한 ‘청년 정책수요조사’의 응답 1,2순위는 각각 ‘인권경영(갑질 근절)’과 ‘안전한 노동환경’이었습니다.

또한 모든 영역에서 청년정책의 필요성을 가장 많이 느끼는 연령대는 사회 첫출발 시점인 20대 초반인데, 이들을 위한 정책은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향이 맞지 않는 정책은 낮은 정책 수혜율로 이어집니다. 중앙정부의 청년정책 예산이 20조가 넘는데 청년 10명 중 1명 정도만 체감하는 정책을 하고 있다지요. 여기에는 ‘원스탑 서비스’인 선진국과 달리 산파된 한국의 전달체계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은 지표는 청년문제 밑바닥에 생존권과 연결된 불평등이 자리함을 보여줍니다. 청년정책이 단순히 청년에게 일이나 집이나 돈을 주는 차원을 넘어 노동과 삶의 환경을 바꾸는 차원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지역과 환경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내기 위한 연구와 실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어진 발표는 이러한 노력의 일례를 보여줍니다. 이다현 희망제작소 연구원이 지자체 연구용역으로 진행한 부천시와 울산 울주군 비교 사례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의 서로 다른 정책 수요를 정리하고 이에 따른 정책 방향을 제언했는데요. 일자리, 주거, 이주 계획, 부채와 금융, 교류, 건강과 같은 항목별 질문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비슷한 듯 다른 응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내 주요 일자리나 환경에 따라 답변이 달라졌습니다. 청년의 정치 참여 과정 단계 또한 달랐는데요. 부천시는 이미 안정화되어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이나, 울주군은 참여 통로와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출, 청년의 정치 참여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였습니다. 두 지역의 비교 사례는 각기 다른 지역과 환경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 접근과 정책의 수립·이행 단계에 걸맞은 청년의 목소리 반영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 누구나 “마음의 안전벨트”가 필요해

포럼의 다음 세션은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의 진형익 대표와 목포 ‘괜찮아 마을’ 기획운영단체인 공장공장의 홍동우 대표가 나와주셨는데요. 진형익 대표는 주로 ‘투자 현상’이나 ‘이대남(이십대 남자) 현상’ 등으로 소환되는 청년세대의 특징에는 사회구조적 원인이 있으므로 현상의 겉면이 아닌 원인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괜찮아 마을’은 이러한 원인 중 하나를 ‘실패하면 그걸로 끝인, 돌아갈 곳이 없는 청년의 위치’로 분석하여 만든 공동체 사례였는데요. OECD 국가 중 우울증 처방 비율 꼴찌,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한국에서 특히 2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을 보고 “마음의 안전벨트”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말은 큰 울림을 남깁니다.

청년들이 모여 공유 주거지와 업무공간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마을의 이름이 ‘괜찮아’인 것은 이러한 취지를 잘 보여주는데요.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5년마다 바뀌는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으려 했다는 당돌한 발언은, 지방 정부에 ‘지속가능한 청년정책’이라는 과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당사자가 체감하는 현상의 원인을 호소하고 해결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두 남성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적 고민과 실천 방향을 부분이나마 접한 자리였습니다.

▲ 온라인으로 개최된 민선7기 목민관클럽 제16차 정기포럼 현장

📌 각 지역 행정의 노력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각 지역구의 노력과 고민을 공유했습니다. 발표의 공통 핵심이었던, 청년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하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중요성을 지방정부 역시 알고 있었는데요.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청년정책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청년 조직화에 힘쓰는 것이 일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부산 동구는 ‘스페이스 뱅크’를 통해 빈집을 청년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목포 ‘괜찮아 마을’과 같은 청년마을만들기사업에 올해 지역 청년들이 응모하여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대전 대덕구 역시, 정책의 방향과 청년의 요구 간 괴리를 좁혀보고자 청년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고, 시청의 방치된 공간을 리모델링해 청년 벙커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은 예술인이 많이 사는 종로, 집값이 비싼 송파 등 각 지역구의 특성에 맞춘 지역 정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의,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정책과 사회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각 지자체의 모습을 엿본 시간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요즘 것들은 문제’였다고 합니다. 문제에는 답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사회적 문제의 대상은 곧 해결의 주체가 되기도 하지요. 2021년, 전 세계의 ‘요즘 애들’은 ‘MZ세대’라는 이름으로 제법 주목받는 듯합니다.

‘MZ세대’가 대상인 한국의 청년정책은 청년기본법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통해 이제 막 본격적인 법적 근거를 갖추었습니다. 정책이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담으려면 뭘 해야 할까요? 행정은 정책의 대상이자 주체인 청년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목민관클럽의 16차 정기포럼은 청년, 연구자, 지방정부가 모여 고민과 성찰, 노력의 현장을 나누며 답의 실마리를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 글: 홍한솔 기획팀 연구원 hansol@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