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이 품은 ‘로컬 크리에이터’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청년 정책’ 관련한 현수막이나 홍보 포스터를 종종 마주합니다. 희망제작소가 청년 정책을 연구해온 만큼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중앙정부와 지자체 홈페이지를 훑어보면 이렇게 많은 청년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과연 청년들이 제대로 알고 지원을 받고 있을까 물음이 생깁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다양한 청년 정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에 따라 교육, 복지, 문화, 일자리, 주거, 참여/권리 분야에 속하는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죠. (1편 : 청년 정책, 어디부터 찾아볼까?)

이러한 청년정책은 청년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정보 취득의 어려움, 복잡한 정책 지원 등이 장애물로 꼽히죠.

무엇보다 청년정책 수립 시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가도 쟁점입니다. 청년을 정책 수혜 대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정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참여와 권리의 이양이 요구되고 있죠. (2편: 사회혁신과 청년의 역할은?)

‘사회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공공, 기업, 시민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참여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도 청년 정책 수립시 ‘아이디어 제공자’에서 ‘아이디어 가공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청년정책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청년정책 지원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지역소멸의 위기가 심각한 만큼 청년 정책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완화를 비롯해 단순히 특정 지역을 오래된 지역으로 치부하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이야기’를 품은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청년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는 건데요. 청년정책과 청년의 역할을 살펴본 데 이어 구체적으로 청년정책과 로컬 크리에이터의 현재를 짚어봅니다.

🔎 로컬크리에이터, ‘오래된 낡음’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로컬크리에이터(local+Creator)는 지역의 고유자원을 활용해 혁신적인 창업행위를 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말합니다. 요즘 신문 기사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를 종종 찾아볼 수 있죠.

고유자원에는 지역 원도심의 유휴공간, 지역 특산품, 지역 역사·문화적 요소가 포함됩니다.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양극화된 지역간의 차이를 줄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끄는 혁신 인재로 역할을 꾀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2020년부터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을 운영 중입니다.

창업진흥원이 전담기관을, 전국 6개 권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해 실질적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예비 창업자나 업력 7년 이내의 창업자를 대상으로 전체 사업 예산은 100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에 총 250개팀이 선정되었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예비창업자의 경우 최대 1천만 원, 기창업자의 경우 최대 3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과 교육, 네트워킹, 성과공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역량 강화 지원을 받았습니다.

🔎 로컬과 로컬크리에이터를 바라보는 시선

이처럼 정부에서도 ‘로컬’과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정책을 청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로컬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로컬에 대한 크고 작은 관심이 이어졌지만, 지난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로컬’을 다시금 들여다보게 했는데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집 밖을 나가길 꺼려 하면서 ‘생활권’이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할 땐 인구가 밀집한 곳이 아닌 지역으로 잠시 쉼을 가지러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모종린 교수는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생활 문화 정체성이 형성되는 단위이자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생활권 동네나 도시’로 로컬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정체성 커뮤니티는 직주락(work, live, play) 일체 지역에서 가능하고, 일상의 문화가 라이프스타일 문화, 도시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 건데요.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역의 골목과 동네의 오래된 문화를 새롭게 해석하는 로컬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박민아 박사(연세대 국제대학원원)도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주목합니다. 로컬에서 ‘힙’한 직주락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로컬크리에이터’라는 것입니다.

그는 “도시문화를 창출하는 주체는 예술가, 창조계급, 플레이어, 창조적 커뮤니티, 건축물, 어메니티와 어반 신 등이 있지만, 이중에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오프라인 기반의 생활문화생산자로 가능하며 오프라인의 문화적 정체성에 기여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 로컬과 로컬을 연결하는 스타트업 <비로컬>의 김혁주 대표는 ‘로컬’을 다양한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로컬’은 지역을 의미할 때도 있고, 그 지역이 지닌 독특한 경험과 제품 혹은 로컬 크리에이터를 만나는 여정이 될 수도 있는데요. 핵심은 날이 갈수록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일상의 다변화와 다양성 속에서 ‘나다움’의 지향점을 찾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으며, 그 선두에 로컬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각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의 활동은 일반인 누구나 색다른 경험이나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내가 속초에 여행을 갈 때 리조트에 지내기보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만든 ‘소호259 호스텔’(로컬다이버 인터뷰 읽기)에 머물며,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하거나 동네 구석구석에 위치한 문우당 서림과 동아서점을 둘러볼 수도 있고요.

또는 여행 도중 잠시 일을 해야 한다면,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기보다 로컬 크리에이터 웨이브컴퍼니의 공유 오피스 ‘파도살롱’(로컬다이버 인터뷰 읽기)에서 업무를 살펴보는 게 나만의 스타일로 휴가를 보내는 방법일 수도 있죠.

일각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를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선 청년과의 공생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역 소멸 속 청년이 지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청년 정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의 지역살이가 정주인구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청년의 지역살이 실험을 통해 해당 지역의 주변부부터 먼 곳의 사람들이 ‘그 곳’을 가보고 싶어하는 관계인구를 늘린다면 어떨까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 새로운 활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 참고자료
박민아, 로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찾다 : 로컬크리에이터와 로컬문화, 월간 국회도서관, 2021.09.
김혁주, 로컬의 시대, 새로운 로컬의 자리는 어디인가?, 월간 국회도서관, 2021.09.
중도일보, 중기부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 ‘세종시삼십분’, 2021.11.29.
중소기업뉴스, 중기부, ‘지역가치 창업가(로컬크리에이터)’ 협업과제 18개 선정, 2021.8.18

-글: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