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진짜로 풀어야 할 문제는…

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1월 9일 토요일, 희망제작소가 청소년들과 지난 몇 달 동안 함께했던 청소년 사회혁신 프로젝트 ‘ㅇㅇ실험실’ 최종발표회에 참석했습니다.
청소년들이 팀을 이루어 진행한 사회변화프로젝트 결과를 들으며, 문득 그리스 신화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리스학의 대가인 유재원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글에서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관련 글 보기)

제우스가 모든 동물에게 재능을 한 가지씩 나누어 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실행하기로 한 에피메테우스는 실수로 인간에게 줄 재능을 남겨두지 않고 모두 다른 동물들에게 나누어 주고 맙니다.
곤경에 빠진 에피메테우스를 돕기 위해 형 프로메테우스가 나섭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지혜와 불과 정치를 훔쳐 인간에게 주려고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지혜와 불을 훔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정치를 훔치는 데는 실패하고 맙니다.
인간은 결국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지혜)과 도구를 만드는 능력(불)은 갖추게 됐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정치)은 받지 못하고 맙니다.
역설적으로 여기서부터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시작됩니다.
신이 주지 않은 능력인 ‘정치’를 인간들 스스로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필요하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주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며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가치입니다.
신이 능력을 내려주지 않아,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갈등과 반목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드는 시스템은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는 관심과 참여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두는 시민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는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ㅇㅇ실험실의 청소년들은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기 위해 참여에 나섰습니다.
‘씨알콘서트’팀은 시민과 함께 사회문제를 토론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조사부터 운영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모두 해냈습니다.
‘커북커북’팀은 책 정거장을 만들어 책을 공유하는 ‘버추얼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이웃들끼리 서로 필요하거나 소개하고 싶은 책을 나눠 보는 실험이었습니다.
‘행복한 동물원 만들기’ 팀은 동물복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직접 동물원에 방문해 조사를 마치고, 올바른 관람문화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제작해 배포하려 합니다.
‘호프집’팀은 쪽방촌의 주거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에 충격을 받고, 그분들의 자립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입시’라는 설국열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세상이 이렇게 넓고, 내가 그린 장래가 정말 협소했다’고 깨달으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기대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배움도 얻었을 겁니다.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청소년이 시민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시민이 모여 미래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씨알콘서트’팀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교육 문제를 토론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민주주의 문제로 귀결되더군요.”
다른 학생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제집 속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려움 속에서 한층 성장한 것 같아 기쁩니다.”

맞습니다.
청소년들이 진짜로 풀어야 할 문제는 문제집 안에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수록,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능력을 키울수록 미래의 희망은 더욱 커질 겁니다.
ㅇㅇ실험실이 사회혁신프로젝트면서 민주시민교육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 2016년은 희망제작소가 세상에 발을 내디딘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시대에 희망제작소가 왜 필요한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음 글을 보시고 희망제작소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의견 주시면 적극적으로 논의하겠습니다. (관련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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