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나고 난 뒤

시니어의 사회공헌 아이디어를 시니어와 청년이 함께 직접 실행해보는 축제의 장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이 지난 9월 28일 결선대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시니어와 청년이 10주간의 실행기간 동안 나눈 고민과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 시니어의 속사정

한여름 밤의 축제

무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여름. 나는 그 여름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지냈다. 시작은 이렇다. 성북동 명소의 영어 문화콘텐츠 개발 아이디어 실행 계획서를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아이디어 공모에 제출했다.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막상 실행 아이디어로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도 잠시…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최상의 영문 콘텐츠 웹 사이트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더군다나 알지도 못하는 나이 차이가 50년이나 나는 대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이고 그들은 Doer이며 시니어는 아이디어 제안자라니? 솔직히 말해서 ‘할까 말까?’ 며칠간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주사위는 던져져서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차츰 일에 빠져 들었다. 명소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찾고 생각을 정리하며 영어로 표현하는 성취감과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평생 하던 일의 연장이었고, 그 일의 깊이를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파고드는 작업이 즐겁기만 했다. 뽕나무 46그루, 푯말 그리고 홍살문밖에 없는 선잠단지. 글을 쓰면서 한반도에서 잠업이 시작된 시기와 한국 잠업이 다른 나라에 전래된 경위를 알게 됐다. 작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본 다큐멘터리에서 한 세기도 훨씬 전, 세계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조선왕조의 실크를 보고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치 필요할 때마다 누군가 나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느낌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영어와 씨름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우리 팀 청년들은 좋은 사진 자료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웹 디자인을 맡은 청년은 디자인 구성을 고민했다. 자료 검색과 영문 작성을 병행하지 못해서 미안했지만, 영문 작성은 1, 2 년에 습득되는 일이 아니어서 시니어인 나의 몫이었다. 두어 달 안에 프로젝트를 끝내야 했고 콘텐츠는 웹 디자인을 위해 1달 전에 넘겨야 했는지라 한여름의 밤을 마치 꿈처럼 일에 매진해야 했다.

결선을 준비하면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나는 ‘꽃보다 할배’를 청년들은 ‘설국열차’를 떠올렸다. 이것이 우리의 ‘다름’이었다. 그런데 세대공감의 공감은 결코 ‘같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차이가 인생을 더 맛나게 하는 게 아닐까. 설국열차로 세대공감의 의미를 담아 결선 발표장을 즐겁게 만든 청년들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 경험이 씨앗이 되어 미래에 좋은 열매를 맺기 바란다. 1등상을 탔으니 이 또한 영광이 아닌가!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힘을 얻은 나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케이스토리(KStory)라는 영문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체를 설립했다. 한국의 명소는 물론, 한식, 축제 그리고 현재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나의 새로운 꿈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글_ 김숙현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

▲ 주니어의 속사정

여름보다 더 뜨거웠던 프로젝트

<시니어드림페스티벌>이 막을 내린 지 몇 달이 훌쩍 지났지만, 그 10주간의 여정은 청명한 가을하늘 만큼이나 선명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햇볕이 내리쬐던 무더운 여름, 우리 팀의 청년DOER들은 성북동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설렘과 기대감을 안고 아이디어를 제안한 시니어 선생님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상보다 높은 연세의 시니어 선생님의 등장에 반가움과 함께 당혹감이 교차했다. 서너 살 어린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세대차이를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나이 차이가 50년에 가까이 나는 시니어 선생님과 얼마나 높은 세대의 벽을 마주할까!’걱정이 앞섰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프로젝트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달라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당시에는 이러한 대립이 세대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세대차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커졌다. 그런데 세대차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면, 서로가 다른 세대 속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현상을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그것이 갈등의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이러한 갈등은 자주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사그라졌고, 우리는 그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다

개인적으로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서 얻은 바가 매우 크다. 멀게만 느껴졌던 시니어 세대와 직접 마주하면서,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나도 모르게 쌓은 세대의 벽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세대의 벽뿐만? 아니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른 마음의 벽들은 무엇이 있는지 되돌아보았다. 어쩌면 나 스스로 내 자신을 그 벽 안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마음의 벽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그 벽을 넘고 어떤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시니어드림페스티벌>과 함께한 10주간의 여정은 짧다면 짧은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내게는 어떤 청년에서 어떤 시니어가 되어 미래의 청년들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질 수 있었던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 10주 동안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집필에 집중하셨던 김숙현 선생님의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나와는 다른 분야에서 능숙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내 역량의 한계를 느끼고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우리 히든텔러팀에게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시니어드림페스티벌>에 참여하여 세대공감 사회공헌 프로젝트의 즐거움을 나누기를 바란다.

글_ 정진영 (시니어드림페스티벌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