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펀드로 함께하는 지역 만들기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한 이야기를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14) 커뮤니티 펀드로 함께하는 지역 만들기

지난 1월25일 오이타현에서 희망제작소 유시주 기획이사를 만났다. 다음 날 열리는 오이타현의 커뮤니티 펀드 <메지론 공창 응원 기금> 설립 기념 심포지움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서이다. 후원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희망제작소의 사례는 빈약한 기부 문화로 모금활동이 쉽지 않은 일본 시민단체들에게는 거의 경이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온천과 지열 발전소의 고장, 오이타현

오랜 일본 생활에도 불구하고 오이타현은 첫 방문이었다. 오이타현은 아마도 한국인들에겐 벳부 온천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할 것이다. 후쿠오카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산길을 2시간 정도 달려 벳부온천 가까이 오니, 여기저기에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른다. 일본인들이 ‘지옥’이라 부르는 간헐천에서 나오는 연기들이다. 과연 일본 제일의 온천 고장답다. 벳부 온천과 더블어 현중앙에 위치한 유후인 온천도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오이타현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온천수량과 용출량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지열 발전 또한 일본에서 가장 앞서, 현의 자연 에너지 자급율은 25.5%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총출력 11만kw로 일본 최대의 지열 발전소인 핫쵸바라발전소를 비롯해 3개의 대형 지열 발전소가 입지해 있으며, 대형 숙박 시설, 양식업, 하우스 재배 등에서 소형 지열 발전으로 소비 전력 자급을 꾀하고 있다.

풍부한 온천수를 이용한 관광산업은 오이타의 주요 산업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72%가 산림지역으로 풍부한 산림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중산간 지역에는 경지가 발달해 있고, 총 759km에 이르는 해안선을 지니고 있다. 정말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풍부한 자연 자원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목재 생산과 함께 히타 가구, 대나무 공예품, 소주를 비롯한 양조 산업이 전통적인 지역 산업으로 주민들의 생활을 지탱해 주었었다. 또한 오이타 앞바다에서 잡히는 방어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임업과 농업의 쇠퇴로 농가의 세대수가 총세대수의 11.4%、농가 인구수는 총인구수의 12.3%, 총생산량은 1.8%로 줄어들었으며, 일인당 현민소득 또한 229만엔(2009년 기준, 전년 대비 -9.4%감소)으로 전국 평균 279만엔(2009년 기준, 전년 대비 -4%감소)을 크게 밑돌고 있다.

시민 활동의 원동력 ‘메지론 공창 응원 기금’

지난 1월26일 설립 기념 심포지움이 개최된 <메지론 공창 응원 기금(めじろん共創?援基金)>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메지론’은 일본어로 동박새를 가리킨다. 오이타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새로 오이타의 마스코트로 지정돼 있다. 공창 기금이란 현민, 기업, 커뮤티티 단체가 함께 지역을 창조해 나가자는 뜻이다. 즉 지역의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시민 자원봉사 단체나 NPO, 사회적기업, 커뮤니티 비지니스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는 커뮤니티 펀드다. 기금 운영 단체로 <사단법인 오이타 공창 기금> 을 새로이 발족했으며, 이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해왔던 ‘NPO법인 지역 환경 네트워크’가 현의 위탁을 받아 설립?운영한다. 즉 대표적인 관설 민영 커뮤니티 펀드인 셈이다.

[##_Gallery|1348741541.jpg|(좌)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우)유시주 희망제작소 기획이사|1162310380.jpg|메지론 공창 응원 기금에 대해 설명하는 미우라 대표|1337336589.jpg|일본 규슈 지방에 위치한 오이타현|width=”400″ height=”300″_##]

미우라 법인 대표는 기금 설립 배경에 대해 “지난 4월부터 NPO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각 지역에 커뮤니티 펀드의 설립이 확산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즉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정부는 시민들의 복구 활동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공인된 NPO에 기부할 경우 일부의 기부 금액에 대해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NPO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는 공익 활동에 대한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어 미우라 대표 기부금으로 크게 3가지 조성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사업 계획을 밝혔다. 첫째, 지역적 과제를 테마로 사업 기획을 제안받아 그 경비를 조성하여  사업 운영 능력이 있는 NPO를 육성한다. 둘째, 신규 사회적기업, 특히 모델성이 높은 사업 기획을 지원한다. 셋째, 기부자가 지원 단체와 사업을 직접 지명하여 지원을 할 수 있게 도와 연계를 강화한다. 더블어, 자금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원 단체의 경영과 사업 운영에 대한 실무력을 키우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오이타현 관리, 현의회 의원, 풀뿌리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 약 100명이 참가했다. 많은 질문과 발언이 이어져 메지론 기금에 대해 시민들의 기대와 관심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메지론 기금으로 오이타현의 풀뿌리 시민활동이 한층 활발해지고, 새로운 커뮤니티 비지니스, 사회적기업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들이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마을을 일구는 사람들

포럼이 끝나고 호텔로 자리를 이동하여 간담회를 가졌다. 뷔페식으로 마련된 오이타현의 먹거리는 일본의 어느 지역에서 먹어본 음식보다 우리 입맛에 잘 맞았다. 뒤풀이에서 많은 분들이 희망제작소의 지역 만들기 운동과 시민들의 후원에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했다. 덕분에 나도 오이타현에서 지역 만들기에 땀 흘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날 만난 사람들을 포함하여 오이타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비지니스와 시민활동을 소개하고자 한다.
 
– 대나무의 변신 ‘죽락암(竹?庵)’

오이타현은 전국 제일의 대나무 산지이다. 예로부터 대나무 공예 또한 발달했다. 죽락암은 지역에 풍부한 대나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1998년 대표 모리타(森田)씨가 8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사업이다. 분고오오노시(豊後大野市) 마을의 한적한 숲에 직접 가마를 만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금속처럼 단단하며 전기도  고품질의 죽탄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5년부터는 죽탄으로 펜단트등 수공예 악세사리도 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가마가 있는 숲속 작은 집에서 죽탄과 악세사리 만들기 등의 체험 숙박 등의 그린투어도 실시하고 있다. 

[##_Gallery|1302887697.jpg|800도의 고온을 유지하는 흙가마|1157172930.jpg|페퍼로 광택을 낸 악세사리|1235038619.jpg|금속 오염제거에 효과적인 죽탄비누|1299245713.jpg|전자파 차단 효능을 가진 죽탄으로 만든 악세사리|width=”300″ height=”300″_##]
– 고대 식물을 살린 ‘주식회사 마을 만들기 자초(紫草)’

자초는 옛날부터 보라색 천연 염료로 쓰이던 식물이다. 지금은 화학 염료 사용이 늘면서 사라지고 있다. <고대 자초 소생 연구회> 의 히로세 대표는 고대에는 오이타현의 타케다시가 자초의 산지였으며 귀중한 황실 헌상품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고 일종의 로망을 느꼈다고 한다. 원산지였던 타케다시에서 자초를 소생시키겠다고 결심해 2005년 시와 협력하여 연구회를 발족시켰다. 연구회 맴버와 농가가 일체가 돼 도전한 결과 재배에 적합한 토양을 찾아 자초 소생에 성공해, 지금은 재배한 자초의 70% 이상을 수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염색 교실을 열고, 특산품 개발도 꾸준히 시도해 <색을 테마로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다.

[##_Gallery|1228076127.jpg|자초의 뿌리는 염료와 약초로 쓰인다|1153768537.jpg|자초 뿌리즙으로 염색을 하는 모습|1180452446.jpg|설립자인 히로세 마사히로|1095272927.jpg|주식회사 마을 만들기 자초 사무실|width=”300″ height=”300″_##]


–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Beens Factory’

가업으로 두부점을 운영하던 쇼지 켄이치(庄司憲一) 사장과 사원 12명은 지역 활성화와 농작물의 지산 지소, 지역 고용 창출을 위해 2004년 우사시에 콩가공 센터 Beens Factory(빈즈 팩토리)를 설립했다. 당시에는 마을에 콩 재배 농가가 별로 없었으나, 시와 함께 콩으로 전작을 하는 농가를 모집하여 콩 재배 단지를 형성하고, 가공 제조, 유통 판매까지 이르는 지역의 순환 경제 시스템을 마련했다.

[##_Gallery|1276271048.jpg|Beens Factory 공장과 직판장|1084664484.jpg|깨두부와 두부 푸딩 생산기계|1080444691.jpg|다양한 종류의 생산제품|width=”300″ height=”300″_##]
– 주부들의 손으로 움직이는 ‘사랑의 고장(愛の里) ’

산림이 풍부한 오이타현은 전국 제일의 표고버섯 생산지다. 이 표고버섯을 사용한 새로운 향토 요리를 개발해 지역 만들기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이 있다. 현의 지역 리더 교육을 계기로 농가, 찻집, 술 전문점, 이발소 등의 안주인들이 모여 만든 ‘혼죠(本庄) 생활 개선 그룹 사랑의 고장’이다. 어느날 표고버섯 재배 농가의 제안을 받아 개발한 표고버섯 요리 유키노코스시(雪ん子?司)가 새로운 명품 향토 요리가 되어,  2003년에는 공방까지 짓고 전국적으로 판매처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_Gallery|1197043638.jpg|사랑의 고장 사람들|1218802815.jpg|무, 표고버섯으로 만든 스시|1156875892.jpg|지역의 상점과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떡|width=”300″ height=”300″_##]
– 뒷골목 B급 맛집 ‘벳부 8탕 트라스트’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건조물을 자랑하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온천지 벳부. NPO법인 <벳부 8탕 트라스트>는 주민들이 벳부 온천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현재 약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있는 메뉴를 ‘벳부 뒷골목 B급 맛집’으로 소개하는 것도 활동의 하나다. 현재 22점포가 등록돼 있으며, ‘어느 가게나 꾸려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거기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맛이 탄생한다.’며 관광지의 특색을 살려서 벳부의 방문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맛을 소개하고 있다.

– 도시와 농촌을 잇다 ‘시라쿠사향의 꽃(華)’

<시라쿠사향의 꽃(華)은> ‘나눔의 온정이 깃든 시골 생활’을 슬로건으로 히타카시 백초 마을에서 활동하는 그룹이다. 타카하다(高畑) 대표를 중심으로 마을 주부 17명이 활동하고 있다. 예전부터 이 마을은 수확한 농작물 등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문화가 강하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의 문화를 지키고 전해주기 위해 2005년 발족했다. 현재 농업 체험과 민박,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_Gallery|1342025459.jpg|한국 그린투어리즘 방문단 맞이|1299564338.jpg|시라쿠사 지역 꽃 축제|width=”300″ height=”300″_##]
– 대나무숲을 지키는 시니어들 ‘이키이키 안심 오이타 ‘

‘이키이키’란 일본어로 ‘활기차게’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안심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오이타현의 시니어들이 뭉친 단체다. 지역에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에게 가리지 않고 지원의 손길을 뻗어주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지역의 중요한 산림 환경인 대나무숲을 보존하는 활동이다. 간벌 작업으로 대나무 숲을 가꾸고, 간벌재는 대형 분쇄기로 분쇄해 대나무 파우더를 만들어 농가에 공급한다. 밭에 뿌려 두면 살충작용을 한다는 것. 지역 대학등과 연계해 대나무 전지 개발 등 대나무  활용 방안을 찾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_Gallery|1232264072.jpg|대나무와 잡목의 간벌 작업 중인 회원들|1206098215.jpg|간벌한 대나무를 분쇄해 농가에 공급한다|1115382914.jpg|채취한 표고버섯을 나누는 지역교류 활동도 개최하고 있다|width=”300″ height=”300″_##]
–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라 ‘지역 환경 네트워크’

NPO 법인 지역 환경 네트워크는 건축가 미우라(三浦) 씨가 귀향해서 지역의 풍부한 삼나무 목재를 사용한 건축 카운셀링을 하던 중, 삼나무숲의 보전 활동과 환경운동에 뛰어들면서 만든 단체다. 2004년 설립해 숲의 보전과 에코 주택 보급 사업을 전개해 2006년부터는 정부의 지구 온난화 방지 센터 사업을 위탁받으면서 환경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어린이 환경 교육을 위한 핸드북과 스마트폰용 전자 서적 발급, 오이타현의 카본 크레지트 사업 등 시민, 기업, 자치체 등이 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되, 줄이기 곤란한 배출량은 크레지트를 구입하여 다른 온실가스 삭감 활동에 투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에코드라이브를 위한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환경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 오이타현으로부터 <메지론 공창 응원 기금>을 받아 운영하게 됐다.

글_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westwood@makehop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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