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 옛집에 젊은 직장인이 모인 까닭은

드디어 만났습니다.

지난 6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성북동에 위치한 작은 북 카페.
주말 아침 달콤한 늦잠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성북동으로 부지런히 길을 나섰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준비한 3040 직장인 미래상상 프로젝트, 그 첫 번째!  ‘퇴근 후 렛츠’가 시작되는 날이기 때문이죠. 오뤼여사, 묵묵히, 감동과 울림, 꿈도리, 윤썽, 바보아빠, 닌자, 그린, 빨간호박, 하나로, 두께, 막강은영, 왕뚱… 온라인 카페를 통해 이미 인사를 나눈 친숙한 ID의 주인공들이 하나 둘씩 나타납니다.

[##_1C|1332069149.jpg|width=”400″ height=”318″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퇴직을 몇 년 앞두고 있는 50대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46명의 직장인들. 이들이 바로 ‘퇴근 후 렛츠’의 주인공입니다.

“준비된 삶이 훌룡한 삶을 보장합니다. 지금쯤은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하고 있는 일, 삶이 어떤 단계에 와 있고,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보고,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이번 ‘퇴근 후 렛츠’가 바로 그런 하나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의 영상 메시지로 ‘퇴근 후 렛츠’는 본격적으로 막을 올립니다.

왜 최순우 옛집인가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중

이제는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의 배경보다 ‘외국 대사관이 많이 있는 곳, 고급 주택가, 성북동 맛집’으로 더 유명해진 성북동. 그 끝자락에 최순우 옛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 기부, 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확보해 시민주도로 영구히 보전ㆍ관리하는 시민운동입니다.”

송지영 학예사(최순우 기념관)의 설명에 모두 귀를 쫑긋 세웁니다.

최순우 옛집은「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 최순우(1916~1984)선생이 1976년부터 작고하실 때까지 거주하셨던 곳입니다.

최순우 선생은 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면서 박물관 기구 확충, 해외 순회전시, 조사ㆍ연구 분야 강화 등 한국 박물관계에 큰 업적을 남긴 분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담긴 글을 많이 쓰신 분입니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 대 지어진 근대 도시형 한옥으로 1990년대 들어 성북동 지역에 주택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한 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시민성금을 모아 매입해 2004년 시민문화유산 1호로 지정했고,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기 시작했습니다.

[##_1C|1274452903.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퇴근 후 렛츠’에서 성북동 최순우 옛집을 첫 코스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날의 진행을 맡은 희망제작소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남경아 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 최순우 옛집은 자칫 개발논리로 없어질 수 있었던 귀중한 문화유산을 시민의 힘으로 보전하고, 시민들의 후원과 기부, 자원 활동으로 지켜나가고 있는 의미 있는 곳입니다.  일상에서의 시민참여, 시민의식의 발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최순우 옛집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최순우 옛집을 퇴근 후 렛츠의 첫 코스로 선택한 이유입니다.”

그럼 성북동 옛길, 어떻게 더 재미있게, 유익하게 걸을까요?

* 먼저 각 모둠별로 재미있는 이름을 지어주세요
* 각 장소마다 최고의 포즈,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둠 사진 찍어주시구요. 일명 인증샷 한컷! 
* 도전~무한도전!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해설을 들어야만 풀 수 있는 ‘성북동 퀴즈’ 나갑니다. 작은 것도 놓치지 말고 구석구석
   천천히 숨은 보석을 찾아보세요.

자, 여러분도 한번 풀어보실래요?

*성북동의 옛이름이기도 하고, 현재 성북초등학교 부근 서울성곽 주변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무엇일까요?
*심우장 마당에는 80년, 90년된 아름드리 나무가 2그루 있습니다. 각각 어떤 나무일까요?
*최순우 옛집 매심사 우측마당에 있는 2개의 돌상을 무엇이라고 부르나요?
*길상사 찻집 이름은 무엇인가요?

간략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교육생들은 모둠별로 자유롭게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최순우 옛집 뒷마당 돌의자에 앉아 시원한 보리차로 목을 축이고, 자원활동가의 해설도 꼼꼼히 메모하면서 성북동 퀴즈도 열심히 풀어 봅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절이 있다니 놀랍다”며 길상사의 그늘아래서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고 청량한 공기를 크게 들이쉽니다. 심우장의 시원한 안방에 누워도 보고, 차와 향기가 가득한 상허 이태준 고택, 수연산방도 살짝 기웃거려 봅니다.

[##_1C|1107375636.jpg|width=”400″ height=”266″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쏟아지는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많이 걷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점점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가 지연스러워지고 편해집니다. ‘걸으면 배고프다!’  연탄갈비집, 만두집, 보리밥집, 왕돈가스집 등 성북동의 맛집 탐방도 빼놓을 수 없었지요.

이렇게 진행된 3시간의 성북동 걷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우리는 첫 강의를 위해 대학로 토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퇴근 후 렛츠’에서 제안하는 착한 소비 캠페인, 첫번째!

‘우리는 빵을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든다’는 신조로 유명한 위캔쿠키. 소비 하나도 똑소리나게 하는 직장인이 됩시다! 퇴근 후 달려올 직장인들을 위해 ‘퇴근 후 렛츠’에서는 간식 하나 하나도 신중히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 날의 교육 일정은 위캔쿠키 시식으로 시작했지요.

생물학자가 말하는 미래사회

‘퇴근 후 렛츠’ 첫 날 교육은 세계적인 생물학자이면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을 강조해온 조금은 별난 학자,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강의로 이루어졌습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에서 출발해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풀어내는 접근법이 인상적인 강의였습니다. 최재천 교수의 강의는 자타공인 노트필기의 달인, ‘웃어라 훈’님께서 정리해 주셨습니다.
 
여자의 완경기(폐경기)는 50살 전에 온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암컷은 50세 이후에는 출산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서 100세를 바라본다. 이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고유의 특징이다.

다른 어떤 동물들도 번식 후에 50년을 더 사는 종은 없다.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새끼들을 놓고 기르고 얼마 후에 곧 죽는다.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이 특징이 진화론적으로는 어떤 의미일까? 왜 우리 인간만 이렇게 진화하였을까?
       – 강연 후기 중

강연후기 원문보기

‘웃어라 훈’(본명:이정훈)님은 IT 엔지니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입니다. 책 안 읽고 와도 괜찮은 독서토론 모임 ‘백권가약’ 상상모임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나중에는 좋아하는 책 관련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픈, 그래서 지금부터 사업계획서도 작성해 놓은 꿈돌이 직장인입니다. ‘직장인 중에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 참고 살아라’ 이런 뻔한 이야기 말고, ‘돈’이 다가 아니다 라고 응원해 줄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소박한 동기를 갖고 이번 교육에 등록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_1C|1334493532.jpg|width=”400″ height=”300″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_##]아,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칠뻔 했네요.

성북동 퀴즈, 우승의 영광은? 연장전까지 간 치열한 접전 끝에 ‘룰루랄라’ 모둠이 차지했답니다.
선물은 희망제작소 인기 책자모음세트!

각 모둠 이름도 아주 재기발랄합니다.

1조 무한렛츠 / 2조 해피투게더 나모 / 3조 룰루랄라
4조 승승장구 / 5조 핸드인 핸드 / 6조 ‘길찾기’의 달인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시작한 ‘퇴근 후 렛츠’의 첫 날, 이렇게 마쳤습니다. 이 날 일정이 끝난 후 온라인 카페도 만들어서 활동을 시작했고요.

퇴근 후 저녁시간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공간도 제약이 많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하나하나씩 풀어나가겠습니다.

그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좁은 틀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시대 지성들이 던지는 화두를 새겨보고, 10년 후 미래사회를 미리 들여다보려합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나누는 가운데, 잊혀져 가고 있던 직장인들의 작은 ‘꿈’ 하나가 다시 샘솟게 되지 않을까요?
 
월요일 아침에도 즐겁게 눈을 뜰 수 있는, 그런 행복한 직장인이 되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 봅니다.


글_
시니어사회공헌센터 남경아 연구위원 (msnka@makehope.org)
사진_ 시니어사회공헌센터 김돈회 연구원

시니어사회공헌센터 사이트 바로가기

● 퇴근 후 렛츠 글 목록
   1. 최순우 옛집에 젊은 직장인이 모인 까닭은
   2. ‘직장인 루덴스’는 안되나요

Comments

“최순우 옛집에 젊은 직장인이 모인 까닭은”에 대한 7개의 응답

  1. 티눈 아바타
    티눈

    안봐도 보일듯 말듯, 재미난 하루였겠네요…

  2. 조원봉 아바타
    조원봉

    꽉꽉 채워진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게 행복일까요? ^^

  3. 바보아빠 아바타
    바보아빠

    퇴근후 렛츠로 아침이 상쾌합니다.
    그치만 고생하시는 스텝 연구원분들 늦은 퇴근으로
    찌뿌둥 하시겠죠?

  4. 가해 아바타
    가해

    성북동 한바퀴* 오랜만에 이런 걷기를 해본 것 같아요!!!
    땀삐질 나와도 즐거웠습니다**

  5. 두께 아바타
    두께

    즐거운하루였습니다. 일정이 너무 잘 짜여져 있어 스텝 여러분들의 노고가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계속되는 퇴근후 렛츠의 프로그램이 기다려 집니다. 마니 마니…

  6. 석상열 아바타
    석상열

    퇴근후 레츠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 눌목 아바타
    눌목

    으~부럽습니당~ 지방에서는 으째 안될까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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