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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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희망제작소는 지난 5월 22일 목요일 한국 언론학회와 공동으로 ‘공동체라디오 정규사업 도입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올 8월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공동체라디오 시범사업의 종료와 정규사업의 시작을 앞두고 지금 지역에서는 관련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방통위의 공동체라디오방송 주파수 정책과 공적지원에 관한 정책은 정규사업 희망자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익을 실현하는 매력적인 뉴미디어

이 날 토론회에는 지난 3년간 시범적으로 공동체라디오를 운영해 왔거나 신규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 관계자들, 그리고 주무기관인 방통위의 담당 사무관, 공동체라디오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학계인사 등이 두루 참여하여 폭넓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먼저 성서 라디오공동체의 정수경 대표는 ‘공동체라디오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역사에 없었던 저비용 고효율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미디어’ 라고 정의했다. 정 대표는 지난 3년간 시범사업의 성과에 대해 자긍심을 나타내면서 공동체라디오의 개념과 의의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방송국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낮은 출력과 열악한 운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라디오는 장애인 ? 노인 ? 어린이 ? 청소년 ? 이주노동자 ? 성소수자 등 기존 방송에서 소외된 계층들의 방송접근권을 신장시키고, 지역공동체의 의제를 발굴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쌍방향 소통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인력계발의 창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시범사업자들이 쉼없이 주장해 온 내용이 공적 재정 지원의 필요성과 출력증강의 문제이다”

정 대표는 최근에 정부 조직개편과 방통위 내부의 업무조정으로 인해서 논의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당초 8월로 예상하였던 신규사업 시작이 불투명해지고 정식사업과 동시에 출력이 증강될 것이라는 시범사업 도입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방통위원회가 (구) 방송위원회의 정책을 그대로 이관하면서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신규사업과 기존 시범사업자가 시작하는 정식사업 모두 지원금을 중단할 것이며, 주민후원 기부금과 광고수익으로 재원을 조달케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는 기존 정책의 기본방향을 고려해 보아도 잘못된 결정이다. 지금까지 알뜰살뜰하게 공공성을 구현해 온 공동체라디오의 소중한 성과를 발전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적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로 다각도의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였다.

비영리 방송국에 ‘광고 영업’ 요구는 모순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김경환 교수는 “현재 공동체라디오의 도입과 관련해 가장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은 ▷정규사업자를 어떤 기준에 따라 선정할 것인가 하는 점과 ▷공동체라디오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 그리고 ▷재원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출력증강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특히 출력 문제는 핵심적인 현안이자 이해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매우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역적 특색과 지역의 실제 생활권을 고려한 융통성 있는 출력 부여 방안을 제시했다.
“‘들리지 않는 방송국’ 이라는 공동체라디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의 1W라는 초라한 출력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공동체라디오의 송신전력 증강은 절대적 과제이다.다만 출력을 과연 얼마까지 증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또 현재 방통위가 공동체라디오의 정규사업 전환과 동시에 계획하고 있는 제작지원금 중단과 광고를 통한 재원조달 허용이라는 정책에 대해 강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체라디오를 ‘비영리단체’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매체와 같은 방식으로 영리를 추구하여 재원을 조달하라는 요구는 명백한 모순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지역민방계열 라디오방송국들의 광고매출액도 연간 1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한데, 제한된 출력으로 가청범위가 좁은 공동체라디오의 광고매출은 ‘광고영업 담장자의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이 분명하다”

이어서 김 교수는 “담당 부처는 무조건 정규사업 도입을 서둘러 디지털위성방송이나 위성DMB와 같은 지난 신규매체 도입 실패의 전철을 밟지 말고, 조금 늦어지더라도 매체의 정체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가장 적합한 사업자 선정방안을 만들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방통위의 정책은 근본적 재검토 필요

태백 공동체라디오 준비모임의 최연진씨는 ‘태백뿐만 아니라 전국 20여개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고 있는데, 신규사업 시작과 관련하여 지난 2006년 12월 가용주파수 조사를 하여 방송위원회에 제출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결과 발표가 없다’며 주무기관의 엉성한 사업 추진을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는 ‘공동체라디오가 지역에서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매달려 있다. 지금 내부에서는 작은 분열도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드러냈다.

마포FM의 송덕호 방송본부장도 마포FM의 아침 시사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밝혔다.
“공동체라디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에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어서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꿈이 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어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의 김서중 교수는 “공동체라디오는 낮은 출력 때문에 아직 사람들에게 사회적 공감대가 없다. 공동체라디오의 필요성과 정체성을 알리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주류 매체들과의 연대를 꼽았다.

또한 김 교수는 ‘공동체라디오의 본질은 사회적 통합이나 공공성 추구라기보다는 다양한 사고를 갖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을 갖는 기회’라고 주장하였다. 더불어 공동체라디오가 사회 전체의 다양한 층위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장 짧은 시간에 무엇을 이루어내는 참여가 아닌 생활 그 자체로 이루어지는 참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비전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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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열띤 성토가 이어지자 방통위의 정승 사무관은 발제와 토론 과정에서 거듭 지적된 주파수 사전 수요조사 확인작업의 지연 문제와 제작비 지원 중단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지연되는 일정과 불확실한 대응에 대해서는 송구스러움을 표했다. 하지만 정 사무관은 연이은 참석자들의 질문에도 일정과 정책변경에 대한 간략한 소견 이외에 구체적인 답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FM분당의 정용석씨, 관악FM의 안병천씨, 마포FM의 임상택씨, 미디액트의 박채은씨, 영주FM의 이성순씨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기존 시범사업의 성과와 문제점, 방통위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활기찬 토론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라디오 도입 논의는 선진국에 비해 약간 늦은 감이 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폭넓은 논의의 장이 꾸준하게 열려서, 공동체라디오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원활한 도입과 운영을 위한 기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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