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현장의 눈] 지방자치가 우리 삶을 바꾼다②

지방자치가 우리 삶을 바꾼다②
– 내 손으로 바꾸는 우리 동네

여러분은 살고 있는 지역의 단체장 이름을 알고 계신가요? 동장 혹은 이장, 통장의 이름은요? 사실 잘 몰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하는 일을 잘 알고 있다면, 괜찮은 생활강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요. 나아가, 나의 참여로 우리 동네를 변화시킬 수도 있고요. 대표적인 예가
‘주민참여예산제’입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둬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데요. 매년, 내년에 들어올 수입(세입)을 감안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합니다. 행정부에서 예산안을 짜고 의회의 승인을 거쳐 집행을 하게 되지요. 돈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재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지방자치단체는 각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주민참여예산제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지자체가 예산안을 수립할 때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아가 주민이 선택한 사업에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 전 편성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편성권을 가진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지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재정운용의 투명성 및 건전성을 높이는 장치로 2005년 임의조항으로 도입된 후 2011년 9월 의무화되었습니다. 제도의 변화와는 별개로, 민선5기 일부 지자체장들은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 도입하여 운영했지요.

대표적인 곳이 서울 은평구입니다. 이곳은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만들어 정책의 기획, 집행, 평가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었습니다. 구청장에게 보고되는 사업계획서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결재란을 만들어 주민들의 의견을 미리 수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지요. 그 결과 2012년에는 251억 원의 예산을 주민들이 직접 삭감했고, 청소년들은 직업체험박람회를 제안하여 직접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인천 동구는 소외계층의 참여를 위해 노인참여예산제를 운영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이 직접 보도블록 교체사업을 시행했고, 수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습니다. 매번 멀쩡한 보도블록이 교체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어르신들이 직접 나서 문제가 된 부분만 수리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지요.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단순히 의견만 수렴할 것인가? 우선순위 결정까지만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 지자체 예산안 전체를 다룰 것인가 아니면 일부만 다룰 것인가? 이 문제 모두 주민참여예산제의 주요한 이슈입니다. 다만, 주민참여예산제는 매년 예산안 편성단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민원 성격의 단기사업 등이 많이 다뤄지게 됩니다.

최근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 변화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강구되었는데요. 국가와 지방정부는 국토의 효율적인 개발과 이용을 위해 5년, 10년 단위의 중장기 기본계획을 수립해 집행합니다. 민선 5기 수원시는 2030년 수원시의 비전과 목표, 전략, 세부실천전략과 주요지표, 도시기본구상을 다듬는 과제를 각 분야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 자영업자, 사회적 약자, 기업인 등 130명으로 구성된 ‘시민계획단’에게 넘긴 것이지요. 시민계획단은 매주 토요일 회의를 진행하는 등 강행군을 거듭했지만,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7월까지 수십 차례의 분과별 토의와 수차례의 전체 토론, 안건별 투표 등을 통해 밑그림을 구상했습니다. 또한 수원의 미래상인 ‘사람과 자연이 행복한 휴먼시티 수원’을 이룰 수 있도록 3대 목표와 12개의 전략, 36개의 세부실천전략이 담긴 ‘꿈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2014년 1월 3일, 시민주도형 도시계획안은 ‘2030년 도시기본계획’으로 확정되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되었지요. 수원시는 시민계획단과 별도로 초?중학생 10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계획단도 운영했는데요. ‘2030 수원도시계획 시민계획단’과 ‘청소년계획단’은 국토교통부의 추천으로 우수도시계획사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전북 완주군은 조금 더디 가더라도 ‘주민 스스로 우리 고장의 10년 발전계획을 수립하자’는 발상으로, 주민 주도의 읍?면 장기발전계획을 2년에 걸쳐 수립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이 수립한 장기발전계획은 우선순위 선정 과정을 거쳐 군정에 반영됩니다. 주민참여예산제가 현안 중심의 주민 요구를 수렴하는 것이라면, 장기발전계획은 생활단위별 주민들의 공동 비전을 담은 것이기에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되지요. 경기 양평군도 주민들이 참여한 읍?면 발전계획을 만들었는데요. 이 사업은 ‘행복한 공동체 지역만들기’ 사업과 ‘삶의 행복운동’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다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참여는 단순히 지방행정의 결정과정에 개입하는 수준을 넘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생활 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읍면동 주민자치회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시범실시지역으로 선정된 31개 지역 중 서울 은평구 역촌동은 ‘역마을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주민참여 마을만들기 운동의 선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역마을협동조합은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발의하고 주민 330여 명이 참여해 설립됐는데요. 자원 재활용, 공동구매, 안전지킴이 활동 등을 수행하며,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천 남구는 통(統)을 중심으로, 복지를 포함한 지역문제 전반을 주민 스스로 해결하는 ‘통두레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통두레 모임은 통장 등 지역리더를 중심으로 주민 5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무단 쓰레기 투기, 주차, 방범?안전, 육아, 환경개선 등 지역 현안 문제를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21개 동에 47개 통두레 모임이 결성되어 743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참여 대표도시’를 선언한 광주 광산구의 사례도 돋보입니다. 서울 은평구와 마찬가지로 주민참여를 구정의 전체 흐름 속에 녹아들도록 체계를 만들었는데요. ‘기획→집행→평가?환류’라는 구정의 흐름에 따라 주민들이 각 단계별로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구정에서 구체화한 것입니다. 나아가 광산구는 주민참여를 지원하는 ‘공익활동지원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센터는 행정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교육, 네트워킹, 공간제공, 상담, 연구조사 등을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중간지원조직이라 하는데요.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통역자 역할을 하며, 시민들이 구정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글_ 송정복 정책그룹 선임연구원 / wolstar@makehope.org

* ‘지방자치가 우리 삶을 바꾼다’ 세 번째 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