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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한 걸음 더

‘돈은 하늘에서 잠시 빌린 것이니 내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
“모두가 재부를 바라지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고 누구도 떠날 때 가지고 떠날 수는 없다. 모으는 재산은 다를지 모르지만 세상과 작별할 때는 재산도 모두 사회로 돌아가는 것은 예외가 없다.”
“사회에 공헌하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주요 뜻으로 삼되 오직 개인의 사리를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얼마 전 대만 제2의 부자이자 ‘경영의 신’이라고 불렸던 고 왕융칭(王永慶)이라는 사람이 자식들에게 남긴 유언의 일부이다. 지난 2008년 10월 15일 향년 91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에게 남긴 유언이 대만을 넘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가 남긴 총 재산은 약 68억 달러(약 9조원)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서 평생을 가꾼 대만플라스틱 그룹이 바로 그의 소유였다.

이렇게 큰 부자가 그 많은 재산을 몽땅 사회에 돌리라고 유언한 이번 일은 차라리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특히 자식에게 몽땅 상속으로 물려주려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시비를 낳고 빈축을 사는 한국의 재벌과 부자들의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 어디 그 뿐인가. 한국의 대기업과 재벌들이 그 상속의 과정에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감옥을 가거나 법정에 선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억지로 물려준 자식이 그 부를 제대로 간수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창업자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흥청망청 하거나 아니면 수성에 실패함으로써 2대에서 망해버린 기업이 부지기수이다. “자식이 능력이 있으면 물려줄 필요가 없고, 자식이 무능하면 물려주더라도 간수할 수가 없다”면서 결국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다고 한 왕융칭의 말과 지혜가 그래서 더욱 빛난다.

필자가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가난한 막사이사이재단은 상금을 매년 다 감당해 낼 수가 없었다. 막사이사이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부터 교유를 쌓았던 록펠러가는 매년 상금을 보태왔다. 그래서 그 수상식에도 록펠러의 증손녀가 참석했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자선은 우리 가문의 비즈니스이다”라고.

록펠러 가문은 직접 어떤 기업의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부는 계속 세습이 되고 이들은 그 부로 계속 재단을 만들고 재단에 기금을 보태고 그것으로 온 세상에 좋은 일을 한다. 그것이 그 가문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우리도 왕융칭이나 록펠러같이 멋있는 기업인을 보고 싶다. 그럼으로써 존경받는 기업인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부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존경과 사랑의 표징이 되는 그런 사회가 되는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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