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인터넷커뮤니티의 한계와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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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클리닉이 주관하는 ‘E-민주주의를 조명한다’의 세 번째 기획포럼이 2008년 4월 29일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 열렸다.

‘혼돈과 질서, 네트에서 문화읽기 – 한국 사이버공동체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인터넷커뮤니티와 시민사회에 관한 다각도의 접근과 논의를 위해 열린 이번 포럼에는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제를,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 연구위원과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총괄실장, 신성철 싸이월드 블로그 팀장이 토론을 맡아 진행하였다.

서이종 교수는 다음카페를 중심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조사 및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토대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사이버 공동체가 지닌 여러 형태의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인터넷커뮤니티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해서는 ‘커뮤니티란 본질적으로 대단히 폐쇄적이고 자기충족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점, 사회학적으로 보았을 때 인터넷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주로 중상층으로서 소위 중도보수, 합리적 보수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계층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서 서 교수는 “이들은 인터넷커뮤니티를 통한 민중, 노동운동 등은 기피하고, 취미나 사회봉사와 같은 탈정치화된 모임을 선호한다. 또한 인터넷커뮤니티모임은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만남과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의 중간적 형태로서, 개인이 한 커뮤니티에 구속되는 전근대적 공동체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지속적으로 동일한 관심과 규범,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폐쇄성이라는 한계도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역사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 커뮤니티는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조선 후기에 들어 상인들의 자유로운 활동과 농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결속력은 서서히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이후 모든 종류의 모임을 불온시하는 풍조에 의해 촌락공동체의 기초적인 커뮤니티 역시 배척하게 되어,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철저히 파괴되는 세태가 군사독재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하며, 우리 국민들이 참여하고 단결하고자 하는 열망이 오프라인에서 관철되지 못한 것이 최근 인터넷커뮤니티의 급속한 성장 배경이라고 분석하였다.

“초창기에는 동창회, 향우회 같은 커뮤니티가 사이버에서 구현되는 것이 인터넷커뮤니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들이 확산되고 활성화되는 과정이 이어졌다.”며 여기에서 서 교수는 과연 그러한 커뮤니티들이 시민성과 공론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질문을 던지며, 이와 관련하여 커뮤니티의 소통환경과 소통구조에 대한 내용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커뮤니티들을 비교해 보면 일부의 활동자들이 ‘죽치고 앉아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참여는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내부의 소통은 집중적이고 선택적인 측면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법 개정과 인터넷실명제가 어울리면서 오히려 인터넷 공론장이 퇴행한 경향이 있다”

서 교수는 비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커뮤니티 내부에서 소통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정치적인 이슈에 관해서는 그렇지 못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발제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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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토론자인 사이버문화연구소의 김양은 연구위원 역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정치적 공론장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인터넷이 정치적 공론장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정치에 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거기까지 찾아가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서 교수의 발제에 대한 질문으로, 최근 블로그라는 것이 등장하면서 커뮤니티의 헤비유저들이 상당수 자신의 블로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이 커뮤니티의 소통 구조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다음으로는 이슈 중심의 커뮤니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짚었다.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발발하면 자발적으로 모여 하나의 사이트를 구축해 나가는 현상이 최근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씨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를 예로 들며 일반 포털과는 상당히 다른 공론장 구조를 보여주는 디씨인사이드가 이슈파이팅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현상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지었다.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실장은 먼저 인터넷커뮤니티라는 여건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토론을 시작했다.
방 실장은 실제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론장의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블로그라고 보았다. 1인 미디어지만 실제적으로는 상당한 네트워크 구조를 가지고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 기술적인 부분은 지금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론장을 공론장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기술의 영역을 넘어서는 사람의 역할,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실제로 우리 사회의 공익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시민단체의 어젠다나 이슈가 지금 과연 일반 시민들과 잘 소통되고 있는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일방적으로‘성명서’만 발표하는 수준의 소통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는 시민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컨텐츠와 시민사회가 소통할 수 있는 구조와 장치를 만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기술자들의 그룹커뮤니티 구조도 제안하였다. 정보사회와 관련된 어젠다들이 지금까지는 위에서 만들어지고 시민사회가 받아오는 형태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실제로 시민사회 안에서 자발적으로 어젠다를 만들 수 있는 구조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싸이월드의 신성철 팀장은 ‘세상은 현실계, 이상계, 상상계의 세 가지 레이어로 나누어졌다’는 흥미로운 분석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다.
“인터넷은 그 가운데 우리가 현실에서 해소하지 못한 것들을 도와주는 이상계, 그리고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상상을 가능케 하는 상상계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 팀장은 네트워크라는 공간이 생기면서, 모든 사람들이 이 공간에 표현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 네트워크를 인터넷커뮤니티라는 영역으로 좁혀서 생각해 보았을 때 최근 주도권을 획득한 것은 블로그와 미니홈피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아무리 왕따라도 친구 몇 명은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일촌’ 개념의 도입으로 폭발적인 성공을 이끌어낸 미니홈피, 그리고 글을 올리고 유통시키기 가장 쉬운 형태를 가지고 ‘재미있는’ 사람들의 자기표현을 가능하게 한 블로그. 이 두가지가 인터넷커뮤니티와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은 한 마디로 말해 ‘유저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는 대전제로 수렴된다고 보았다. 실제로 인터넷 사용자들의 서핑 행태를 분석해 보면, 중간중간에 그림이 삽입되지 않고 컨텐츠의 텍스트 자체만 다섯 줄 이상 될 경우에는 더 이상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디씨인사이드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첫눈에 잘 이해할 수 없는 단축된 용어들의 사용 역시 시간을 아끼기 위한 극도의 압축행위로서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는 경쟁사 사이트의 제목인 경우가 많은데, 주소 타이핑할 시간조차 절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었다.
요컨대 사람들은 네트라는 공간에 점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현실을 살아갈 일정한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므로 무한정 시간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며 네트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시민사회라는 개념을 명확히 재정의하고, 한국사회에서 인터넷커뮤니티의 한계에 대한 고찰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 발제,토론자들은 “네트워크는 어차피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에,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서 네트워크에 무언가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기술이 공론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으려면,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론화와 시민운동의 결합과 같은 부분에서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풀어나갈지에 관한 원론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두 시간에 걸친 토론을 마무리했다.

주민참여클리닉의 전자민주주의 기획포럼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5월 27일에는 ‘ 민원처리시스템 개선을 논한다’라는 주제로 포럼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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