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 ⑪] “바쁠때 믿고 잠시 아이 맡길 곳 없나요”

5월 5일 어린이 날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는 영유아와 어린이와 관련된 아이디어 제안을 펼쳐 놓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는 지난 주 “장난감 교환소와 병원” 아이디어에 이어, 요번주 “시간제 탁아시설” 아이디어를 한 땀 한 땀 수 놓고 있습니다.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탁아시설이 기능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채워줄 새로운 형태의 탁아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기존의 탁아시설처럼 하루 종일 맡길 필요는 없지만 하루 중 몇 시간 정도 임시로 봐줄 형태의 육아시설이 필요하게 된 것이지요. 또한 꼭 맞벌이 부부가 아닌 전업 살림가라고 하더라도 하루 중 단 몇 시간 정도 아이를 맡아줄 곳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물론 시간제 탁아시설이 전무한 건 아닙니다. 다행히도 작년 여름부터 YMCA가 열린보육센터 ‘아가야’를 전국적을 16 곳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띈 걸음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시간제 탁아시설을 탄력있게 운용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아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는 한 지역 공동체에서 ‘이동용 탁아소’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호주, 덴마크 등지의 나라에서도 역시 시간제 탁아소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 또한 한국 부모들과 아이들, 그리고 지자체와 탁아시설의 역량에 맞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야 겠습니다. ‘시간제 탁아소’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이나 대안 등을 가지고 계신 분은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의 기획 연재에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가져주세요. <편집자 주>
“바쁠때 믿고 잠시 아이 맡길 곳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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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월 된 아들 의진이를 둔 직장인 김현정(30ㆍ여ㆍ서울 서초구 방배동)씨는 잠깐씩 아기를 돌봐주는 탁아 시설 생각이 간절하다. 아니, 주변의 아기 엄마들이 한결같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아직 그런 시설이 없다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워킹맘’인 김씨는 방송국에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근무한다. 그래서 어린이집 종일반에는 굳이 맡길 필요가 없다. 20만~30만원 하는 비용도 솔직히 부담이다.

평소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출근하는데, 가끔씩 ‘비상사태’가 일어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그는“어머니가 도저히 봐 줄 상황이 안 되는 날도 있다”며 “그럴 때는 아이를 회사로 데려갈 수도 없고, 어린이집에서는 잠깐 아이를 봐주는 건 곤란하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아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뜻밖에 급한 일이 생기면 꼼짝할 수 없다. 꼭 보고 싶은 문화 공연도 아기를 부탁할 곳이 마땅치 않아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결혼 전 영화ㆍ연극 관람 등이 취미였던 김씨는 최근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얘기를 꺼냈다. 그는“큰 맘 먹고 여대생인 동생에게 몇 시간만 아이를 봐달라고 어려운 소리를 하고 외출했다”며 “그런데 공연은 절반도 못 보고 나오고 말았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동생이 ‘갑자기 일이 생겼으니 아기를 데려 가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고 ‘아기 엄마가 문화생활을 누린다는 게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지 절감했다. 김씨는 “이젠 문화생활과는 아예 담을 쌓고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구경 때처럼 아이를 몇 시간만 봐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미안할 뿐더러 마음도 편치 않다. 친정 어머니와 동생에게 매번 부탁하기도 어렵다. 공연장에 탁아시설이 있었으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언감생심이다.

김씨는 얼마 전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가 중심이 돼 ‘시간제 탁아소’나 ‘이동 탁아소’를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구청같은 데서 급할 때 잠시 아이를 맡아주거나 보육시설을 갖춘 버스를 만들어 엄마가 전화 한 통만 하면 집 앞으로 와서 아이를 데려가는 서비스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맞벌이하는 젊은 엄마들이 많은 데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꼭 도입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5/01 1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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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에는 매달 5,6건씩 유아 관련 제안이 들어온다. 육아 여건이나 환경에 불만이 많다는 뜻이다. 접수된 주요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문화 시설을 이용할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주부는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갈 때 아이를 데려가면 혹시 아이가 울지 않을까 해서 공연 내내 전전긍긍한다”며 “아예 8세 미만 아이들은 거절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장 한 켠에 임시 탁아소를 만든다면 다른 관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도 마음 편히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문화 활동과 관련해서는 어린이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었다. 박물관 등이 어른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어린이나 유아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외국에는 어린이 전용 박물관 시설이 많다. 미국 뉴욕의 한 어린이박물관은 아이들의 놀이공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꾸몄으며 ▦전철 혼자 타보기와 같은 생활체험 ▦실내 미니동물원 ▦인형과 전통악기를 비롯한 세계전시물 컬렉션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점자 읽기, 휠체어 타고 장애물 건너기 등 장애인의 삶도 체험할 수 있다.

공원과 지하철 등의 공중화장실에 유아용 변기를 더 설치해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백화점과 놀이시설 등 기업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곳에는 유아용 변기가 보편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화장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아용 디딤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남자 아이가 쉽게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입력시간 : 2007/05/01 18: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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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 시흥 YMCA 열린보육센터 ‘아가야’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와 함께 도형쌓기 놀이에 열중해 있다. 아가야는 쇼핑이나 운동 등 잠깐 동안의 볼일을 보러 가는 부모들을 위해 운영되는 시간제 탁아소다. 원유헌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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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외출 장벽’은 철옹성이나 다름없다. 동네 미용실 가기도 어렵다. 오랜만의 동창 모임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는 파트타임 일자리가 생겨도 ‘배보다 배꼽이 큰’ 탁아시설 이용료 때문에 지레 포기하기 일쑤다. “급할 때 잠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곳은 없을까.” 젊은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시간제 탁아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1일 찾은 경기 시흥시 YMCA 열린보육센터 ‘아가야’에서는 아이들 30여명이‘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에 한창 빠져있었다. 보육교사 10명이 시간제로 맡겨진 아이들과 함께 동화구연, 종이접기, 미술체험 등을 진행한다. 시간제라는 특성상 모든 프로그램은 1시간 단위로 꾸며진다.

‘아가야’는 쇼핑이나 운동, 파트타임 근무 등 잠깐 볼일을 보러 가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시간제 탁아소다. 30여평의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고, 여기까지 데려올 여유가 없는 부모들을 위해 50명의 베이비시터도 파견한다.

한국 YMCA연맹이 2006년 시작한 ‘아가야’는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 지원을 받아 서울과 시흥, 경기 용인, 대전, 광주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생후 24개월부터 만 5세까지 유아를 대상으로 오전 8시~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아이는 첫 1시간 3,000원, 이후 시간당 2,000원이지만, 저소득층은 공짜다.

하지만 ‘아가야’는 탁아시설이 아니라 일반 시설이다. 현행‘영유아보호법’이 탁아시설을 종일제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 1인당 4.29㎡ 등 시설 기준도 엄격하게 제한해 놓아 ‘시간제 탁아소’등이 들어서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서울 열린보육지원센터 위현 팀장은 “엄격한 관리 감독도 좋지만 정부가 종일제 탁아시설 말고는 시간제나 이동식 등 임시 탁아시설을 제도화하지 않은 탓에 일부 사설 업체의 경우 제대로 된 보모 교육과정도 없이 영리 목적으로 아기 돌보미 사업을 하고 있다”며 “시간제나 이동식 탁아소도 법 규정으로 명시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

시간제 탁아소의 선진국은 프랑스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한다. 프랑스 중서부에 자리잡은 6개 소규모 자치단체의 협의체인 발레르뒤클랑(Val vert du Clainㆍ인구 1만4,827명)은 2005년부터 ‘트로?랭(Trot’Câlin)’이라는 이동식 탁아소를 운영하고 있다.

캠핑카에 기저귀 교환대, 유아용 간이침대 및 놀이시설을 설치해 마을을 돌며 3개월~만 4세의 아이들을 돌본다. 순회 시간표는 시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고해 언제 차가 지나갈지 알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시가 운영하는 ‘시간제 보육시설’도 활성화 돼 있다. 콜마르시가 운영하는 임시 탁아소는 시간제로 맡겨진 아이들도 잘 돌보기 위해 근처의 유치원과 시설과 프로그램을 공동 이용한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법개정 논의 들어가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의 문의에 여성가족부는 외국 사례와 YMCA 등 시민단체의 운영사례를 토대로 즉시 시간제 탁아시설 현실화 방안을 위한 법개정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답해 왔다.

여성부 보육정책팀 지승훈 사무관은 “미취학 아동 어머니의 상당수가 시간제나 이동식 탁아소를 원하고 있는 게 현실”며 “우선 기존의 보육 시설을 시간제로도 운영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성부의 2004년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미취학 아동 어머니의 63.4%가 시간제 탁아소가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야간 보육의 필요성 48.5%, 24시간 보육의 필요성 46.3%, 휴일 보육의 필요성 44.8% 보다도 높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5/01 18: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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