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 ⑬] 유통기한 표기 개선 제안 결실!

유통기한 표기 방법이 크게 개선될 전망입니다. 유통기한 표기 개선 제안은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노력뿐 아니라 한국일보와의 공동기획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에도 2차례(3월27일, 4월17일) 보도되어 큰 힘을 얻었습니다. 아래는 5월7일(월)자 한국일보 기사입니다. <편집자 주>
[이건 어때요?] 제조일자 함께 표시 식품안전에 ‘새지평’
식품 유통기한 표시 개선 제안 결실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이 나란히 표시된 크라운제과의 과자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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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유통기한, 알기쉽게 앞면에 쓴다

작은 불편을 무심코 넘기지 않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식품 유통기한 표시’ 제도가 완전 탈바꿈했다. 그 동안 식료품 등 먹거리 제품에는 유통기한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재료 등과 함께 깨알 같은 글씨로 표시돼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힘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6일 ‘식품의 표시 기준’을 올 상반기 중 개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유통기한 표시제의 대수술을 의미한다. 우선 유통기한이라는 말 자체가 앞으로 사라진다.

식품이 쉽게 변질되는지 여부에 따라 ‘소비(사용)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이라는 명칭을 쓰도록 할 방침이다. 김밥, 두부와 같이 상하기 쉬운 식품은 소비(사용)기한을, 과자 등 다른 제품은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한다.

식약청 관계자는 “유통기한은 제품의 유통, 판매가 가능한 기한을 의미할 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언제까지 이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을 줬다”며 “특히 부패하기 쉬운 식품은 엄격한 유통기한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ㆍ품질유지기한 설정도 업체가 아니라 식약청이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식약청은’식품 유통기한 설정기준안’을 마련, 제조ㆍ가공업체가 실험을 통해 기한을 정하도록 하고 식약청에 기한 설정 사유서를 내도록 했다.

기한 표시도 한 눈에 쏙 들어오게 바뀐다. 지금까지 제품마다 들쭉날쭉하던 기한 표시 위치를 포장지 앞면 위쪽으로 고정하는 한편, 특히 제품명에 붙여 쓰도록 해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제조일자도 함께 표시하고 글자 크기도 7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늘렸다. 식약청은’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아이디어도 표시가 가능한 일정량의 제품부터 적용하도록 권고해나갈 방침이다.

이번 식품 유통기한 표시 개선은 시민, 시민단체, 언론이 힘을 합쳐 이뤄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생활혁명’에 청신호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박태현(35), 오명환(27), 호종훈(27)씨 등 시민들이 제안한 관련 아이디어는 지난해 11월 희망제작소가 연 사회창안포럼을 통해 처음 공론화됐다. 한국일보는 당시 이를 기사화했으며, 희망제작소 행정자치부와의 공동기획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를 통해서도 2차례(3월27일, 4월17일) 보도했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원은 “누구나 느꼈을 생활 속의 불편함을 시민의 이름으로 바꿔나가는 놀라운 역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안자 박태현씨 “뿌듯… 장애인 배려 더 고민을”

3월 말 희망제작소에 ‘아이스크림과 빙과류에도 유통기한을 표시하자’고 제안했던 박태현(35ㆍ회사원)씨는 “제 아이디어가 정책에 반영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뿌듯하다. 이를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 준 희망제작소와 한국일보에 감사 드린다”며 자부심과 고마움을 동시에 전했다.

박씨는 “포장지 구석에 꼭꼭 숨어 있던 유통기한이 전면에 표기되고 깨알 같던 글자도 커진다면, 시민들이 그 동안 느끼던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특히 ‘제조일자ㆍ사용기한 병기’ 방침에 대해 “소비자들로선 제품 상태에 대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는 박씨는 전공을 살려 “유통기한 표시 기법을 혁신하자”는 아이디어를 추가로 냈다. 숫자와 글자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그래픽적 요소도 과감히 도입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시간이 일정 정도 지나면 색이 변하는 신호등 모양으로 유통기한을 표기하면 소비자들이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씨는 식약청의 개선안 발표에도 불구, 지금과 같은 표기 방식은 여전히 ‘비장애인 중심’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기도 한 방법이겠지만, 모든 제품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다른 대안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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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5/06 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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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때요?] 식품 유통기한, 알기쉽게 앞면에 쓴다
식약청 고치기로… 본보 ‘이건 어때요’ 제안 또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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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일자 함께 표시 식품안전에 ‘새지평’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의 공동기획 ‘이건 어때요?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가 제안한 ‘알기 쉽고 정확한 식품 유통기한 표시'(본보 3월27일자 9면) 아이디어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호응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식약청은 6일 “유통기한의 표시위치 및 방법을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바꾸기로 했다”며 “포장지 앞면에 제품명과 유통기한, 제조일자를 함께 표시하는 방향으로 올 상반기 중 ‘식품의 표시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 표시가 가능한 일부 제품의 경우 유통기한 등을 점자로 표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식약청은 또 판매가능 기한을 뜻하는 ‘유통기한’ 명칭을 ‘소비 또는 사용기한’이라는 쉬운 말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김밥, 도시락, 두부와 같이 부패되기 쉬워 빨리 소비해야 하는 제품의 경우 유통기한보다는 소비 또는 사용기한으로 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김수창 식품안전정책팀 사무관은 “그 동안 유통기한 표시가 제품명이 적힌 주표시면이 아닌 곳에 작은 글씨로 기재돼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며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의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72.8%가 포장지 앞면 위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감안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식품 유통기한 표시 개선’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박태현(35ㆍ회사원)씨는 식약청의 개선방안 발표에 대해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 정책으로 연결된다니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며 “시민의 작은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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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5/06 19: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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