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 20] 빈 병 재활용, 사각지대 없애자

비가 오는 날이면 시원한 맥주가 땡깁니다.
요즘은 맥주 종류도 많아져서 국내 맥주는 물론 수입 맥주도 골라 마실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비운 그 많은 유리병은 어디로 갈까요? 재활용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특히 국내에서 제조되지 않는 외국 맥주병들은 어떻게 될까요?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와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따르면 2003년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면서 폐유리병 재활용이 비교적 원활히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EPR과 보증금 제도에 참여하는 유리병 업체에만 해당될 뿐, 전체 유리병이 다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입맥주병과 더불어 국내 주류업계 중에도 재활용 해당 업체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유리병 재활용’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지요. 현재 재활용 의무를 지지 않는 업체들에도 점차적으로 ‘유리병 보증금 제도’와 ‘생산자책임제도(EPR)’ 를 확대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편집자 주>

여기서 잠깐!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 제품 출고 또는 수입 실적에 따라 일정량을 재활용 의무량으로 부과. 이를 달성 못하면 재활용 부과금(처리비용+페널티 성격의 가산금)을 내도록 함. 해마다 의무량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음.
예 : 2005년 67.2%, ’06년 68.4%, ’07년 70.8%

빈 용기 보증금 제도 : 사용된 용기의 회수와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출고 가격 혹은 수입 가격과는 별도의 금액(빈용기보증금)을 제품의 가격에 포함하여 판매한 뒤, 그 용기를 반환하는 자에게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 빈용기보증금제도의 경우, 업계가 선택할 수 있음.

빈병 보증금제 확대 제안’ 주류 유통업자 시명준씨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수거 안 되고 깨진 채 방치 수입맥주 병 아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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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병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는 수입 맥주와 양주, 민속주 등에도 정부 차원에서 보증금제를 실시하면 어떨까요.”

국산과 외국산 각종 주류를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유통업자 시명준(35)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거래 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다 창고 주변에서 깨진 수입 맥주, 양주병이 널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씨는 “분리수거는 했지만 깨진 데다 병에 남은 술에 담배꽁초등이 범벅이 돼 있어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기도 어려운 상태였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시씨 회사는 판매량의 70%에 해당하는 국산 맥주와 소주를 모두 수거한다. 새 물건을 납품할 때 이전 사용물품을 플라스틱 수거박스에 20개씩 담아 맥주는 1박스에 1,000원, 소주는 800원을 주고 가져와 제조회사에 넘긴다. 자원재활용 정책에 따른 빈병 보증금제를 실시해 제조업체가 병당 소주 40원, 맥주 50원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증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입 맥주와 양주 등은 사정이 다르다. 대다수의 수입 맥주 양주 회사는 원산지가 외국이라 재사용이 불가능해 별도의 수거 시스템이 없다. 그는 “술집들도 처치곤란이라며 국산 주류와 함께 걷어가 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외국산 술병을 직접 수거해 재활용 업체에 판매할 생각도 해봤다. 그의 회사는 연 매출 70억원, 서울 지역 400여개 음식점과 주점 등에 각종 주류를 납품하는 튼튼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수입 맥주 등은 상대적으로 유통량이 적다. 시씨는 “유통량이 많지 않아 회수 비용이 더 들게 돼 우리 같은 회사가 나서서 수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산처럼 수입품에 대해서도 보증금제를 지원해 수거를 제도화한다면 자원재활용을 높이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시씨의 생각이다.

기존 유통업체의 빈병 수거망을 활용해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주류의 빈병을 모아 재활용업체에 넘기면 지자체가 전기요금 등을 깎아주는 방법도 있다.

시씨는 20일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수입 주류와 민속주 등에도 빈병 보증금제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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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6/20 17:57:08
“빈병 보증금제 확대 제안’ 주류 유통업자 시명준씨”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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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업체는 그나마도 의무 면제

한 주류 매장에서 손님이 수입 맥주를 고르고 있다. 수입 맥주 빈병은 국산과 달리 빈병 값을 환불 받지 못한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그 많은 수입 주류의 빈 병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가 함께 알아봤다.

국산 맥주나 소주와 달리 수입맥주나 양주, 와인 등은 빈병 값을 환불 받지 못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반 분리수거를 통해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술집도 마찬가지다. 국산은 업체가 병 값을 주고 회수해 가지만 수입 주류는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는 홍인숙(53ㆍ여)씨는 “장사가 잘 되는 날엔 200병 가까이 수입 맥주 병이 나오는데 수거해 가는 데가 없다”며 “힘겹게 자루에 담아 버리느라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빈병 값 환불은 병 라벨에 환불 안내 문구가 기재돼 있어야 가능하다. 수입 주류에는 해당 문구가 없다. 이는 환경부의 공병 재활용 방안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주류 업체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와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ㆍ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국내 업체들은 ‘빈 용기 보증금 제도’를 통해 제품 가격에 병 값을 포함시켜 판매한 뒤 돌려준다. 세척ㆍ멸균 작업을 거친 빈병은 1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다.

수입 주류는 해외 원산지로 보내 재사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EPR 제도를 선택, 유리병재활용협회 등에 분담금을 지급해 공병 처리와 재활용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생산량이 적은 민속주 업체들도 이를 택하고 있다. 재활용은 빈 병을 유리원료로 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PR 제도는 출고ㆍ수입 실적에 따라 일정량을 재활용 의무량(올해는 70.8%)으로 부과한다. 그러나 실적 3억원 미만인 업체에 대해선 ‘영세사업자 보호’를 이유로 재활용 의무를 면제시켜 주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희망제작소 정기연 연구원은 “국내 주류 수입업체 370여개 중 절반 이상이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재활용 의무’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했다.

보증금 제도로 전환하는 노력도 있다. 민속주 업체인 국순당은 지난달 백세주의 빈병 보증금 환불제를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용이 15% 증가했지만 환경경영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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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6/20 18:02:56 “수입술병 절반 이상…재활용은 ‘비틀비틀’”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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