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교통카드 ‘3불’ 불편해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2002년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교통카드 서비스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버스-지하철 환승할인, 선후불 결제시스템 도입 등으로 더욱 편리해졌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구입은 쉬워도 환불은 쉽지 않고, 기존 선불카드론 마이너스 혜택도 볼 수 없다.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가 ‘똑똑한 교통카드, 이런 점은 아쉬워요’라는 주제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지하철역 환불 불통
광주 판매 200곳 중 고작 1곳서만 가능

서지웅(27ㆍ고려대 영문과 3)씨는 최근 선불 교통카드의 잔액을 서울 성북구 지하철 6호선 고려대역에서 환불 받으려다 거절 당했다.

평소 카드를 구입하고 충전한 곳에서 당연히 환불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역무원은 “판매만 할 뿐 환불업무는 맡지 않는다”며 “근처 편의점에 가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서씨는 “지하철역에서 손쉽게 카드를 살 수 있는데 환불은 지정된 업체를 찾아가라니 말뿐인 고객서비스 아니냐” 지적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도 교통카드 잔액 환불을 해주는 등 복잡한 환불절차를 간소화 했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를 27일 희망제작소에 냈다.

선불 교통카드는 지하철 매표소나 길거리 가판대에서 쉽게 살 수 있지만 환불은 소수의 가맹점에서만 가능하다.

서울시에서 판매되는 전자화폐 겸용 ‘머니’ GS25 등 편의점에서만 가능하고, 교통카드 전용 ‘패스’ 가판대에서만 환불 받을 수 있다. 게다가 4월부터 환불 수수료 500원을 별도로 내야 하며, 2만원이 넘는 고액일 경우 환불 신청서를 작성한 뒤 10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다른 지역의 환불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광주의 교통카드 판매소는 200곳이 넘지만 환불이 가능한 곳은 동구 금남로에 있는 빛고을 카드센터 한 곳 뿐이다. 대구의 경우 대구은행 지점에서만, 부산에서는 부산은행 지점이나 교통카드 회사에서만 가능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민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에서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수도권 4개 운송기관협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건의할 예정”라며 “드사와 수수료 부담 등 현실적인 문제도 협의 중에 있다” 말했다.

●잔액부족 승차 불통
“기존에 쓰던 카드로 마이너스 기능 추가를”

회사원 민경남(49)씨는 최근 출근길 만원 버스 안에서 난처한 일을 겪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 교통카드 판독기에서 날카로운 음성 메시지가 연거푸 울려댔다. 서둘러 지갑과 양복 주머니를 뒤졌지만 그날 따라 1,000원짜리는커녕 동전도 찾을 수 없었다. 낭패였다.

얼마 후 그는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할 때 1회에 한해 버스 승차가 가능하고 추후 충전 때 돈이 빠져나가는 마이너스 승차제가 도입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혜택을 받으려면 교통카드를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

민씨는 “마이너스 카드로 바꾸려고 해도 기존의 교통카드 잔액을 환불 받는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4,000원이나 되는 구입비를 새로 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27일 “기존 교통카드에 마이너스 카드 기능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를 희망제작소에 냈다.

신용카드나 휴대폰 등 교통카드를 겸용할 수 있는 후불 전자결제시스템 이용이 늘고 있지만 민씨처럼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교통카드는 800만장이나 판매됐다.

마이너스 승차제는 이들을 위해 지난달 15일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일 불편한 점은 별도의 카드를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보증금도 따로 받는다. 카드사 측에서 1,000원을 카드 값에 포함시켜 카드 반납시 보증금을 돌려준다. 또 버스에서만 마이너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지하철, 버스-지하철, 버스-버스 환승 때에는 불가능하다.

한국스마트카드 관계자는 “기존의 교통카드에 마이너스 기능을 추가하려면 카드를 모두 회수해야 하는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중전화 이용 불통
“휴대폰 두고 외출 때 전화카드 구입 아까워”

“동전이나 전화카드 외에 교통카드로도 공중전화를 이용할 순 없을까요?”

직장인 이일하(26)씨는 가끔 공중전화를 써야 할 때면 머리를 긁곤 한다. 휴대폰이 일반화하면서 길거리에서 공중전화를 찾는 게 어려워졌을 뿐더러 지하철역 등에서 발견해도 ‘무용지물’일 때가 적지 않다.

대부분 IC카드형 전화기인데 정작 전화카드가 수중에 없기 때문이다. 동전이 없을 때나 동전이 있어도 1개 정도 설치된 동전용 전화기가 고장이라도 나 있으면 정말 난감해 진다.

이씨는 “휴대폰을 깜빡 잊고 두고 나오거나 전원이 떨어졌을 때만 공중전화를 이용하는데 전화카드를 사기는 좀 아깝다”면서 “그나마 파는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요가 적은 카드형 전화기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차라리 교통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를 도입하자는 생각이다. 그는 “교통카드를 활용하면 굳이 전화카드를 따로 구입해야 할 필요가 없고, 간편하게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등 여러 면에서 유용할 듯하다”고 제안했다.

실제 KT는 지난해 말부터 크기가 줄어든 10원짜리 새 동전이 유통된 것을 계기로 신형 공중 전화기 설치에 나서고 있다. 신형 전화기는 새 주화나 기존의 전화카드뿐만 아니라 ‘선불형 교통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서울 광화문 등에서 30개가 시범운영 중이며, 교체작업이 언제쯤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하다.

KT 관계자는 “공중전화 사업 매출이 매년 급감해 적자 폭이 크지만 시민편의를 위해 신형 전화기를 제작했다”며 “올해 이용 현황을 지켜본 뒤 확대보급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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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6/27 19:23:20
“‘똑똑한 교통카드, 이런 점은 아쉬워요'”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