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 23] 지하철 정책 제안 결실, 여기까지 왔습니다

승객 입장 세심한 배려, 안전 든든… 정보 쏙쏙
[이건 어때요? 시민의 Idea가 세상을 바꾼다] 선진국 지하철 벤치마킹 해보니…
독일 초가·중세성모양 등 역마다 개성, 일본 비상정지 버튼 등 알림판 한눈에

우리나라의 초가집을 연상케 하는 독일 베를린의 한 지하철역(위 사진). 일본 도쿄의 지하철역에 설치된 정지(STOP)와 비상정지 버튼 표시판은 승객들의 눈에 쉽게 띄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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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는 11일 개찰구 옆 비상문도 교통카드나 표를 사용해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빽빽한 개찰구를 이용하기 어려워 쩔쩔매던 휠체어 장애인, 아이를 유모차에 실은 엄마 아빠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배려다.

한국일보와 희망제작소, 행정자치부의 ‘시민제안,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기획의 ‘지하철 개선 프로젝트’에 따라 지하철에서 시민과 교통 약자를 위한 기분 좋은 변화가 속속 일어나고 있다.

4일 ‘더 편하고 좋은’ 시민의 발을 만들기 위해 서울 지하철 관련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현장을 소개하고, 지금까지 이뤄낸 결실을 정리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희망제작소는 ‘세계 최고의 지하철’을 꿈꾸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박원순(51ㆍ변호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독일 미국 영국 일본 등 지하철 선진국에서 느낀 ‘따라 배울 점’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자 음성직 도시철도공사 사장, 최희주 서울메트로 부사장,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서울시의 담당 공무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철의 안전 문제가 가장 먼저 논의됐다. 박 상임이사에 따르면 각종 비상시설이 뿔뿔이 흩어져 있고 그나마 광고물에 가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지하철은 비상구 표시나 대피 요령 안내판, 소화기, 비상전화 등이 깔끔하고 한 눈에 쏙 들어오게 설치돼 있다.

일본 도쿄(東京) 지하철은 ‘정지(STOP)’ 글자와 ‘전동차 출입금지’ 그림이 명료하고 비상정지 버튼과 비상전화 알림판도 승객이 쉽게 찾을 수 있게 돼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어린이를 고려해 각종 비상버튼을 성인 허리 높이에도 따로 설치하거나, 선로에 떨어진 물건을 줍기 위한 긴 갈고리를 비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고 했다.

영국 런던지하철은 비상전화, 화재경보기, 지하철정보안내전화가 한곳에 마련돼 있고, 열차 내 소화기도 바닥이 아니라 벽면에 설치해 평소에 위치를 눈에 익게 하고 있다.

승객의 눈높이에 맞춤정보 제공도 우리는 한참 미흡한 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깨알 같은 글씨에다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첫차ㆍ막차 시간표 등 각종 지하철 정보안내판이 대표적 문제로 거론됐다. 박 상임이사는 “지하철 선진국의 가장 큰 특징은 승객 입장에서 안전ㆍ정보 시설을 설치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찍어낸 듯 똑 같은 판박이 지하철역과 출입구도 지하철 선진국과 대비됐다. 독일 베를린은 한국의 초가집을 연상케 하거나 중세의 성을 축소한 듯한 역사, 천문대 돔 모양의 역사 등 역마다 개성이 살아 있다. 지하철 내 지나친 상행위 등도 선진국에서는 보기 힘들다.

참석자들은 공감을 표시했다. 음성직 사장은 “운영자 입장에서 우선 효율성을 고려했지만 앞으론 고객서비스 부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부사장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상업광고를 유치해왔던 측면이 있다”며 “시민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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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7/11 18:42:01

12건 정책화 추진 등 착착 결실
[이건 어때요? 시민의 Idea가 세상을 바꾼다] 높낮이 손잡이·승강장 외부 도착표시 등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에서 최근 열린 제7회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더 좋은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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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로 불리며 대중교통의 핵으로 자리잡은 지하철. 편리한 점이 많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도 있다. 시민들의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2007 지하철 개선 프로젝트’는 그 동안 어떤 결실을 거뒀을까. 중간 점검을 통해 알아봤다.

희망제작소가 지금까지 정책 제안한 아이디어는 총 37개. 이 가운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총 12건(보완실행 포함)의 아이디어에 대해 정책화를 추진키로 했고, 서울메트로는 6건을 수용하거나 중장기 반영하겠다는 검토결과를 내놓았다. 부산교통공사는 8건, 대전도시철공사는 3건의 아이디어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특히 ▦지하철 높낮이 손잡이 설치 ▦3인용 좌석 이외의 교통약자 배려석 신설 ▦개성 넘치는 차별화한 승강장 만들기 ▦지하철 역명 현실성 있게 고치기 ▦승강장 외부에 지하철 도착 알림등 설치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는 5월부터 전동차 객차마다 기존 167㎝보다 10㎝ 낮은 위치에 손잡이 16개를 설치했다. 또 기존 객실 당 12석(3석짜리 4개)의 노약자석 이외에 7인용 좌석 한곳을 교통약자 배려석으로 지정했다. 도시철도공사는 시범운영을 거쳐 올 연말까지 이 같은 개선 방안을 모든 전동차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메트로(1~4호선)도 이달부터 신형 전동차 28편에 대해 노약자석 앞 손잡이를 기존보다 10㎝ 낮춰 설치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올해 시범운영과 설문조사를 거친 후 내년에 1ㆍ2호선, 2009년엔 3ㆍ4호선 전체에 높이가 낮은 손잡이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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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7/11 18: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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