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16] 주한 외국인 노인께도 지하철 복지서비스를!

지하철을 탈 때 65세 이상의 노인은 무임승차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공사 운임감면 규정은 ‘노인복지법에 의해 명시된 노인은 무임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한 외국인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주한외국인의 경우, 65세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무임승차권은 물론이고 일정 정도의 할인도 받을 수 없습니다. 철도 공사와 메트로에 문의한 결과, 한국 ‘국적’이 아니면 무임승차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한 외국인들도 1년 이상 한국에 거주할 때는 ‘거주자’로 분류되어 세금을 내고 있음을 감안할 때, 무임승차권과 더불어 일정 정도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65세 이상의 모든 노인이 누릴 수 있는 복지서비스에서 배제한다면 국적에 따라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분짓는 차별 행위로 보여집니다. 만약 지하철 공사에서 외국 국적의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임승차권 제공을 거부해왔다면 ‘무의식적인 외국인-내국인 구분 짓기’에 대해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대중 교통 노인 할인(Senior discount)의 조건으로 오직 ‘연령’만을 묻고 있습니다. 즉 한국 노인들은 외국에 나갈 경우 여권상의 나이를 보여주기만 하면 노인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대중 교통 노인 할인 혜택을 받을 때 국적을 기준으로 제공 여부를 결정짓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하여 극소수입니다. 65세 이상의 주한 외국인도 지하철을 이용할 때 무임승차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65세 이상 주한외국인 무임승차권 혹은 할인 혜택을” 원 아이디어 바로가기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노인 공경 한국서 지하철 혜택은 국적 차별 서운”

외국인 고령자도 지하철 무임승차 제안 폴 시걸씨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65세가 넘어도 왜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이 없나요?”

경기 안양에 사는 미국 출신의 폴 시걸(Paul Segallㆍ80)씨는 30대 초반인 1959년 한국에 건너왔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고국에서의 삶보다 훨씬 긴 48년 동안 이 땅에서 살고 있다. 한국말도 유창하고 결혼도 한국 여성과 했다. 생김새만 다를 뿐 ‘절반은 한국사람’이다.

시걸씨는 10년 간 선교사 생활을 하다 69년 건국대 영문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92년 정년(65세)을 맞은 그는 안양 대림대학에서 5년간 명예교수로 지낸 후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그러나 우리 정부 등이 제공하는 노인 복지혜택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 국적 때문이다. 특히 65세 이상에게 주어지는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받지 못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시걸씨는 일반 시민과 같은 요금을 내고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는 “매표소에 나이가 기재된 여권을 보여주며 무임승차권을 요구해 봤지만 매번 거부됐다”며 “매표소 직원들은 한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걸씨는 최근 인천에 가기 위해 지하철 4호선 범계역을 찾았을 때도 같은 일을 겪었다.

시걸씨는 반세기 가까이 한국에서 살며 세금을 꼬박꼬박 냈는데 국적만 문제 삼아 혜택에서 제외하는 것은 주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무임승차가 어렵다면 적어도 할인은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국 등에선 자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노인 관광객에게 ‘노인 할인(Senior Discount)’을 해 준다”며 “매년 한 번씩 미국에 가는데 그때마다 한국 국적의 아내도 승차 할인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미국인 친구(83)가 지하철 할인 혜택을 못 받자 의아해 하더라는 얘기도 전했다. 시걸씨는 “그 친구는 ‘노인 공경’ 문화가 강하다는 한국에서 단지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할인 불가’를 내세우는 게 말이 되냐며 불쾌해 했다”며 “심지어 다신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이나 고궁, 놀이 공원 등의 ‘노인 할인’ 역시 주한 외국인은 예외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과천 서울대공원을 가끔 찾는다는 시걸씨는 “입장료나 케이블카 요금 등을 계산할 때도 아내는 할인요금, 나는 정상요금을 내는 이상한 풍경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시걸씨는 주한 외국인에도 ‘평등(equality)’의 원칙을 적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에 살면서 가끔 한국에 오는 한국 국적의 노인에겐 무임승차 혜택을 주면서 한국에 뿌리내리고 사는 외국인은 제외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교통 할인 서비스만큼은 국적 불문하고 모든 노인들에 제공하면 한국의 관광 이미지도 훨씬 더 나아질 게 분명하다.” 그는 28일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에 ‘65세 이상 주한 외국인에도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아이디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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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기자 wookim@hk.co.kr

입력시간 : 2007/05/28 18:04:02
”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외국인 고령자도 지하철 무임승차 제안 폴 시걸씨” 기사 바로가기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해외선 국적불문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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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외국인도 등록 통해 할인카드 발급 ‘이중잣대’
도시철도공사 “재정 부담 커져…지자체 등 보조 필요”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외국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이들은 연령과 장애 등에 따른 노인, 장애인 우대를 받지 못한다. 인터넷 가입, 전자상거래 등 생활의 불편도 적지 않다.

외국인 노인들이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할인혜택을 규정한 ‘노인복지법’상 노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복지법은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복지혜택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때 노인을 한국인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관련 기관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적’으로 제한해 해석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노인 무임승차를 확대하면 재정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며 “현재 노인ㆍ장애인의 무임승차권 비용이 총 683억원에 달해 지방자치단체 등의 보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의 경우 외국인도 대중교통 할인혜택을 받고 있다. 한국 거주 외국인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교들은 교통카드 홈페이지에서 외국인등록번호로 등록해 학생할인 카드를 받는다.

외국은 국적을 불문하고 외국인 노인들에게 교통 할인혜택을 준다. 미국은 노인(주에 따라 60세 혹은 65세)임을 증명하면 할인을 받는다. 뉴욕은 지하철, 버스는 물론 고속버스와 기차 등 장거리 교통편에도 운임을 깎아준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복지 선진국에선 국적이 아닌 연령에 따른 교통 할인제를 시행한다. 프랑스 파리에선 국적에 관계없이 저소득층 노인에게 버스와 지하철 무료승차권을 준다.

유럽은 국가나 지자체가 운임할인에 따른 재정적자를 상당 부분 부담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국영철도는 국가에서 재정을 보조하고, 민간운송 업체는 할인 이용시간과 할인율을 자율 조정토록 하고 있다.

한국 생활을 오래 한 ‘절반의 한국인’이 겪는 불편은 이것만이 아니다. 사이버 세계에서도 이방인으로서의 불편함을 겪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외국인등록번호를 입력해도 무용지물이다. 외국인등록증 등 서류를 팩스나 이메일로 첨부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보통신부와 법무부가 2004년 7월 ‘외국인 실명확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한국인터넷협회에 사용을 권장했지만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않는 업체도 많다.

법무부 서버와 정보통신산업협회(KAIT) 시스템을 연결해 외국인등록번호를 바로 확인해주고 있지만, 미니홈피 붐을 일으킨 싸이월드 등 일부 업체는 서비스를 외면하고 있다. 싸이월드 측은 “현재 시스템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등록절차가 복잡했던 게 사실”이라며 “다음달 중순까지 등록절차를 간소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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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승기자 msj@hk.co.kr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입력시간 : 2007/05/28 18: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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