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희망제작소36] 주권행사 투표 조금만 신경썼으면!

매년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악순환들이 있습니다.

우선 장애인들은 선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투표소가 대부분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건물들에 설치될 뿐 아니라 투표소까지 가는 교통편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투표를 할 때 이렇듯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마음에 꼭 드는 후보가 없을 경우 투표하러 안 가고 마는데, ‘불신임 기권’란을 신설하여 적극적으로 ‘거부’의 뜻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뽑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불신’을 표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무선거권자’들의 경우, 본인이 무선거권자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미리 ‘개별 통지’를 해주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래 아이디어들은 투표 방법이나 절차를 투표자들의 입장에서 개선하고 바꾸어 보자는 의견들입니다. 이러한 목소리들이 반영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즐겁게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주권행사 투표 조금만 신경쓰면”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

장애인 편의장소서 투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곳을 투표소로 지정하면 어떨까요.”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박문수(32ㆍ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씨는 매년 선거철이 다가오면 ‘투표 전쟁’을 치르는 장애인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투표소가 마련된 인근 학교의 높은 계단과 둔덕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겐 ‘투표 장벽’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실생활에서도 이동권이 크게 제한된 장애인들이 선거 등 국민의 중요한 권리행사 날에도 소외되어서는 곤란하다”며 “투표소의 편의시설 뿐 아니라 교통편 제공 등 추가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휠체어 경사로,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을 투표소로 지정하면 장애인들의 투표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장애인 편의를 고려한 투표소는 많지 않다. 서울 강동장애인자활센터 조사 결과, 4월 실시된 강동구의원 보궐선거에서 지정 투표소 10곳 중 경사로 등 장애인 시설을 갖춘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팀 관계자는 “2004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요구시 중형승합차 제공, 임시경사로 설치 등 편의시설 확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불신임 ‘기권’란 신설을

각종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하는 박덕수(47ㆍ부동산중개업)씨는 최근 들어 부쩍 지인들로부터 “찍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경선비리, 후보자간 헐뜯기, 공약(公約)의 공약(空約)화 등 정치계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낮은 투표율이 단순한 정치무관심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경고이자 불신의 표시라고 믿고 있다. 그는 “현 선거방식은 반드시 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새로운 인물과 정책을 요구하는 불신임 의사표시로 투표용지에 기권을 뜻하는 부정(不定)란을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5일 희망제작소에 냈다.

실제 미국 스페인 우크라이나 등은 불신임을 뜻하는 기권을 인정하고 있다. 1976년 기권제를 만든 미국 네바다주는 매해 평균 7.7%의 기권율을 기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된 공간이 아닌 곳에 도장을 찍는 등 투표 양식에 맞지 않거나 복수의 후보를 찍은 투표용지는 무효로 취급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복수의 후보를 선택하거나 아예 도장을 찍지 않는 사람들은 불신임이나 다른 형태의 지지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아니지만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 체계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권 없음’ 개별공지를

“무(無)선거권자는 투표 안내문에 개별 공지하면 어떨까요.”

교통사고 가해자로 금고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다녀온 A씨는 5ㆍ31 지방선거 때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초등학교 투표소에 갔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경험했다. 업무 담당자가 “선거권이 없다”며 그 자리에서 무선거권자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각종 선거가 있을때마다 투표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 노원구 공무원 박홍성(45)씨는 “자신에게 선거권이 없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무선거권자의 인권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각 세대에 발송되는 선거인단 명부 안내문에 선거권 없음을 사전 통지하자”고 희망제작소에 제안했다.

공직선거법 18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 각 지자체는 선거 28일 전 검찰청의 범죄기록 등을 넘겨 받아 선거권자와 무선거권자를 분류해 선거인 명부만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할 뿐, 무선거권자에 대한 별도의 개별 통지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가족들이 범죄경력을 모를 수 있어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세대별 통지문에 선거권 없음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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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진실희 인턴기자(서강대 신방 4년)
김재욱 인턴기자(연세대 사회 3년)

입력시간 : 2007/10/05 18: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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