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 다시 사람이다 (2)
인구 3만 명의 아담한 도시 도노시에는 90여 개의 다양한 주민자치회가 결성되어 있다. 이들 자치회는 9개의 상부 조직으로 묶여 있고, 그 위에서 도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총괄 지휘를 한다. 도노시의 지역 만들기와 사회 교육은 풀뿌리 자치회의 활약과 행정 당국, NPO 야마사토 네트워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노시 지역에는 약 400년 전부터 다수의 향토 예능 단체가 존재해왔다. 일본 전역에 존재하던 이런 단체들은 2차 대전 종전 후 점차 쇠퇴하며 사라지는 추세였다. 도노시는 약 50년 전부터 커뮤니티 형성을 장려해 향토 예능 단체의 재조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도노시는 흔치 않게 향토 예능 단체가 부활하는 지역이 되었다. 대표적 사례로 일본의 공연 예술 가구라의 부활을 들 수 있다. 도노시에서는 어린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가구라에 참가하고, 마을에 새로 시집 온 사람은 노천 가구라 공연에 등장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에 편입된다. 가구라를 통해 알게 된 젊은 엄마들이 따로 모임을 결성해 활약하기도 한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의 결속력을 강화한 것이다.
[##_Gallery|1090289149.jpg|자치회의 소바만들기 공개강좌|1323247063.jpg|주민들의 가구라 공연|1130626102.jpg|액티브 마미|1210018410.jpg|산지직판조합 가미고|1285553766.jpg|야마사토 네트워크 기쿠시 신이치 부회장|width=”400″ height=”300″_##]
200명을 동시에 가르치는 장인들
[##_Gallery|1062205837.jpg|장인 체험 홈페이지|1230541684.jpg|장인의숙대학교의 후지타 가즈히사|1134735725.jpg||1132773647.jpg||width=”400″ height=”300″_##]
어느 장인의 실패
그러나 장인의숙대학교의 성공에도 경계할 점이 있다고 후지타씨는 말한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이윤추구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수익 극대화’가 아닌 ‘적절한 수익성’을 지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수익을 높일까만 고민하다보면 효율성을 위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최소인력으로 최대이윤을 내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길로 빠진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고유의 특성이자 경쟁력인 관계성, 사회성 등의 가치를 잃고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200명 정도의 단체를 대상으로 도자기 공예를 가르친 장인이 있었다. 이 장인은 한 번의 성공을 계기로 수익을 더욱 높이고자 후계자를 조교로 쓰지 않고, 혼자서 모든 체험 신청자를 가르치려 했다. 여러 개의 도방에 선생님 없이 도예 재료만 준비해두고, 자신이 영상으로 원격 교육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장인 또는 그 후계자가 하나하나 옆에서 지도해주는 교류와 관계성이 결여된 수업에 실망했다. 결국 이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이 사례는 수익을 생각하다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면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이윤 추구 외의 가치를 지켜가는 것이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는 이윤보다 작품의 완성된 가치와 순수한 예술적 의도를 더 중시하는 장인 정신과도 상통하는지 모른다.
“풀뿌리는 근본적인 것”
대안대학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창립자이자 교장인 이신행 연세대 명예교수가 강단을 이어받았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는 92년에 결성된 신촌 민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민회는 활동 중지와 재개를 거듭하다 2005년 풀뿌리사회지기학교를 발족시켰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의 목적은 외부에서의 위협으로부터 지역 사회를 지켜내는 ‘지기’를 양성하는 것이다.
[##_Gallery|1001531282.jpg|신촌 민회의 토론 모습|1014784238.jpg|사회지기학교의 지리산 오두막|1326959418.jpg|지리산 연대의 활동 모습|width=”400″ height=”300″_##]
미래의 ‘지기’인 청년들은 토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지리산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신촌 민회에서 지역 사회 정기 포럼을 개최한다. 마을 카페 ‘체화당’에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 정신을 생산하기도 한다. “풀뿌리는 단지 작은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이라고 이신행 교수는 말한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와 일핵화를 극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지역이라는 뿌리가 튼튼해져야 한다. 풀뿌리사회지기학교에서 청년들은 학벌과 취업 등 획일화된 고민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것을 토론하는 풍토를 다진다. 이러한 대안 교육은 한국의 지역 발전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글_뿌리센터 김영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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