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맞는 비, 함께 나누는 아픔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지난 10월24일 금요일 오후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금천경찰서 앞에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기륭비정규여성노동자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주최한 금천경찰서장 퇴진 및 규탄 기자회견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_1C|1037760313.jpg|width=”400″ height=”265″ alt=”?”|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김정대 신부가 기자회견에서 여는 말씀을 하고 있다._##]그들 가운데는 팔에 깁스를 한 사람도 있었고, 이가 부러져 입 안에 보철기를 한 사람도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행동이 불편해 보이는 이들은 추운 날 밖에 나와 있는 것보다 맘 편히 푹 쉬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풀리지 않은 숙제, 비정규직, 그리고 기륭의 노동자들 때문이다.

눈물의 기록 1161일, 기륭전자 비정규직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문자로 일방적 해고통보를 받게되면서 지난 2005년 7월 결성되었다. 이들은 회사에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고공농성부터 삭발, 단식 등의 활동을 4년간 끊임없이 펼쳐왔다. 2008년 10월 27일 현재 투쟁 1161일차를 기록했고, 기륭전자 앞에서 천막을 치고 진행 중인 농성은 1107일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꾸준한 기륭전자분회의 투쟁에 회사는 구사대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으로 답하고 있다. 200여명으로 시작한 분회원은 이제 10여명 정도만이 남게 되었다.

회사는 지난 15일과 20일, 21일에도 폭력을 자행했다. 15일 오전, 구사대와 용역경비들은 천막 안에 있던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끌어내고 천막을 철거했고, 20일 오전에는 신고를 마친 합법 집회를 방해하며 집회에 참가했던 여성에게 비하 발언을 하고 폭력을 가했다.

그러나 경찰은 노조원을 연행했다. 경찰은 폭력사태를 목격하고는 “나중에 (증거)사진 찍어서 신고하세요”라고 말하며 방조하거나, 아이러니하게도 구사대나 용역깡패와 행동을 같이했다. 24일에 금천경찰서장 퇴진 및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_1C|1131248126.jpg|width=”400″ height=”265″ alt=”?”|10월 15일 농성장에서 구사대와 용역경비의 폭력으로 오른팔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한 ‘함께맞는비(단체명)’의 ‘희망’ 회원._##]

함께 맞는 비

이러한 기륭전자분회의 상황을 전해듣고 시민과 누리꾼들이 모였다. 올해 5, 6월에 활발하게 진행된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광우병위험 미국산소고기 뿐만 아니라 기륭전자노조의 저항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촛불집회나 인터넷을 통해 기륭전자분회 소식을 접하게 된 시민들은 기륭전자분회원들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함께맞는비> (기륭을사랑하는네티즌연대 <구 ‘기륭릴레이동조단식단’>)를 결성했다.

<함께맞는비>의 전신인 <기륭릴레이동조단식단>의 시작은 한 사람에 의해서였다. <영화와책>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운영중이던 다음(Daum) 아이디 ‘씨니or요사’님은 우연히 기륭전자분회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 아픔에 절절하게 공감했다고 한다.

이후 ‘씨니or요사’님은 <영화와책> 회원들과 함께 5월 초순에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고, 이것이 ‘함께맞는비’의 시작이 된다.

현재 <함께맞는비> 다음 카페에는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기륭전자분회를 알게 된 545 명의 사람들이 기륭노동자를 응원하고 있다.
[##_1C|1208950459.jpg|width=”400″ height=”265″ alt=”?”|박노해시인이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헌사한 시._##] 비정규직이라는 슬픈 이름

이들이 기륭전자분회의 상황에 공감한 이유는 단순하다. 비정규직이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은 차이가 난다. 또 <비정규직보호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해놓은 ‘2년간 고용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대다수의 회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2년 안에 해고해 버리고 몇 달 후 재계약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정규보호법>이 오히려 경영진에게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_1C|1244538305.jpg|width=”400″ height=”265″ alt=”?”|암 투병 중에도 복직투쟁을 계속했던 고 권명희 조합원의 영정사진이 백합화 함께 농성장 앞에 세워져 있다. _##]<함께맞는비>는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주목하고 있었다. <함께맞는비> 회원인 다음 아이디 ‘혁이’님은 비정규직의 문제점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거 정권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시국이 어렵기 때문에 또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라는 논리로 뒷짐만 지고 있을거란 말이에요.

이제는 더 이상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곳간에서 은이 난다’고, 기업이 양보해야만 합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전문직화하고 그래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언제까지 비정규직으로 내둘리고 그 인간의 인간성을 무시하고 파괴하고 돈벌이 수단으로서만 가져갈 것이냐’ 이런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거죠.

인간으로서 자기 스스로가 창의력을 가지고 자기를 발전시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이 사회의 구심점이 되야 하는데 비정규직은 그러한 인간 발전을 저해시키고 망가뜨리고 있단 말이예요.”

외국계 기업인 구글과 3M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직원들의 창의성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시간에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야 회사도 성장한다. 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고 즐겁게 작업한다.

유한킴벌리는 1997년 IMF위기 당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지 않고 노동시간을 4조 2교대로 변화시켰다. 그 결과 생산력은 증가했고, 노동자들은 휴가를 자기 발전을 위해 쓸 수 있게 되었다. 또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능력개발을 위해 자신의 노동분야와 관련된 평생학습을 지원해준다.

과거에는 노동자가 희생해야 기업이 성장한다는 말로 국민의 희생이 요구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아직 한국의 많은 기업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은 어색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CSR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희망의 촛불,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사회에서 노동자의 투쟁은 70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 이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아왔다. 노동자의 절망을 사회가 보지 못하고 있었고, 그 이면에는 짙은 ‘썬글라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온 보수 언론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봄 일어난 촛불집회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시민들은 정부의 실정에 대해 지적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내려는 활동을 적극 펼친다. ‘혁이’님은 지금의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분회를 지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보면 노동운동진영 사람들보다 일반 시민들이 더 많습니다. 이 사람들이 각자 공간에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작은 물결을 또랑물로, 이것을 시냇물로, 강물로 만든다면 충분히 국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함께맞는비>는 활동 방향을 비정규직 문제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비정규문제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자신이 비정규직임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재 다수의 20대들이 ‘지금은 비정규직이지만 미래에는 정규직으로 갈 것이다’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노동부는 10대 근로자지원업체(파견업체)를 선정해서 모범대상으로 삼고 상장을 줍니다. 상을 받으면 이들은 3-4년동안은 감사도 받지 않아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자르고 할 수 있는 거죠.

결국 이것은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를 알려내고 비정규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비정규직인지 상세히 알려 내는 것이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륭노동자들의 해고철회에 대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에게 회사와 정부는 무관심을 넘어 폭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4년간 소리쳐 왔지만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계에 대한 압박은 점점 무겁게 조합원들을 짓누르고 있다. <함께맞는비>는 말한다. 이제는 그들의 외침에 확성기가 되어 주고, 비정규직의 사회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해야 할 때라고.

기륭을사랑하는네티즌연대 (‘함께맞는비’)

누리집 : http://cafe.daum.net/kirungRelay
후원계좌 : (국민) 362702-04-067271(김소연)
[글, 사진_ 김성진 / 해피리포터]

[##_1L|1209955845.jpg|width=”94″ height=”70″ alt=”?”|_##]해피리포터 김성진(max7le@naver.com)

네모 안경 속에 발랄함을 숨기고 일상의 행복을 쫓는 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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