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합리적 의사결정의 조건들

김진수의 인토피아

“터널 시야(Tunnel Vision)”라는 의학 용어가 있는데 원래의 뜻은 망막에서 주변 시야를 잃어버리고 중심 시야만으로 사물을 본다는 뜻이다. 이 용어가 종종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사용되곤 한다. 즉, 한 가지 문제나 원인에 집착해서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제한적 합리성’


이런 현상은 전체를 보고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어 편협한 해결책을 찾아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우리들 대부분이 다소간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터널 비전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 박사가 말하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과도 일맥 상통하는 듯하다.

부연을 하면, 사회과학에서 인간의 행동을 모델링한 여러 이론들은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데서 출발하는데, 사이먼 박사는 인간은 인간의 제한된 계산 능력으로 인해 제한적으로만 합리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즉, 한 개인이 어떤 경제 활동을 할 때 모든 경우를 탐색해 보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제한된 정보를 기초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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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인간은 제한적인 합리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자신의 제한된 시야로 세상을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듯 하다. 모든 사람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완벽할 수 없으니 오십보 백보라 치부해서도 안 될듯 싶다. 그 정도의 차이라는 것이 상당한 결과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도자가 있는 것이고 전문가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어떤 사람이 지도자이고 어떤 사람이 전문가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겠지만…

사람이 성장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고 좀 더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자신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가 깊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회사에서도 사원으로 입사해서 진급을 해서 관리가 되고 더 나아가 임원이 되면서 더 넓게 보고 더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요청을 받는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자리에 가지 못하거나 갔다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다.


한 모서리가 움직이면 모든 것이 변한다


그렇다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전체를 보는 시각(holistic view)을 들고 싶다. 때로 사내의 임직원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종종 좁은 시야로 판단을 하는 걸 보게 된다.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전체적인 틀에 비추어 보면 여러 가지 제한점들이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에서 무조건 힘으로 밀어 부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업무 지시를 해도 그 업무를 실행할 사람들은 실무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지시한 업무에 대해 제대로 납득하지 못한 채 업무를 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히, 인터넷 비즈니스는 실행 과정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서 업무가 제대로 안 되거나 효율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또 그들에게 왜 이렇게 결정을 해야 하는 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그 설명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왜 부분적으로 맞게 보이는 것이 전체적으로 보면 불합리한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또한, 그 전체를 이루는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는 받는 상호관계(interrelation)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제자를 선발할 때 입체의 한 모서리가 움직이면 나머지 것들이 함께 변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을 제자로 삼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전체를 바라 볼 줄 알고 또 어떤 하나가 바뀌면 나머지가 같이 바뀐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 싶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 자체에 집중해서 해결책을 내다가 다른 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 몸도 각 기관들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데 예를 들어, 위장이 나빠졌다고 위장만 생각해서 투약을 하게 되면 심장이 나빠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이다.

의사들도 대증적인 요법을 쓰다가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 문제는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겪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필자는 그 문제의 기원을 단편 지식 전달에 급급한 우리의 교육에서 찾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각 개인의 의식적 노력이 없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경계하자


끝으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그 상황(context)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어떤 사용자가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때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했는가 또는 그 일의 중요도, 그 사람의 심리 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경험은 특정 상황하에서 일어났던 특수한 경험일 수도 있는데 자신이 체험했기 때문에 너무나 강하게 그 경험에 집착해서 주장을 펼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우리가 제대로 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일반화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지각의 측면이나 합리성의 측면에서 불완전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대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각 요소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_ 김진수 (야후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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