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단 편지] (4) 일본시민사회의 대모 – 오사카NPO센터

(영상_김해인,나레이션_곽보아/해피리포터)

소박하지만 속은 ‘꽉찬’ 공간
[##_1L|1121780167.jpg|width=”350″ height=”234″ alt=”?”| ▲ 오사카NPO센터가 입주해 있는 ‘NPO플라자’ 전경 _##]

일본에 도착한지 이틀째, 시계를 보니 9시 45분이다. 약속한 시각보다 15분 일찍 오사카NPO센터에 도착했다. 덕분에 여유를 가지고 센터 내부를 천천히 둘러볼 수 있었다.

오사카NPO센터는 오사카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NPO들과 ‘NPO프라자’ 건물을 함께 쓰고 있다. 정확한 수를 헤아리기는 어려웠지만 안내도를 보니 적어도 층별로 30개 이상의 NPO들이 활동하고 있는 듯 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로비에 비치된 다양한 홍보물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흡사 ‘NPO홍보센터’를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NPO관련 자료들이 곳곳에 촘촘히 진열되어 있었다.

2층으로 걸음을 옮겨 오사카NPO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야마다 대표가 환한 미소로 방문단을 맞아주었다.

센터내부를 둘러보고 난 후 느낀 첫 소감은, 생각보다 조금은 정돈되지 않은 듯 하다는 것이었다. NPO소식지들이 사무실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직원들의 책상 위에는 NPO관련 서적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묵직한 ‘브라운관 모니터’ 너머로 수많은 일정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게시판이 엿보였다. 면담이 이루어진 회의탁자는 높이와 모양이 맞지 않는 책상 여러 개를 이어붙여 ‘급조’한 것이었는데, 그나마도 십수명이 앉기에는 조금 비좁았다.

하지만 이런 ‘투박한’ 모습은 한국의 NPO들을 방문할 때도 자주 접했던 것이어서 그리 낯설지가 않았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_1C|1303730423.jpg|width=”350″ height=”234″ alt=”?”| ▲어지러이 놓인 자료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_##] 강한 ‘자립형NPO’ 만들기

오사카NPO센터(이하 센터)는 강한 자립형NPO를 만들고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민설민영의 NPO센터이다. 우수한 인재들과 NPO를 서로 연결해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바로 센터가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센터의 비전이나 사업내용, 운영체계, 설립시기 등 많은 부분이 앞서 방문했던 ‘일본NPO센터’와 유사했다. 하지만 다른 NPO지원센터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치중했던 일본NPO센터와 달리, 오사카NPO센터는 지역 NPO지원센터로서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다.

센터의 주요활동은 NPO상담, 컨설팅, 연구출판, 각종강좌개설, 교류연계사업 등이 있는데, 특히 NPO상담의 경우 센터가 전국최초로 시작한 사업이라 프로그램이 굉장히 풍부했고, 센터사람들의 자부심도 상당했다.

상담은 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진다. 1998년부터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사법서사, 행정서사, 사회보험 노무사 등이 함께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중소기업진단사’(재무, 회계, 경영 등 운영전반을 컨설팅해주는 이)와 같은 신생전문가들도 새로 합류했다. 아무래도 NPO들이 규모나 운영시스템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유사해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 상담비용이 건당 8,000엔(회원은 4,000엔)으로 만만치 않은 편이라, 이용실적이 연간 30건 정도로 생각보다 저조했다. 반면 사무국 스태프들이 맡고 있는 상담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대부분 사무국 상담으로 몰린다고 한다.

때문에 센터는 늘어나는 상담수요에 맞추어 스탭들의 상담역량을 진작시키고자 사무국 내부에서 별도의 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NPO법(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이 제정된 후 시민사회가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부터는, 지역내 많은 NPO관계자들이나 주무부서 공무원들도 이에 동참했다. [##_1C|1350089462.jpg|width=”350″ height=”234″ alt=”?”| ▲ 이것이 바로 ‘일본최초’의 NPO가이드북! _##]
이 공부모임에서 논의된 내용들은 한데 묶여, 전국 최초의 NPO가이드북으로 만들어졌다. 그간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NPO의 운영과 관리를 쉽게 안내한 이 책자는, 현재는 여느 NPO지원센터에서든 유사가이드북을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출간 당시에는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NPO시민강좌

이외에 시민들의 NPO참여를 돕기 위해 마련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주목할 만 했다.

먼저 2002년부터 운영중인 ‘직업훈련강좌’는 NPO에 관심있는 시민들을 활동가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희망제작소의 ‘해피시니어 프로젝트’처럼 중고령 퇴직자들이 주대상층이다.

이는 직업훈련강좌가 경제버블붕괴 이후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중고령층의 재취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중고령층 1만명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직업훈련프로그램을 막 시행하기 시작한 2002년에는 오사카지역의 심각한 취업난 때문에 중고령층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도 강좌에 참가해 호응이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상황이 호전되어 실업률이 크게 줄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NPO에 취업했던 사람들이 근무여건이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떠나갔고, 결국 2007년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되고 말았다.

반대로 인근 에이메현은 2007년에 비로소 직업훈련프로그램을 신설했는데, 지역경기가 반등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제는 지역경제사정이 일반기업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경제상황이외에 시민들의 NPO참여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핵심변수는 바로 취업이 가능한 NPO의 수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직업훈련프로그램을 수료했어도 취업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해, 취업을 포기하고 NPO를 창업하거나 볼런티어(자원봉사)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대해 야마다 대표는 “일본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2002년과 2003년은 NPO가 인력호황을 누렸던 ‘NPO버블시기’ , 경제상황이 호전된 2003년과 2004년은 ‘NPO버블이 붕괴된 시기’라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역경제와 NPO 모두 이 같은 과도기를 지나 현재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_1C|1266176196.jpg|width=”350″ height=”234″ alt=”?”| ▲ ‘해방단’의 인터뷰 역시 센터가 시행하고 있는 NPO상담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_##] NPO대학원’ 강좌도 센터의 대표적인 교육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기존의 NPO에 대한 일반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NPO전문가를 길러내는데 주안점을 둔 이 프로그램은 이익을 배당하지 않는 비영리주식회사, 즉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하기로 해 2002년 시작 당시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2002년에는 관련법이 없어 일반 주식회사로 우선 등록 했고, 이후 2005년 회사법이 개정돼 비영리주식회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역대학들이 비슷한 강좌를 개설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에서 밀려 결국 2005년 종료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항상 선도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서도 지역NPO센터가 가지는 여러 자원의 한계로 유지,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오사카NPO센터를 나오며
[##_1L|1022556107.jpg|width=”350″ height=”234″ alt=”?”| ▲ 빼곡히 들어선 각종NPO자료들. 센터의 지난했던 행로를 보여주는 듯 하다._##]
2008년 현재 오사카 지역내에 있는 NPO센터는 ‘오사카NPO센터’를 포함해 10여 개 정도이다. 간혹 프로그램과 사업의 내용이 겹쳐 인원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다른 NPO들과 관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선구적 역할을 해온 일본시민사회의 ‘맏이’답게 오사카NPO센터가 이들 단체의 초기설립과정에서부터 대부분 관여해왔기 때문이다.

두시간 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이곳에서 시도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이 일본시민사회의 토양을 고르고 단단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또 상당한 NPO관련 정보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다시 이곳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상당한 저력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NPO대학원’ 등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여러 획기적인 사업들을 선도적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뚜렷해 보였다. 민설민영의 NPO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자금과 조직이라는 ‘자원문제’와 맞부딪쳐야 했기 때문이다.

전문인퇴직자의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확산시키고, 그 과정에서 완결성 높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일본의 NPO들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인 동시에 시민참여형 NPO지원센터를 구상중인 해피시니어팀이 풀어야만할 숙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_1C|1095652769.jpg|width=”500″ height=”335″ alt=”?”|_##] <편집자 주> 해피시니어팀은 지난 2월 2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NPO지원센터 현황을 방문조사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구상중인 NPO센터, ‘행복발전소’의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국의 모든 NPO들이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행복발전소가 힘차게 가동될 그 날을 위해, 앞으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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