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단 편지] (8)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한다 – 커뮤니티서포트센터고베




“안녕…하십니까? 저는…히다 아츠코라고 하므니다.”

안내를 맡은 히다 아츠코 씨가 두 손으로 쪽지를 꼭 쥔 채 자기소개를 또박또박 한 글자씩 읽어나갔다. 서툴고 어색한 한국어였지만 방문단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정성과 배려가 그대로 느껴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까지 방문했던 단체 가운데 가장 신선한 첫 만남, 첫 인상이다.
[##_1C|1192950510.jpg|width=”400″ height=”268″ alt=”?”|다른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히다 아츠코 씨_##]커뮤니티서포트센터고베(이하 CS고베)는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일명 고베대지진) 당시 구호활동을 함께 했던 지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순수 민설민영단체이다.

다른 NPO지원센터와 마찬가지로 지역 내의 여러 NPO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그네들을 돕는 역할을 주로 하는데, 규모는 작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워낙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 일본에서는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다.

히다 씨가 예의 그 또박또박한 말투로 ‘CS고베스토리’를 한 보따리 풀어놓기 시작했다.

“CS고베의 사업들은 크게 ‘중간지원사업(지역내 NPO지원)’과 ‘마을만들기사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중간지원사업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지역 내 공익활동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사업이 있습니다. 최근 치매환자들의 그룹홈이 1층 공간의 활용방안을 문의해 와, 인근의 자원봉사 희망자들과 함께 ‘호노보노 아사킥사(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카페)’라는 이름의 공익카페를 개설했습니다. 대부분의 메뉴가 200엔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인데, 음식 맛도 괜찮고 공익적 공간이라는 소문이 서서히 퍼지면서 현재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답니다.

이처럼 열의는 가득했지만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답보상태에 있던 공익사업의 매칭사례가 현재까지 약 70여 건 정도 됩니다.
[##_1L|1402329140.jpg|width=”400″ height=”268″ alt=”?”|NPO대학 (PPT 자료_CS고베)_##]우수한 인재를 육성해 NPO에 연결해 주기 위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개발, 운영 중입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NPO대학’은 구체적인 NPO관리와 운영방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프로그램입니다. 기업, 행정당국과의 협업방식을 배우는 ‘거버넌스 코스’ , 재정 및 회원 등 NPO운영 실무를 배우는 ‘매니지먼트코스’를 각자 선택해 들을 수 있는데요, 강의 커리큘럼도 안정되어 있고 수강료도 저렴해 겨울(10월~12월, 격주 토요일 진행)에만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NPO활동가들이나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일반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기 위해 상시적인 ‘NPO체험연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2시간 동안 간단한 세미나와 프리젠테이션을 듣는 A코스, 여기에 2시간 가량의 현장체험이 추가되는 B코스, 대학생 인턴프로그램인 C코스, 6개월간 NPO에서 실무를 익히며 NPO창업을 준비하는 D코스 등이 있습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을 때, CS고베에서 D코스(NPO창업연구코스)를 수강중인 노신사 한 분이 계셔서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평생 슈퍼마켓이나 여행사 등에서 경영과 기획 일을 하다 작년에 퇴직했다는 그는, 이미 지난해 말 고베근처 ‘아시아시NPO센터’에 재취업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시아시NPO센터가 올해 1월에서야 NPO법인격을 취득하는 등 아직 경험이 일천해서 명성이 자자한 고베NPO센터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열성을 다해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하고 돌아가, 꼭 아시아시NPO센터를 CS고베에 버금가는 NPO센터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허허허.”

당찬 포부를 밝히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그에게 해.방.단 역시 유쾌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란다며 성원을 보냈다.[##_1C|1035212471.jpg|width=”400″ height=”268″ alt=”?”|너털웃음이 아름다웠던 NPO창업연구코스 수강생_##] 톡톡 튀는 마을만들기 프로젝트, ‘빙글빙글 발전소’
다시 히다씨의 ‘CS고베스토리’ 강의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또 다른 핵심사업인 ‘마을만들기 사업’에 대한 설명이었다.

일종의 지역가꾸기, 공동체복원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이 사업은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성 뿐 아니라, 신선한 발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다.

먼저 주민들이 인근지역의 NPO를 분야별, 지역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된 ‘고베NPO맵’이 있다. 이 시스템은 고베시와 CS고베를 포함한 7개 NPO가 공동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고베에는 약 350개의 NPO가 있는데 NPO의 특성상 단체의 통폐합, 신설이 빈번하기 때문에 7개 NPO들이 구획을 나눠맡아 수시로 온라인 상에서 단체의 정보나 소식을 신속히 업데이트 하고 있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단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빙글빙글발전소’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사업이었다. 초기에 지역 내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지역민들 사이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고민 끝에 유기비료를 만드는 기계의 동력으로 이용하기로 결정되었고, 이번에는 그 유기비료로 친환경작물을 재배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작물재배의 주체를 시니어 볼런티어로 하자는 아이디어가 여기에 또 더해져, 결국 종합적인 마을활성화 사업이 완성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대안사업과 아이디어들이 한 데 모여,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로 재탄생한 것이다.
[##_1C|1308194784.jpg|width=”268″ height=”400″ alt=”?”|빙글빙글발전소 유기농작물 재배사진 PPT(CS 고베 제공)_##]
설명해주시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히다씨. 히다씨는 어떻게 해서 이 곳에 참여하시게 되었을까?

“20살 때 스웨덴 유학을 가서 처음으로 NPO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스웨덴은 NPO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었는데 일본도 그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졸업 즈음에 는 NPO에 취업하기로 생각을 굳혔어요.

사실 젊은이들이 NPO에 취직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급여 등 근무여건이 일반기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열악한 것이 현실이거든요.

일단은 대학생들이 체험코스 등을 통해 NPO나 봉사활동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이 것이 계기가 되어 차후에 직업으로도 NPO를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고베의 힘! 중요한 것은 정신이다

히다 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쿠네다(57세) 씨가 기업과의 연계, 교류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해.방.단 앞에 나섰다.
[##_1L|1024089781.jpg|width=”400″ height=”268″ alt=”?”|정신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쿠네다 씨_##]그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패션비지니스 영업 분야에 종사해 왔는데, 50세가 되던 해 CS고베의 NPO창업코스(D코스)를 이수하고 NPO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침 아들이 대학을 졸업해 경제적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1995년 발생한 고베대지진(한신-아와지 대지진)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화려하고 변화속도가 빠른 패션업계에 종사하면서 그야말로 세계화, 글로벌화의 물결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왔죠. 돈도 많이 벌었구요. (웃음)

하지만 고베대지진(한신-아와지대지진)을 겪으면서 저의 모든 가치관이 바뀌었답니다. 어마어마한 인적, 물적 피해와 그 복구과정을 경험하고 나서 배우게 된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아주 평범한 진리였어요.

실제 지진이 났을 때, 우리 지역민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기업인도 정부사람들도 아니라 지역커뮤니티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그야말로 우리 이웃들이었죠. 그 사람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커뮤니티(지역공동체)를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공존을 위해 정말 필수적인 것이구나…돈만이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죠.

기업에 있는 동안에는 제가 펼치는 경제활동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그것을 실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서포트’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는 내가 누구와 관계하고 있고 누구를 돕고 있는지를 바로 실감할 수 있지요. 덕분에 매순간 큰 보람을 느낀답니다.”

그는 NPO나 볼런티어 활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내가 가진 능력의 가능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역커뮤니티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사회경험과 전문성의 확보 이전에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과 활동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으로 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일회성의 기부금을 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CS고베와 같은 NPO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재단설립을 통해 기금을 조성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구요. 기업에서 남는 공간이나 설비 등을 제공하는 것도 훨씬 더 좋은 협력방식, 사회공헌 활동이 되겠지요.“

무한경쟁의 사회. 나 한 몸 챙기기도 벅차서 허덕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가치관에 ‘인생의 참 의미’가 접목되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쿠네다 씨.

어떤 일을 하는가,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보다 어떤 ‘정신’을 갖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며, 교육하고 전달하시는 분들이 ‘열정’과 ‘진심’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한다면 충분히 ‘정신’은 전염될 수 있다며 해.방.단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셨다.

과연 소문대로 CS고베는 규모는 작지만 알토란같은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시민들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열정적인 활동가들이 그 ‘에너지원’이다. 인터뷰 내내 그야말로 참신한 발상에 머리가 번쩍 깨이고, 진심어린 한 마디한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지진이라고 하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고베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피워올린 희망의 불씨. 바로 그 중심에 CS고베가 있다.

[글_고서정,영상_김해인/해피리포터]





[##_1C|1142334301.jpg|width=”400″ height=”268″ alt=”?”|_##] <편집자 주> 해피시니어팀은 지난 2월 26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NPO지원센터 현황을 방문조사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구상중인 NPO센터, ‘행복발전소’의 밑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국의 모든 NPO들이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행복발전소가 힘차게 가동될 그 날을 위해, 앞으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행복발전소 바로가기★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