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고대의 유물을 어루만지며 알려 준다” – 전영미 국립 중앙박물관 유물해설 자원 활동가

[##_1L|1183787983.jpg|width=”370″ height=”277″ alt=”?”|경복궁 시절부터 활동한 전영미씨는 겸재 정선의 그림 ‘박연폭포’를 즐겨 본다. 박물관 유물 해설사는 꾸준히 공부하면서 귀한 작품을 자주 접할 수 있다._##]“몸통을 받들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네, 용이에요. 용의 발톱이 다섯 개 날카롭게 뻗쳐있지요. 바로 백제의 기상을 추정해 볼 수가 있어요. 뚜껑부분의 악공을 살펴볼까요?”

국립 중앙박물관 1층 고고관 백제금동향로 앞에서 또박또박 정성을 들여 설명하는 전영미씨(52)의 눈이 향로만큼이나 아름답게 빛난다. 그는 “언제 출토되었나요?”, “연기는 어디로 나오나요?” 등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며 고대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유물 곁을 지키고 있다.

두 시간 정도 설명을 끝내자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그와 햇살 환한 4층 찻집에 자리를 잡았다. 전씨는 2000년부터 국립 중앙박물관 자원봉사자로 일주일에 하루씩 유물을 설명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국립 중앙박물관 자원봉사 운영 유물해설사.

“소외된 계층을 위해 일해야 봉사라 할 수 있고 저희는 자기개발 및 자기만족으로 일하는 측면이 강하죠”라며 ‘봉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국립박물관은 6개의 전시실이 있는데, ‘박물관의 꽃’이라 칭하는 ‘고고관’을 선택한 것은 구석기부터 발해, 통일신라까지의 기간에 애착이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조용히 생각에 잠기며 쉬고 싶을 때는 고구려 무덤벽화를 찾을 만큼 옛사람들의 혼과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차분하고 논리적인 성격으로 책읽기를 즐겨하는 전씨가 처음 박물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4년 박물관 특설강좌를 들으면서였다. 그 후 육아와 해외생활로 잠시 쉬다가 연구과정을 끝내고 2000년부터 유물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꾸준히 공부하며 봉사할 수 있어 고학력 시니어들에게 안성맞춤

박물관 유물해설사는 박물관 기본강좌 1년, 연구과정 2년을 마치면 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180명이 6개의 전시실에 배치돼 일주일에 한 번씩 자원 활동을 한다. 매일 10, 11, 2, 3시에 정규 해설이 나가고 관람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도움을 준다. 연구과정은 평생학습이므로 대부분 연구과정 수강생이면서 자원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씨는 유물해설 자원 활동가로서 지녀야 할 요건으로 유물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 성실성과 전문성을 꼽는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유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 유물에 대한 애정,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출근해야 하는 성실성과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개발과 지적 만족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고학력의 주부들과 전문직 은퇴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한낱 돌덩어리에 불과할 수 있는 유물에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피부에 와닿게 설명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_1R|1157027818.jpg|width=”370″ height=”277″ alt=”?”| 울산 반구대 암각화 앞에서 구석기 시대에 제례의식을 어떻게 치르고 고래잡이를 나갔는지 설명하고 있다._##]설명을 듣고 난 뒤에 ‘유물이 다르게 보인다’고 감사해 할 때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며 “한번은 시각장애인에게 유물을 손에 쥐어주고 설명을 해주니 조심스레 만지며 감동하는 느낌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했어요”하며 일하는 보람을 조심스레 내비친다.

관람객의 기초적인 소양이 아쉬워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설문지를 가져와서 전시실 유리나 벽에 대고 작성할 때 가슴이 아프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전시실내에서 뛰어다니거나,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못하도록 지도하는 것 외에도 받침대 같은 세심한 것들도 준비시키기를 당부한다. 또한,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관람할 때는 꼭 아이 손을 잡고 다니기를 부탁한다. 유물해설사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일도 빈번이 발생한다니 시민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교육도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를 가꾸어가는 인식은 시민의식이 얼마나 성숙한가를 나타낸다. 아름다운 문화로 가득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에서 기초적인 소양을 끊임없이 교육시키고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 번에 한 관씩 자주 돌아보고 유물해설사를 적극 활용하길

그는 “유물을 한꺼번에 다 보려고 하지 말라”며 “한 번에 한 관씩 자주 와서 돌아보길” “쓰려고 하지마라. 쓰면 보이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여 유물해설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며 전문 유물해설사로서의 의견을 전한다.

현재 국립박물관은 무료입장이며 매주 수요일 2시부터 5시까지 운영하는 은하(silver)교실은 60세 이상이 수강 가능한 무료강좌로 많은 시니어들의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수요일 밤에는 한 유물을 놓고 학예사와 30분정도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예전에 하던 점자 도서관 도서 워드작업을 다시 하고 싶어요. 진짜 ‘봉사’다운 일을 하려고요. 물론, 유물해설사 일도 계속 해야죠. 저 자신을 위한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에요”라며 자료들을 꼼꼼히 챙기는 그녀 뒤로 마치 관세음보살 후광처럼 햇살이 비껴간다. 자신의 능력을 조용히 세상과 나누는 이들이 늘어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성숙해지리라 여겨진다.

[글/사진 :정인숙_해피탐사단]

국립 중앙박물관

전화 : 02-2077-9000
홈페이지 : www.museu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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