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작은 집

<막달레나 공동체>

‘산다는 것이 힘들어. 가슴 한 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다. 답답하다. 좁은 공간 안에서.’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일기 중 한 구절이다. 착취와 감금 속에서 매춘을 강요받는 여성들. 그들을 위한 작은 쉼터가 되는 곳 ‘막달레나 집’을 찾아갔다.

[##_1L|1192557435.jpg|width=”280″ height=”210″ alt=”?”|막달레나 집 마당에 있는 성모마리아 상_##]집은 어떻게 세워 졌나
막달레나 집의 이옥정 대표는 어느 날 낯선 사내가 용산역에서 잠들어 있는 다섯 살 배기 여자아이의 속옷을 벗기려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용산 집결지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었고, 손님을 받는 동안 아이를 용산역 광장에서 잠을 재웠던 것이었다. 당시엔 통학하는 학생들도 기차 시간을 놓치면 용산역에서 밤을 새고 새벽 첫차를 타고 가던 때라 아이의 엄마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은 가해자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마의 직업을 문제 삼았고, 아이의 엄마는 오히려 이옥정 대표를 원망했다. 당시 그와 같은 일은 성매매지역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이옥정 대표는 그들을 위한 단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문애현 수녀와 함께 막달레나 집을 설립했다.

1985년 문을 열어 처음엔 상담을 주로 하다가 2년 뒤인 1987년에 성매매여성을 위한 쉼터를 설립했다. 당시 성매매여성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병을 앓아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질병으로 죽는 여성들도 많았지만,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절망감, 분노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많았다. 막달레나 집은 그렇게 목숨을 끊은 여성들의 장례를 치러주고, 아픈 여성들은 가톨릭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금은 성매매여성들을 위한 센터가 여러 군데이지만 당시만 해도 막달레나 집이 거의 유일했는데, 정부의 보조금 없이 후원금으로 어렵게 쉼터를 운영해야 했다. 지금 있는 곳은 1985년 이후 네 번째로 이사한 집으로, 2005년도에 시설로 인가받았다. 그 이전까지 약 20년 동안을 후원금만으로 유지해 온 셈이다.
지금은 정부의 많은 관심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여성들을 도울 수 있지만, 그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열 명 안팎의 여성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이옥정 대표는 배추 살 돈이 없어 우거지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먹기도 했고, 메주를 얻어다 된장을 담가서 먹기도 하고, 무거운 석유통을 날라 가며 겨울을 나기도 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이옥정 대표는 말한다.

막달레나 집의 프로그램들
막달레나 집의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거(쉼터)및 보호사업, 상담 및 자활 지원 사업, 그리고 조직운영 및 기타 사업이 있다. 먼저 주거 및 보호 사업으로는 막달레나 집 쉼터 운영과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너른 쉼터가 있다. 또 오랜 성매매생활로 갈 곳 없는 중?장년층 여성들을 위한 그룹 홈 ‘보듬네’를 운영하고 있다.
‘보듬네’는 막달레나 집을 운영하면서 나이 든 성매매 여성분들이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마지막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만든 공간이다. 2001년 시골 전원주택에 그룹 홈 보듬네를 설립하여 중장년 여성들과 장애인 여성들이 함께 모여 살도록 했다. 중장년 장애여성들의 자활사업으로 선식, 청국장 등의 판매 사업을 시범적으로 진행했지만, 그들의 인건비를 지급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보듬네는 문을 닫은 상태이다. 입소기간 내에 자활 실적을 내야 하는 현행법과 보듬네의 설립취지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고시설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 폐지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보듬네의 경우 시설 설립 근거가 법의 사각 지대에 있었다.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의 근거로는 장기쉼터를 할 수 없었고 또 노인시설의 근거로는 보듬네 여성들의 특성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입소 기간의 문제로, 인가 시설이 되면 입소자는 최장 1년 6개월까지만 있을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자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중장년이거나 장애인인 경우 자활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보듬네를 설립한 것인데, 인가를 받을 경우 원래의 취지를 실현하기가 불가능해지는 역설이 생기는 셈이었다. 보듬네에 오는 여성들은 오랜 성매매생활 동안 자존감을 잃고 무기력해져서 자활이 힘들 뿐 아니라 가족들도 받아주지 않는 처지의 여성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려해 여성가족부가 특례적 조치를 해 주길 기대했지만 그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현재 보듬네는 문을 닫은 상황이다.
[##_1L|1390267608.jpg|width=”270″ height=”203″ alt=”?”|막달레나 공동체가 펴낸 책들_##]상담 및 자활 지원 사업으로는 상담센터 ‘이나’를 운영하고 있다. ‘이나’는 영어의 여성형 접미사 ‘-ina’의 뜻을 지니면서 동시에 한자 이로울 이(利))와 한글 ‘나’가 만난 단어로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곳을 뜻한다. 이 곳에서는 성매매 경험을 한 여성을 지지하며 성매매 여성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각종 법률상담, 의료상담, 쉼터입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있다. 또 용산 성매매집결지 현장지원활동을 통해 현장의 여성들이 여기서 의료?법률지원과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생계비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또 용산집결지 현장지원센터와 함께 한 달에 두 번 용산의 집결지 여성들을 만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물건도 뺏고 아웃리치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 동안 용산에 터전을 잡고 힘들 때면 이웃처럼 다가가 함께했던 막달레나 공동체에게는 오히려 호의적이라고 한다. 막달레나 공동체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매매는 나쁜 것이니 빨리 그 곳을 나와라’ 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우선은 건강이니 건강부터 지켜라’고 말하며,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소중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작업을 함으로써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고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운영 및 기타사업으로 연구, 개발 및 자료 발간 사업을 하고 있다. 막달레나 집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맺어 왔던 원미혜, 김애령, 황정임, 이희영 연구위원 등과 함께 인터뷰와 전업인식조사 등을 하였고,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씩 만나면서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옥정 대표는 여성가족부가 관심을 가지고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해 주는 상황을 들어 예전과 비교하면 일하기 참 좋아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나아진 것이지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정부는 자활 의지를 가진 성매매 여성들에게 한 달 40만원 정도의 생계비를 지급하는데, 그 돈으로는 일 년 동안의 자립기간 동안 자립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요즘 식당이나 공장에서 이주 노동자를 쓸 만큼 인력이 부족한데 왜 그들이 직업을 못 구하느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은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을 잘 몰라서 나오는 것이다. 오랫동안 성매매를 한 까닭에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고, 쌓이고 쌓인 정신적 고통 때문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성들도 많아서 그렇게 짧은 기간에 생활을 변화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쉼터에 입소하는 여성들은 모두들 한 가지 이상씩의 병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부모 밑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모든 걸 제공받아도 대학 졸업 후 직장 잡기가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또 오랜 성매매로 인해 갈 곳 없는 중장년층 여성을 위한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_1L|1231233158.jpg|width=”254″ height=”252″ alt=”?”|미나리방에 마련된 작은 기도 공간_##]그러나 어쨌든 성매매 특별법 제정은 성매매 집결지에 큰 변화를 불러온 게 사실이다.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특히 구매자인 남자도 처벌 받게 되었다. 이러한 법이 생겼다고 해서 성매매가 단시일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고, 교육을 통해 성매매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은 가해자가 존재하고, 사회도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매매에 대해서는 일하기 싫어하고 게을러서 그런 곳에 가 있다고 하는 편견이 존재하고, 그러한 사회적 시선이 성매매 여성들을 더욱 더 소외시킨다.
그래서 막달레나의 집은 앞으로 입소, 퇴소자들을 위한 그룹 홈을 만들 계획이고, 연구 작업을 통해 자료를 발간함으로써 후에 막달레나 의 집과 같은 일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익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_1R|1131503130.jpg|width=”258″ height=”218″ alt=”?”|막달레나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들의 사진_##]이옥정 대표는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에게 쉼터에 있는 여성들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인 미나리 방을 보여 주셨다. 그 방에는 쉼터를 거쳐 갔거나 장례를 치러 준 여성들의 사진이 보관되어 있었고, 그분들을 위한 기도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미나리 방을 보면서 막달레나의 집은 삶과 죽음, 사랑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어 앞으로 성매매로 인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는 여성들이 사라지기를, 또 막달레나의 집이 소외받고 상처받은 여성들에게 지금처럼 늘 편안한 쉼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여정숙 _ 해피리포터]

막달레나 공동체

전화 : 02-6401-8381
e-mail : magdalena@dreamwiz.com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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