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아름다운 이, 깨달은 사람 정토행자

<정토회>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한동안 모 대선후보의 인사말이 세간의 큰 화제였다. 여느 후보와는 다른 푸근한 말투가 웃음을 자아냈을 뿐 아니라, 질문이 모든 이의 마음을 찔렀기 때문이다. 사회민주화가 진전되고 경제가 성장하기만 하면 선진국의 길로 들어설 수 있으리라던 기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OECD에 가입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밑바닥을 맴돌고, 우울증 환자, 자살하는 사람의 수만 해마다 늘고 있다.

 일찍이 석가모니는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그 사람, 그 것 때문에 우리가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그 것을 보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우리의 ‘마음’이 병들어 있다는 것이다. 병들고 일그러진 마음을 치유해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은 찾아온다. 그것은 수행을 통해 너와 나, 우리와 자연, 우주만물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연기’의 진리를 깨달을 때만 가능하다. 정토회의 설립자인 법륜스님은 이를 갈무리해 일목요연한 새 비전으로 제시한다.

‘지금 세계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이다.’

[##_1C|1104263749.jpg|width=”367″ height=”244″ alt=”?”|두북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운문사 경내로 향하는 법륜스님_##]부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승가공동체
정토회는 이러한 비전을 담아, 1988년 1월 홍제동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당시로서는 선구적이라 할 수 있는 월간지 「‘월간정토」를 함께 창간했고, 한국불교사회교육원?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듬해에는 문경에 정토수련원을 열었다.

1994년부터는 잇달아 (사)한국불교환경교육원(현 에코붓다), (사)한국 JTS, (사)좋은 벗들, (재)평화재단이 문을 열었다. 단순히 불교를 믿고 포교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대로 수련하고, 부처님이 행하신 바대로 적극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실천불교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다른 종교단체와 마찬가지로, 정토회를 찾은 불자들 역시 처음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정토회의 문을 두드린다. 이어지는 법문과 선재수행은 그들에게 점차 맑은 마음과 삶의 동력을 되찾아준다. 하지만 정토회에서는, 그 후 되찾은 삶의 동력의 일부분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한다. 나눔과 베풂이 자신의 내적상처를 궁극적으로 매듭지어줄 뿐 아니라,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첫 걸음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많은 회원들이 정토회의 운영에 직접 참여했으며, 그 경험을 살려 ‘에코붓다’나 ‘좋은 벗들’에 힘을 보태고 있고 더러는 상근활동가가 되었다. 청년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박석동 기획실장도 그렇게 정토회와 인연을 맺었다.
[##_1C|1216225845.jpg|width=”339″ height=”239″ alt=”?”|운문사순례에 함께한 정토행자가 마을 어르신의 보청기 착용을 돕고 있다_##]“정토회의 정회원자격 요건은 꽤 엄격합니다. 새벽발우공양을 해야 하고, 1년에 두 번 있는 정기총회와 주당 10시간의 봉사활동, 정규교육과정을 소화해야만 합니다. 물론 정기회원에게는 여름 명상수련 프로그램 우선지원 등의 ‘대단한 특권’이 주어진답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가정생활을 하지만, 상근활동가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공동체 생활을 해요. 때문에 정해진 급여가 따로 없죠. 약간의 활동비가 있긴 하지만, 교통비를 제하고 단체 후원금, 정기회비 등을 내면 딱 맞아요.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활동가들을 머리만 깎지 않은 일반인 출가자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우실 것 같네요. 그저 옳다고 믿는 가치대로 행하면서 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요.”
 
내면을 성찰하는 대안활동가들
 정토회는 현재 지회가 전 세계에 걸쳐 30여 곳에 이르고, 서울정토회의 1년 예산만 100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전체 회원 수는 3만 명 수준이다.

 1988년부터 빈그릇 운동, 쓰레기 제로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에코붓다는 동참인원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300명이 드나드는 서초동 정토회관의 일일 쓰레기양을 200리터에서 20리터로 줄였다.

(사)좋은벗들과 (사)JTS는 1997년부터 북한과 중국의 동포들과 인도, 아프가니스탄의 수많은 빈민들에게 식량, 의류, 농기구를 실물로 지원하는 한편, 학교, 병원, 비료공장 등을 건립해 자립을 돕고 있다. 이 같은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구호활동은 국내외에서 이미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만해상, 국민포장,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것을 물론, 2002년에는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막사이사이상’까지 수상했다.

[##_1C|1143313963.jpg|width=”394″ height=”238″ alt=”?”|(사)JTS가 인도 둥게스와리 지역에 설립한 수자타아카데미의 학생들_##]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정체되어 있고 5년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활동가가 드문 현실에서 19년간 변함없이 발전을 계속해 온 정토회의 활동은 늘 주목의 대상이 되어왔다. 실제로 여러 단체들의 활동가들이 직간접적으로 그 비결을 묻곤 한단다.

“무엇보다 활동가들이 매일 수행하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삶을 살고 있어서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욕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면 쉽게 화가 나고 지치게 마련입니다. 옳은 일이고,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므로 겸허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분노 같은 부정적인 동력이 아닌, ‘원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거죠. 마치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처럼, 넘어지더라도 앞으로 더 잘 타기위한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며 털고 일어나면서요.
대안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불교계 내부정화를 위해서는 언론 등을 통해 직접비판을 하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저희와 같은 대안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옛날처럼 한 깃발 아래 모두 모여야만 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지금은 단체별로 각각의 고유한 색깔을 잉태해야할 때입니다. 더욱 더 분화해서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_1C|1335496908.jpg|width=”298″ height=”224″ alt=”?”|인도현지에서 활동중인 김재령 간사. 힌두어책을 읽고 있다._##]아름다운 이, 깨달은 사람 정토행자
점심시간에 맞춰 박석동 기획실장과 함께 법당 지하식당을 찾아가 봤다.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발우들이 먼저 눈에 띄었고, 고춧가루 하나 없는 싱크대 개숫물로 시선이 옮겨갔다. 화장기 없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보살님이 손수 담근 김치며 산나물을 식판가득 얹어주셨다. 평화재단에서 근무하신다는 활동가 한 분은 배추김치 한 조각으로 식판을 깨끗이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식판을 헹군 물을 국그릇에 모아 마시며 채식주의에 대한 의견을 여쭤봤다.       

 “굳이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채식을 한다면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는 좋지 않아요. 또 다른 ‘고집’이 되어 자신을 힘들게 할 수 도 있으니까요. 항상 채식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능할 때만 채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점심을 먹은 후, 정토회관 옆 건물에 모여 있는 (사)JTS와 (사)에코붓다, (재)평화재단, (사)좋은 벗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사람 좋은 미소를 건네며 다가와서는 각종 간행물, 홍보물을 한 보따리씩 챙겨주었다. 기념사진 한 장을 부탁했더니 없는 사람까지 불러와 부산스레 포즈를 취하는데, 영락없이 졸업사진 찍는 여고생들 모습이다. 

[##_1C|1347728976.jpg|width=”313″ height=”207″ alt=”?”|카메라 앞에 함께 선 정토회 활동가들_##] 지난 2000년부터 정토회의 화장실에는 휴지가 사라진 대신, 뒷물용 샤워기가 등장했다. 회원들의 각 가정에는 지렁이를 보급해 음식물쓰레기를 퇴비화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위해 매일 한 시간씩 기도하고, 매일 천 원씩 보시하며, 매일 한 가지 선행을 베푸는 ‘천일결사’는 올해 12월 14일 또 다시 한 회가 마감됐다. 93년 ‘만일결사’를 결의한 이래 벌써 5차 째이다.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수 만 번의 파도가 일어야하듯,  사회에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년의 노력은 들여야 한단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뭇거리던 일, 설마 가능하겠냐며 고개를 저었던 일, 생각조차 해보지 못 했던 일들을 정토행자들은 그렇게 묵묵히 실행해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깨어있는 사람, 반성하는 사람, 깨달은 사람, 행복한 사람들이다. 부처와 장차 부처가 될 보살님들이 머문다는 청정한 이상세계, 정토를 바로 이 땅에 실현하려는 그네들의 꿈이 실현될 날이 그리 멀지만은 않은 듯하다.

다만 현재에 집중하라 / 깨어 있으라 / 순간순간 깨어 있는 사람 / 보살이라네
잘못한 줄 알아서 뉘우치고 / 틀린 줄 알아서 고치며 / 모르면 물어서 알아보는 사람 /
천하 누구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
날이면 날마다 / 언제 어디서나 / 이대로 좋은 사람 / 바라는 바 없는 사람
배고픈 이에게는 양식이 되고 / 병든 이에게는 양약이 되고 / 목마른 이에게는 감로수가 되고 / 길 잃은 이에게는 길잡이가 되리니 / 괴로운 사람 하나 없는 세상을 만든다네
그 이름도 아름다운 이 / 깨달은 사람, 보살 / 그가 사는 세상 / 정토(淨土)
-「무시무종(無始無終)」, 법륜
[글/ 이재흥 _ 해피리포터, 사진제공/정토회]

정토회

전화 : 02-587-8990
팩스 : 02-587-8998
e-mail : webmaster@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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