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장애여성공감>

일반적으로 5층짜리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건강한 남성이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높이인 까닭이다. ‘건강한 성인 남성’의 기준에 맞추어진 사회에서 5층 건물을 쉽게 올라갈 수 없는 여성, 어린이, 노인, 장애인은 ‘비정상’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그들에게 ‘5층 건물을 힘들이지 말고 올라가라.’ 고 강요할 수 있는가?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장애인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혼자 해내라고 요구하고, 그것을 ‘극복’이라는 말로 포장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에 도전한다. 장애여성이 겪는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장애여성’의 바라보는 관점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장애여성 공감’ 사무실을 찾아갔다. 아늑한 사무실에서 차와 과자, 그리고 따뜻한 인사를 받으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해 주신 상희씨와 조미경씨는 회의 때문에 인터뷰가 조금 늦게 시작된 것을 무척 미안해하셨는데, 두 분의 친절함에 견주어 ‘관점’은 무척 날카로웠다.

공감은 장애여성의 문제는 ‘장애인’이고 ‘여성’이어서 겪는 ‘이중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여성’이 겪는 경험 자체가 새로운 차별이라고 말한다. 또 공감은 장애인의 독립을 ‘자립’으로 부르는 것에 반대한다. 봉사와 주변의 도움들을 전제로 하는 제한적 의미의 ‘자립’보다는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주위의 도움을 선택할 수 있는 ‘독립’이 올바르고 온전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공감이 하는 일은 크게 교육사업, 기획사업, 조사연구, 그리고 출판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 사업은 장애여성의 의식 교육 및 주제별 세미나로 매년 다른 주제로 교육을 하고 있다. 2002년은 장애여성의 성, 2003년은 장애여성의 폭력, 2005년은 장애여성의 독립, 그리고 2007년은 장애여성의 연애와 사랑으로 매년 다양한 주제로 폭넓은 교육을 하고 있다. 다른 어떠한 사업보다도 교육 사업에 중점을 두는 이유에 대해 상희씨는 “장애여성 문제를 함께 소통하고 많은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함께 공유하면서 의식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공감은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와 장애여성 독립을 지원하는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장애여성 공감의 연극팀 ‘춤추는 허리’
기획사업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극팀 ‘춤추는 허리’의 활동이다. 보통 ‘장애인 운동’하면 집회하고 시위하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춤추는 허리’의 연극 활동은 그런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공감이 연극팀 ‘춤추는 허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장애여성들이 집회에 쉽게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적인 방법을 고민하면서 연극과 출판 사업을 하게 되었다. 또 공감에는 춤과 노래 등 ‘끼’를 가진 회원들이 많아 맘껏 끼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장애여성이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묻는 사회를 향해, ‘할 수 있어’라고 당당히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연극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구비된 연습공간을 찾기 힘들었고,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있는 건물은 대관료가 너무 비쌌다.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도 어려웠다. 조미경씨는 ‘춤추는 허리’의 공연을 통해 같은 장애여성으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현실적으로 장애여성이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고, 말하는 공간도 부족했는데 연극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뜻 깊다고 평했다. ‘춤추는 허리’는 2008년 1월 12일 소규모 거리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우리 사회는 ‘다른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분리’되고, 외딴 시설에 ‘분리’된다. ‘장애는 나의 일부분일 뿐입니다’라는 공감의 글처럼 ‘다른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장애인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안 되어 있을 정도로 장애여성에게 무감각하다. 또 장애남성은 비장애여성과 결혼하기도 하지만 장애여성은 비장애남성과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남편을 내조하는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크기와 생김새에 있어 ‘평균치’가 있을 뿐이지 다 다르다. ‘장애를 가진 몸’이 ‘평균치’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자연스럽지 못한 것,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공감은 묻는다. ”?”“관심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여느 단체가 그렇듯 공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다보니 매번 프로젝트 사업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단체의 경우 재정의 50퍼센트 이상을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공감은 회원 대부분이 여성장애인이어서 형편이 더욱 어렵다. 이밖에 공감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장애여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느냐”하는 것이다.

공감은 함께 실천하거나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여정숙_해피리포터]

장애여성공감

전화 : 02-441-2384
팩스 : 02-441-2328
e-mail : wdc21@hananet.net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