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 뚜벅뚜벅 당당하게, 사뿐사뿐 유연하게

[##_1M|1390581119.jpg|width=”370″ height=”259″ alt=”?”|셋넷학교 2007년 졸업식 사진. 맨 왼쪽에 있는 분이 박상영 대표교사이다._##]
“이 땅이 끝나는 곳에서 뭉게구름이 되어~”

서울 당산동에 있는 ‘셋넷학교’를 찾아가는 길. 이정선의 ‘뭉게구름’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 곡은 박상영 대표교사의 휴대폰 컬러링이다. 또한 셋넷학교의 제1교가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학교에서는 ‘아침이슬’, ‘사노라면’, ‘행복을 주는 사람’ 등의 노래들을 아침 조례 때 학생들과 함께 부른다고 한다.

‘탈북청소년 교육공동체 – 셋넷학교’라 써진 플래카드가 빌딩 내에 학교가 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표지판이었다. 심하게 부는 바람에 펄럭이는 플래카드가 초라해 보였다. 인터뷰 장소인 3평 남짓의 교무실에는 컴퓨터와 작은 책걸상들이 오밀조밀하게 놓여 있었다. 박상영 선생님과 상주교사 3명은 누가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언가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교무실을 둘러보며 가장 눈에 띈 것은 벽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빨강, 파랑, 노랑 표지의 교재들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지원으로 2년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대안교과서’란다. 이 교재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에 맞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의 교과목, 총 20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각 과목별로 검정고시 기출문제도 수록해 놓았다.

[##_1R|1113177701.jpg|width=”370″ height=”246″ alt=”?”|셋넷학교의 컴퓨터실 모습. 구식기종의 컴퓨터들이 많아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_##] 새터민과 사회를 잇는 징검다리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셋넷학교’라는 귀여운 이름의 유래였다.

“경기도 안성에 ‘하나원’이라는 남한 사회 적응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새터민들은 모두 이곳에서 2개월 동안 교육을 받습니다. 새터민 중에서도 10대 후반의 청소년들은 이곳의 ‘하나둘 학교’라는 임시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요. 저의 학교는 ‘하나둘학교’와 사회를 잇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셋넷학교’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파악하는 탈북 청소년 수는 2,500명 정도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8년 2월 현재 정규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은 990명에 불과해 탈북 청소년 상당수가 정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남한 내 새터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기관은 ‘셋넷학교’를 포함해 총 5개(서울 3개, 경기도 1개, 충청남도 1개)에 불과하다. 이 중 신앙여부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는 학교는 ‘셋넷학교’가 유일하다.

“저희 학교 교사들은 탈북 청소년이 흔히 겪는 정체성 혼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자긍심을 키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남한의 이질적인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의 급훈도 ‘뚜벅뚜벅 당당하게, 사뿐사뿐 유연하게’로 정했지요.”

[##_1L|1334218310.jpg|width=”370″ height=”246″ alt=”?”|셋넷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태안을 방문해 기름제거 작업에 나섰다._##] 그래도 내실은 꽉 찼어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셋넷학교’의 교육시설은 꽤 낙후되어 있다.

“세계 제일의 IT국가인 한국에서 386컴퓨터로 전산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열악한 교육시설을 보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학교의 내실있는 교육과정이다. 기본과목으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이 있고, 선택학습으로는 문화예술과목, 치유과목, 소통과목 등이 있다. 교외활동 또한 활발하다. 지난 해 남한청소년들과 함께 네팔로 국제평화자원봉사활동도 다녀왔다고 한다.

박상영 교사는 그중에서도 영상만들기 수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다큐멘터리는 미디어 이해를 위한 필수과목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툴인 동시에 그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외부에 판매하는 ‘새터민 청소년 영상작품 모음집 1’을 잠깐 보았는데 남한생활 적응에 대한 학생자신의 고민이 절절하게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찾아가는 다큐영화 순회 시사회’라는 제목으로 서울, 천안, 대구, 경주, 부산에서 영상제를 열기도 했다.

날아라, 희망의 뭉게구름!

이러한 내실 있는 교육과정은 박상영 대표교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학교는 2001년에 개교했지만 10년전부터 대안교육 스탭으로 NGO에서 활동해오면서 부적응 학생 교육노하우를 차근차근 쌓아왔다. 그리고 1996년 연길 봉사활동 때 탈북자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탈북주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초라한 겉모습을 보며 우려를 많이 했었는데, 박상영 교사처럼 사명감을 갖고 새터민 청소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스탭들을 직접 만나보니 안심이 되었고 든든했다.

학교를 나오면서 펄럭이는 플래카드를 다시 한 번 올려다 보았다. 처음 느꼈던 그 초라함은 사라지고, 소박한 행복과 희망이 나부끼는 듯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름처럼 희망의 땅을 찾아 온 새터민 친구들, 남한의 친구들을 벗 삼아 행복의 뿌리를 깊게 내리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셋넷학교’는 한 학기 당 4개월씩 총 3학기로 1년 단위 교육 과정이다. 현재 30여명의 자원봉사자 교사와 4명의 상주교사로 교육과정을 꾸리고 있다. 단체에 관심이 있는 봉사자와 후원자, 교육생은 연중 수시모집 중이다.

[글_이정호/해피리포터, 사진_셋넷학교 제공]

셋넷학교

홈페이지 : http://www.l34school.net
전화: (02) 2636 – 2890
이메일: school34@empal.com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121-245 동성빌딩 2층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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