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100여석의 객석이 꽉 채워진 탓에 늦게 온 사람들은 무대 옆 공간에 앉기 시작했다. 칭얼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아주머니들의 수다는 끝이 없고, 퇴근길 함께 온 아저씨 몇 분은 고됐던 하루의 푸념을 늘어놓는다. 낯선 옆자리 관객과의 밀착감이 불편하기도 하련만,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벗>이라는 이름의 퓨전 국악공연이다. <벗>이라는, 짧지만 굵은 이 한 글자를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음악우정으로, 공연자와 관객의 하나 된 호흡으로 풀어낼 수 있음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만큼 따뜻하고 사람냄새 가득했던 공연이었다.

인천 십정동 허름한 건물 지하에서는 이렇게 바깥세상과는 한 발 떨어져 우리만의 흥겨운 잔치가 다가오는 밤만큼이나 깊어가고 있었다. 이 건물의 지하 1층에는 이 같은 공연이 열리는 아트홀 ‘소풍’이 자리 잡고 있고, 3층에는 이를 운영하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있다.

1996년 ‘평화와 참여로 가는 시민문화센터(현 인천연대)’의 문예위원회로 탄생한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이하 센터)는 시민들이 단지 구경만 하는 관람객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스스로 즐거워하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초기 80명이었던 회원이 지금은 650여명으로 늘어났다.

“초기에는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었죠. 전문 예술패로 갈 것이냐, 아니면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를 위한 쪽으로 갈 것이냐.” 2005년 문화단체로서 더욱 더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 ‘인천연대’로부터 독립하여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결국은 지역과 함께 하는 문화를 택하셨다고 말씀하시는 최경숙 사무처장님의 얼굴에 사람 좋은 웃음이 가득하다.

문화수용자운동

문화적 접근성이 낮은 많은 서민들을 위해 센터에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문화수용자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민들이 문화 주체자로서 함께 창작하고 참여하면서 문화를 느끼고 나눌 수 있도록 하려는 문화권리찾기운동이다.

회비(월1만 원 이상, 청소년 장애인은 5천원)를 내고 문화바람회원이 되면 1년에 5개 작품 이상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센터에서 주최하는 모든 강연, 강좌에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초대된다.

센터는 이러한 문화수용자운동 아래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활동으로 아트홀 ‘소풍’의 운영, 동아리 만들기 프로젝트 등을 꼽을 수 있다.

소박하지만 풍성한 아트홀 ‘소풍’
”?”센터는 2006년 10월27일 같은 건물 지하에 소극장 ‘소풍’을 개관했다.

인천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소극장문화의 뿌리를 형성해 온 곳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소극장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정책상의 문제와 더불어 관객과의 소통의 부족 때문이다. 때문에 센터에서는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소풍’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풍은 시민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졌어요. 작게는 5만원에서부터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큰 도움들을 주신 많은 회원들이 있었기에 만들어 질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에요.”

1년 중 약 250일 정도 공연이 열리며, 인천의 소극장 중에서도 꽤 선호도가 높고 회원들의 입소문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소풍에서는 각종 기획공연과 동아리 발표회, 무료 대관 사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 분들은 소풍의 개관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고 계세요. 우리 동네에 이런 문화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 신기해하시고, 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죠.”

하지만 아직은 주민들에게 완전히 개방이 된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센터측은 좀 더 주민들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장기자랑이라든가 골목축제, 낮 시간 집에 남아있는 노인과 어린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강좌 등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연시간과 전시 시간을 늦추는 배려를 하고 있으며, 동아리들이 밴드나 풍물을 연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동아리 만들기 프로젝트

센터의 연중캠페인은 동아리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3명 이상이 문화예술과 관련한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모이면 동아리를 만들어 준다. 현재 센터에는 9개의 동아리가 소속되어 있고, 이들은 1년에 1회 이상의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해마다 1,2회의 간부수련회가 있고, 신입회원들의 교육과 간담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지 취미생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끈끈한 뒤풀이를 책임지고 있습니다.”(웃음)

”?”회원들의 ‘정’ 있으매

일본의 민간 최대 규모 합창단인 ‘우타고에’와의 교류 사업이 진행 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전에 의미를 두고 운영해 온 민간 합창단은 시민문예활동이 매우 활발해 보고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또한 요즘 대학가에서 사라져가는 대학문화를 다시 꽃피우기 위해 인하대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문화바람운동도 시범 운영 중에 있다.

시나 재단에서 나오는 프로젝트 지원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재정운영의 대부분을 회원들의 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재정적인 안정이 매우 필요한 실정이다.

상근자들의 월급은 최저생계비도 되지 않는 열악한 수준이고, 이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홍보물을 만들지 못한다거나 홍보물을 만들고도 발송비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더 많은 회원의 확보가 절실하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를 묻자 최경숙 사무처장님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하셨다. 센터의 상근자들은 스스로의 즐거움을 찾고 더 나아가 회원들의 즐거움까지도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한다. 오며 가며 사무실에 들러 작은 간식거리라도 챙겨주고 가는 회원들과의 끈끈한 정은 힘든 상황에서도 함께 견뎌내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낸다.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땅을 더 깊이 파야하는 법

인천시는 2009년 도시엑스포와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하지만 센터 쪽은 이 같은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이러한 큰 행사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 기본을 따져볼 때 우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쌓이고 쌓여야 비로소 빛을 내는 것이다. 외관만의 변화를 문화적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 지역, 내 주변의 문화부터 키워야 한다고 최경숙 사무처장님은 목소리에 힘을 준다.
”?”지하에서만 생활을 하다가 2년 전 3층으로 사무실을 옮긴 센터의 창가에는 작은 화단이 꾸며져 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우리네지만 너무 걸음을 재촉하며 살아온 건 아닐까. 하루 일과에 쫓겨 매일을 쉼 없이 달리기에는 우리 가슴이 아직 너무 뜨겁지 않은가. 꽃피는 봄이다. 내 안 어딘가에 묻어두었던 열정의 씨앗을 찾아, 가슴속에 한 떨기 꽃을 피워봄이 어떨는지.

[글_박해나/해피리포터]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전화 : 032-442-8017
E-mail : realsunrose@hanmail.net
홈페이지 :http://www.peopleart.org
주소 :403-849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2동 481-9 서준빌딩 3층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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