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메이데이 전야제가 시작되는 4월 30일 저녁 7시경, 지하철 6호선 상암역 개찰구를 나서자 전야제 참여자들이 월드컵 경기장을 향해 무리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확성기의 안내 소리, 노래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같은 티를 맞춰 입은 대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깃발을 들고 걸어갔다. 역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오른쪽 자리에 <구속노동자 후원회>의 책상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자원봉사자 3명과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후원회 사무국장 이광열씨를 만났다.이광열씨는 캠페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면서 책상 바로 옆 의자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앳된 얼굴의 자원봉사자들이 인상 깊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지 않아요. 후원회의 전담 직원은 저와 다른 친구 둘 뿐이고요.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한 시간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고맙지요.”

”?” 노동자에게도 외면받는 구속노동자들

‘구속노동자 후원회’는 이름 그대로 구속된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구속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를 알려 석방을 촉구하는 단체이다. 94년에 설립된 <구속노동자 후원회>는 <민주노총>보다 역사가 길지만, 후원회의 성격상 큰 조직이 되기는 어렵다. 활동이 구속노동자들을 후원하는데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동 단체 안에서도 구속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지는 않습니다. 구속된 경험이 없는 분들은 그 상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후원회에 대한 지원도 적고 활동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후원회 활동은 구속된 노동자들에게는 큰 힘이 되어주는 꼭 필요한 활동이다. 구속노동자들은 큰 사건으로 구속되어 형을 받을 때를 빼고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눈길을 받는다.

“시민들은 언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로 기억합니다. 언론은 왜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지 그 이유는 생략한 채 시위나 농성 때의 과격한 장면만을 보여 줍니다. 이를 보고 시민들은 노동자들이 잘못을 했으니 구속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난을 하지요.”

이광열씨는 언론에서 노동단체와 시민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시위나 농성장에서 더 많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인데,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힘이 있는 기업 편에 서서 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죄를 만들어 구속을 남발합니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노동자들이 구속되어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도록 기를 꺾으려고 하지요.”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구속노동자들은 늘어가고 있다. 가장 진보적인 정권임을 표방하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1,052명이나 구속되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632명, 김대중 정부 때의 892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이광열씨는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구속될 거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노동자들을 구속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인권 문제인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작년, <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 후원을 위한 공동행동>에서 시위를 통해 구속노동자들에 대한 사면 요청을 했지만 10명만을 사면했을 뿐이다. 아직 43명의 노동자가 감옥에 남아 있다.

노동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 내부분열

이광열씨는 노동운동이 노동자들만의 특별한 행동으로 여겨지고 시민들로부터 유리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운동의 관성에 젖어있습니다. 내가 옳으면 주변에서 이해하고 따라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만 진실을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이해시키고 함께 가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노동단체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대립으로 분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에서도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노동운동을 이해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

노동단체들과 연대해서 활동을 해야 하는 ‘구속노동자 후원회’는 두 가지 과제를 가지고 있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설득하면서 구속노동자들의 석방과 후원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후원회는 구속노동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시민들에게 후원회의 존재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구속노동자들의 진솔한 목소리, <푸른 생명>

지난 3월 발간된 구속노동자들의 옥중서한집 <푸른 생명>(구속노동자 석방과 사면, 후원을 위한 공동행동 엮음/도서출판 메이데이)도 시민들에게 구속노동자들의 진심을 알리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구속노동자들의 시와 수필들을 통해 왜 그들이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리고, 노동자들이 다른 세계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웃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책은 교보문고에서만 볼 수 있다.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출판했는데 정작 판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일반 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집회에서 판매하거나 노동운동을 하는 조합원들이 사주곤 하죠.”

후원회는 구속노동자들의 사기와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영치금을 넣어주거나 편지와 책을 보내준다. 감옥 안에 고립되어 있어 자칫 절망에 빠지기 쉬운 구속노동자들에게는 밖에서의 관심이 큰 위로가 된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불러오기 위해 <푸른 생명> 출판을 비롯해 후원회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구속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국내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국제적 연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광열씨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일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노동자들이 싸우는 것을 좋아해서 투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투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저 멀리서 후원회의 구호가 들려왔다.

“아직 감옥 안에는 부당하게 구속된 43명의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글,사진_윤아영/해피리포터]

구속노동자후원회
연락처: 이광열 사무처장 018-238-6204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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