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 ‘해외 입양은 중지되어야 한다’

<뿌리의 집>

해피 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 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적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엔지오-엔피오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입양수출국, 한국

“한국은 매년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의 입양실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규모 13위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한국의 해외 입양 건수는 중국, 과테말라,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다.

오랫동안 입양수출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한 한국은 아직까지 입양사업에서 손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6.25 이후 늘어난 고아들에게 가정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던 해외 입양 사업은 그 곳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입양인들을 양산해냈다.

[##_1C|1210006440.jpg|width=”392″ height=”252″ alt=”?”|뿌리의 집 전경_##] 입양인들을 위한 공동체

2002년 2월 설립된 뿌리의 집은 정체성 혼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해외 입양인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 환원에 뜻을 둔 어떤 분이 자기 소유의 주택을 리모델링하여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해 달라고 기증하면서 뿌리의 집이 태어났다.

하지만 해외 입양인들에게 힘이 되고자 설립되었던 뿌리의 집은 곧 운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금문화와 같은 한국식 기숙사 생활을 낯설어 하는 입양인들의 생활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한 뿌리의 집 설립자는 전문적인 운영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리고 6개월 후 김도현 목사가 그 자리에 발탁되었다. 스위스에서 개혁교회 목사로 약 8년간 활동하면서 한국 출신 입양인들과 인연을 맺었던 김도현 목사는 영국에서 공부하던 중 뿌리의 집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뿌리의 집은 좀 더 체계적이고 개방적인 운영 틀을 잡고 모국을 방문하는 입양인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뿌리의 집은 크게 숙박사업, 교육사업, 문화사업 세 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숙박사업이다. 일 년에 약 300명의 입양인들이 방문하고 하루에도 평균 11~12명의 입양인들이 이곳에 묵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입양인들은 함께 숙박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김도현 목사는 “이곳은 단순한 숙박 장소가 아니라 그들을 이어주는 공동체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해외 입양인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된다. 그 위에 양부모와 갈등까지 겪는 입양인들의 경우, 그리움과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국 방문의 꿈을 품게 된다. 하지만 한국 여행비용은 만만치 않다. 저렴한 숙박료로 쾌적한 숙식을 제공하는 뿌리의 집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무한정으로 베풀고픈 마음이 혹시나 적선으로 비춰질까 해서 1박에 10000원으로 최소한의 이용료만 받는다.

그리고 교육사업은 ‘흙 볕 날 돌아와 살기 배움터’라는 주말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 학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입양인들에게 취업과 창업의 길을 열어주어, 평생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전시회, 공청회, 출판사업, 영화 만들기와 같은 문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06년에는 공청회를 열어 해외 입양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입양인들이 만든 작품들로 전시회도 열었다. 현재는 미국으로 입양되었던 태미 추(Tammy Chu)와 함께 ‘회복’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작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이 영화는 해외 입양인들의 생모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고 가족해체의 아픔을 견뎌야 했던 이들의 건강한 회복을 기원하는 작품이다. 또한 스웨덴으로 입양되었던 이삼돌 씨의『고아의 나라를 위한 위로』라는 책을 번역중이다.

해외입양, 아동복지 아닌 아동학대

6.25라는 대참변은 많은 아이들을 길 밖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일이 시급했고, 당시 해외입양은 이 아이들을 위한 가장 그럴듯한 방법으로 보였다. 하지만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고, 경제규모가 세계 13위인 대한민국이 아직까지 매년 2000명의 아이들을 해외로 내모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자기 나라의 아이들을 스스로 돌보지 못 할 만큼 가난하지 않다. 이것은 휴머니즘에 어울리지 않는다. 해외 입양은 아동복지가 아니라 아동 학대이다.”
입양 자체가 일종의 사업 아이템으로 정착해서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 한 몫 했다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아이들이 겪을 고통은 헤아리지 않고 진행된 해외입양사업은 정부, 입양기관, 그리고 중개기관에게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해외입양문화는 한 인간의 삶을 소중히 다루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현재 해외입양의 대안으로 국내입양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근시안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이나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돌볼 처지가 못 되어 어쩔 수 없이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정부는 이들의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단기적인 차원에서의 문제 해결은 해외입양과 같은 또 다른 문제점만을 야기할 뿐이다.

[##_1C|1041780463.jpg|width=”454″ height=”302″ alt=”?”|해외 입양을 반대하는 한국 해외 입양인의 한 작품_##]입양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추천 서류에는 이 아이가 입양에 적합한지의 여부와 적합 사유가 나열되어 있다. “이 아이는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잘 웃으며 특별한 결함이 없으므로 입양에 매우 적합하다.” 이런 특징이 과연 이 아이가 입양에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adopt(입양)의 o를 지우고 a(adapt: 적응)를 덧쓴 입양추천서를 이용해 위의 작품을 만든 입양인의 마음은 어땠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_1C|1103075207.jpg|width=”265″ height=”198″ alt=”?”|뿌리의 집에서 점심을 먹는 입양인들_##][해피리포터 _ 유혜선]

뿌리의 집

전화 : 02) 3210-2451
e-mail : master@koroot.org
홈페이지 : http://www.epurun.org
자원활동 참여 :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자원봉사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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