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리포트24] 조화와 어울림을 교육하는 생명의 마당

[##_1C|1267672967.jpg|width=”386″ height=”289″ alt=”?”|<이 시간대가 아침 6시 30분이라는 게 믿어지세요? 아이들이 사방치기에 푹 빠져버렸어요. 뒤로 지리산과 새로 지어지는 실상사 작은 학교 건물이 보이네요.>_##]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수련원 지리산교육원>

해피시니어 프로젝트는 전문성있는 은퇴자들에게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 에 참여해 사회공익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NPO·NGO에는 은퇴자들의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기구의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희망제작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생 시민기자단 ‘해피리포터’들이 은퇴자와 시민들에게 한국사회의 다양한 NPO·NGO 단체를 소개하는 코너가 바로 ‘해피리포트’입니다. <편집자 주>

엄마! 여기는 햇볕이 쨍쨍한 지리산 자락이랍니다. 전날 못 다 챙긴 가방을 아침 일찍 후루룩 들고 나갈 때 놀라셨죠? 그저 지리산 간다는 말만 던져 놓고 말예요. 이곳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수련원인 지리산교육원이랍니다. 서울은 비가 많이 온다는데 여기는 산 밑이라 그런지 일교차가 클 뿐 날이 좋아요. 제가 어린이 계절학교 모둠교사로 활동한 지 5일째 되는 오늘까지도 새벽에 가끔 내린 비를 제외하곤 늘 하늘이 해맑답니다.

[##_1C|1101769254.jpg|width=”336″ height=”252″ alt=”?”|<태양전지판에 걸어놓은 줄 위에 비누로 손빨래한 옷가지들을 널어놓았어요. 볕이 얼마나 좋은지 빨래가 뚝딱 마르더라고요.>_##] 아, 제가 머무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자세한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여기 지리산교육원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에 속해 있는 기관이에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는 실상사의 주지였던 도법 스님이 IMF 이후 귀농 열풍이 불자 귀농전문학교를 세운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고 해요. 귀농을 하자 농장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유기농산물은 생협 매장을 통해 팔려 나가고, 또 가족이 정착하자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은 학교가 세워졌대요. 이렇게 인드라망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모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리산교육원이예요. 그리고 저는 여기서 초등학생을 위해 방학마다 진행하는 어린이 계절학교에 모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고요.

인드라망은 귀농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대안교육운동, 생명환경운동, 생태공동체운동 등을 하고 있는데 제가 머물고 있는 지리산교육원에서는 주로 대안교육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서 주로 하고 있는 일은 마을 만들기와 실상사 작은 학교 운영, 대중을 위한 교육 같은 것들이에요. 이 캠프를 처음 만드셨다는 은하 쌤은 매일 모둠교사들의 회의에 참여하시면서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한창 막바지에 다다른 마을 만들기에 바쁘세요.

[##_1L|1349704657.jpg|width=”291″ height=”219″ alt=”?”|<물놀이 가는 길에는 길옆의 풀과 꽃, 나무와 이야기를 해요.>_##] 이곳에서의 매일매일은 제게 큰 감동을 준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또 아이들을 재운 뒤 자정을 훌쩍 넘기는 선생님들과의 회의는 어떻고요. 각 모둠 선생님이 생각하는 모둠의 목적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작은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프로그램 간의 경계를 무너뜨려 늘 전체를 생각하고 연계하게 만드는 회의는 하루의 피곤을 잊게 해요. 물놀이를 다녀와서도 우리는 모둠별로 한 줄로 걷는 것이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이끄는 방식이 아니었는지, 물놀이를 통해 어떻게 아이들 간의 관계 맺기에 이바지했는지 의논해요.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에게 물 튀기기, 얼음땡 등 서로 모르는 친구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을 놀이를 구상하고요. 천연염색을 해보면서 아이들 자신에게 직접 만든 물건 하나를 들려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차라리 무명천 다섯 마를 끊어 함께 발로 천을 밟으며 놀고 빨랫줄에 널어 황토의 고운 빛깔을 다른 모둠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필요한 곳에서 쓸모 있게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요.

전 여기서 일주일가량 생활하면서, 지난 교사 연수 때 들은 일등주의와 경쟁의 가치관을 극복하고 자립과 공생의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전파하겠다는 이곳의 취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곳의 시설물들은 햇빛발전소의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요. 생태뒷간에서는 오줌과 똥을 따로 분리해 퇴비로 사용하고요. 식사는 발우공양으로 고춧가루 하나 남김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운답니다.

여기서 제가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앎이란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고 그것이 생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계절학교에 참가한 40여명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가까이서 처음으로 다운증후군 아이를 만나 이야기하고 놀고, 이름이 생소하기만 한 꽃과 잎들을 아침 산책마다 유심히 살피며 입에 넣어보고, 쉬는 시간이면 ‘엎어라 뒤집어라’로 편을 갈라 사방치기와 비석치기를 해요. 죽염으로 양치질도 하고, 생태뒷간에서 똥을 누고 톱밥을 뿌려요.

[##_1R|1372426197.jpg|width=”289″ height=”206″ alt=”?”|<생태뒷간에 그림을 그린 모둠도 있었어요. 그 모둠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보고 나서는 생태뒷간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대요. 여기서는 모든 곳이 우리의 놀잇감이랍니다.>_##]
엄마! 전 교육학과 학생으로 2년을 넘게 공부했지만 늘 ‘왜’보다는 ‘무엇을’, ‘어떻게’를 고민하는 훈련을 받아왔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삶과 교육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하는가를 많이 배웠어요. 온갖 자연이 도구이고 흰 도화지라는 것이 전 아직도 신기하기만 해요. 교육은 자기 경험에 비출 수밖에 없다는 것, 우리의 시행착오마저 일종의 경험이자 재검토하며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것,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교육 역시 개별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부분들을 전체로 연계한다는 것이 이곳에서의 교육철학이에요. 그물코마다 걸린 투명한 구슬들은 각자가 휘황찬란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비춘다는, 겹겹의 비춤이 결국 무궁무진한 모두의 비춤이 되기에 결국 서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인드라망의 정신이, 생활이 교육이며 전체를 생각한다는 목적을 잊지 않는 지리산 교육원의 어린이 계절학교에 고스란히 녹아 제게 전해지고 있어요.

엄마! 이곳에서의 느낌을 이 편지지에 모두 옮겨 담을 수는 없겠지만, ‘교육’이라는,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을지도 모를 저의 화두를 풀어나갈 바탕이 될 귀중한 경험을 이곳에서 하고 간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이틀 뒤 집에서 뵈면 더 큰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을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2007년 8월 3일 금요일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딸 민영 올림

[이민영_해피리포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수련원 지리산교육원

전화 : 063) 363 – 3776
e-mail : jirisanedu@hanlife.or.kr
홈페이지 : http://www.indramang.org/education/
자원활동 참여 : 590-852 전북 남원시 산내면 백일리 반딧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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