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서울시 노원구 월계3동에 위치한 사슴2단지아파트 이곳은 조선 중기부터 내려오는 설화와 관계가 깊은 곳이다. 조선 중기 큰 홍수로 이 마을이 폐허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이곳에 살고 있던 마을 사람의 꿈 속에 신선이 나타나 “중랑천에 내려온 사슴에게 마을 처녀를 시집 보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서 가장 예쁜 염씨네 딸을 사슴에게 시집을 보냈고, 그날 이후 마을이 번성했다고 한다.

이러한 유래로 ‘사슴’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슴2단지아파트는 1995년 건설된 SH공사의 공공임대아파트이다. 이곳 주민들은 2012년부터 노원구의 지원으로 관리동 2층 커뮤니티텃밭에서 쌈채소를 길러 나눠 먹고,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을 담궈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수제비누를 아파트 입주세대에 나눠 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

희망제작소는 2013년 7월부터 사슴2단지아파트 주민 30여 명과 함께 총 7회에 걸쳐 ‘행복한아파트공동체학교’를 진행했다. 여성 고령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완주의 비비정마을과 노인공동작업장인 인덕두레농장, 로컬푸드직매장 등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왔고, 단지 내 노인정에서 강연과 워크숍 그리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주민들은 수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마을 주변의 지역자원을 찾았고, 이것을 활용한 마을활동을 기획했다. 그 결과 주민들은 마을활동의 이름을 행아공(행복한아파트공동체)으로 정하고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두 개의 공동체(밥상공동체와 봉제공동체)와 두 개의 동호회(합창동호회와 요가동호회), 주민축제(행아공 축제)를 실천하기로 했다.

두 개의 공동체 : 밥상공동체, 봉제공동체

현재 밥상공동체와 봉제공동체를 운영 중이다. 밥상공동체의 주요활동은 각자 반찬 한가지씩을 가지고 와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함께 밥상’과 지역의 취약계층을 초청하여 음식을 나누는 ‘나눔 밥상’, 직접 기른 배추로 담근 김치를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김장전달행사’가 있다. “한국인은 밥을 먹으면서 친해진다.”라는 말에서 시작된 밥상공동체 활동을 통해 얼굴도 모르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웃사촌처럼 지내게 되었다.

봉제공동체는 관리동 2층에 작은 공동작업장을 설치하고 폐현수막을 활용하여 마대 자루와 선풍기 커버 등을 만들었다. 노인정에 방한용 커텐을 만들어서 기증하고, 취약계층에게 생활용품을 만들어 나누고 출산용품을 제작하여 최근 아이를 출산한 산모에게 선물하는 등 다양한 나눔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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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동호회 : 합창동호회, 요가동호회

이와 더불어 주민들의 건강증진과 취미활동을 위해 두 개의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합창동호회는 행아공축제와 성과공유회에서 유행가를 개사해 불렀다. 주민들이 바라는 아파트 모습에 대해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것을 바탕으로 만든 가사는 아파트 주민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요가동호회는 매주 화, 수, 목요일 저녁8시 노인정에서 요가 강습을 하고 있다. 요가 강사가 주 2회 수업을 진행하고, 주 1회는 주민들끼리 연습을 한다. 얼마 전부터 요가 강사를 준비 중인 젊은 주민이 참여하고 있어 이전보다 더 즐겁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행아공축제, 그리고 주민컨퍼런스

2013년 11월 16일, 사슴2단지에서 ‘행아공축제와 주민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약 300여 명의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공연을 보고 먹거리를 나눴다. 이날 주민들의 가장 많은 관심과 박수를 받은 프로그램은 행아공합창단의 축하공연과 주민컨퍼런스였다.

행아공합창단은 한 달 동안 맹연습을 한 사슴2단지아파트 주제곡을 열창했다. 주민컨퍼런스에서는 ‘2014년 사슴2단지 가훈 정하기’라는 주제로 그동안 사슴2단지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주민들이 함께 지킬 아파트 공동체 규칙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랑하자’, ‘배려하자’, ‘어른을 공경하자’, ‘인사하자’ 등과 같은 예의범절부터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자’, ‘노상방뇨, 담배꽁초 및 오물 투기를 하지 말자’, ‘층간소음이 나지 않게 조심하자’, ‘장애인이 편안한 아파트를 만들자’, ‘금연 아파트를 만들자’,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자’, ‘나무를 많이 심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그동안 문화적 차이로 인해 아파트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며 “2014년에는 서로 배려하고 좀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함께한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날 나온 다양한 의견 중 6개를 선정해 스티커 투표를 했다. 그 중 총 166표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층간 소음이 적은 조용한 아파트를 만들자’를 2014년 사슴2단지아파트 가훈으로 최종 선정했다. 앞으로 층간소음이 적은 조용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글을 마치며

행아공의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이웃과 밥을 먹게 되었고, 돈을 주고라도 배우고 싶었던 요가도 이웃들과 함께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봉제공동체는 수익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행아공의 활동이 주민들에게 즐거움만을 준 것은 아니다. 행아공 모임에 나온 주민들은 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주민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그로 인해 마음을 다친 주민도 있다. 어떤 주민은 “내가 왜 사서 고생인가?”라는 후회가 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학습했던 주민 공동체 활동 성공사례도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생각이 다른 주민들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탄탄한 신뢰가 쌓이게 되었다.

다행히도 사슴2단지아파트 주민들은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사람 때문에 희망을 갖는다며 어려운 고비들을 잘 넘기고 있다. 삭막한 공간의 대표 아파트에서 삶이 깃든 마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글_ 송지영 (뿌리센터 연구원 jiyoung@makehope.org)

* 이 글은 희망제작소가 2013년 5월 노원구청, SH공사, 한겨레신문사, 노원구 월계사슴2단지 공동주택대표회의와 ‘주민참여형 행복한아파트공동체 만들기사업’ 업무 협약을 맺고 현재까지 사슴2단지아파트에서 실시한 다양한 활동을 정리한 글입니다.

* 이 글은 월간 아젠다 2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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