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의 새로운 시도, 관객과 마주보기


‘해피시니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쌓은 은퇴자들이 인생의 후반부를 NPO(비영리기구 : Non-Profit Organization) 또는 NGO(비정부기구 : Non-Government Organization)에 참여해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NPO·NGO에게는 은퇴자들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능력을 연결해주는 희망제작소의 대표적인 대안 프로젝트입니다.본 프로젝트에 함께 하고 있는 ‘해피리포터’는 NPO,NGO들을 직접 발굴 취재해, 은퇴자를 비롯한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이하 헤이리)의 일요일은 평범한 마을의 그것과 다르다. 마을의 일요일에 마땅히 있을 법한 고요함도 휴식도 없다. 대신 떠들썩한 공연과 수많은 관광객이 마을을 채운다. 마을이되 마을이지 못하는 헤이리. 우리는 왜 그 곳에 가는가?

처음 방문하는 이의 당혹감

“저기 다 돈 내고 들어오라는 건지 원…”

좋다는 소문에 이끌려 남편과 헤이리를 처음 찾은 주부 박금순(서울 방화동, 53)씨는 대부분의 헤이리 건물 1층을 차지하고 있는 카페와 갤러리를 보며 건물로 들어서기를 머뭇거린다. 예술인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해서 오게 됐다는 박씨는 정작 카페와 갤러리만 즐비한 헤이리의 삭막함에 적지 않은 실망 했다고 한다.

남편 이정식(55)씨는 “전부 돈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다시 찾아오고 싶겠냐?”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또한 헤이리엔 제대로 된 정보나 안내도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헤이리 곳곳에 설치된 마을지도엔 현재 위치가 표시돼 있지 않아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다. 안내소 격인 ‘헤이리 비공인 중개사무소’에도 개략적인 건물 소개와 홍보 영상만 상영되고 있었을 뿐 실질적인 안내소 역할은 못하고 있었다.

[##_1C|1252007491.jpg|width=”387″ height=”281″ alt=”?”|개구리샘 전경. 헤이리는 독특한 건축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_##]
풍경으로만 머무는 마을

이번이 3번째 헤이리 방문이라는 조래균(서울, 57)씨는 헤이리 예술인과의 만남에 대해서 묻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 오는 사람들 중에 예술 그런 거 기대하는 사람 없어요. 다 사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지.”

실제로 한 손에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연신 찍은 사진을 확인하던 조씨는“칼라풀 하지가 않아요.”라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헤이리 중심에 위치한 매거진 하우스 앞에서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멋지게 차려입고 사진촬영에 몰두하고 있었다. 깔끔한 체크무늬 원피스를 멋스럽게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던 김윤지(서울·26)씨와 이를 사진으로 담고 있는 이미진(서울, 26)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친구사이라고 했다.

헤이리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 묻자 “여기 배경이 좋아서 쇼핑몰 하는 사람들 많이 와요. 건물이 멋지자나요.” 라며 헤이리가 사진에 멋진 배경이 된다고 대답했다.

[##_1C|1197962161.jpg|width=”450″ height=”299″ alt=”?”|모티프-원. 입구 찾기가 조금 힘든 것을 빼면 풍경과 잘 어울리는, 한번쯤 살고 싶은 집이다._##]
마을 안과 밖, 그 소통의 방법

진정 헤이리는 풍경으로만 머물러야 하는가? 이 고민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청개구리 샘’ 앞에서 만난 부산 아가씨들의 입에서 나왔다.

“저희 예술인 만났는데요. 어제 게스트하우스에서 잤는데 거기 주인 아저씨가 작가예요.”

헤이리의 하룻밤이 무척 즐거웠다는 그녀들의 말을 좇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모티프-원>에 도착했다. 헤이리 남쪽 끝에 위치한 그 곳은 입구를 찾기 힘든 집이었다. 입구를 찾아 집 주위를 한참동안 서성이다 결국 소리쳐 주인을 부르니 한 눈에도 예술가의 기풍이 느껴지는 눈처럼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이안수(작가, 58)씨가 손님을 맞았다.

소통없이 풍경으로만 머물고 있는 헤이리에 대해 묻자 이씨는 “헤이리는 예술인의 마을입니다. 예술인은 폐쇄적 개인 창작 공간을 원하죠. 그런 공간에 대한 갈구가 헤이리의 시작점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헤이리를 처음 기획해 이주해 온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사람이 오가는 개방적 소통과 개인적 창작 공간 확보라는 딜레마 속에서 많은 고민이 있다고 했다.

[##_1C|1096643061.jpg|width=”450″ height=”303″ alt=”?”|모티프-원의 거실 겸 서재. 이곳에서 손님과 작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_##]
예술인의 삶으로의 초대 – 게스트하우스

“가장 두려운 건 예술인과 일반인이 철저히 분리된 카페촌으로 헤이리가 변질되는 겁니다.”라고 그는 헤이리 예술인들의 생각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이젠 예술인들도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개인적 희생은 감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그의 고민 결과가 바로 게스트하우스였다.“특별히 뭘 보여주기 보단 예술인의 삶에 사람들을 초대하는거죠. 그게 진짜 마주보기 아닐까요?”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라 보였다.

게스트하우스를 3년 전 시작한 이래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약 5천여 명의 내외국인이 ‘모티프-원’을 다녀갔다고 한다. 현재 헤이리에는 모티프-원을 포함해 총 6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헤이리 주민들이 게스트하우스에 참여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헤이리에서는 새로운 마주보기에 대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헤이리문화예술마을
주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우편번호 413-700)
전화 : 031) 946-8551~3
팩스 : 031) 946-8550
누리집: http://www.heyri.net/
[글, 사진_ 양희동 / 해피리포터]

[##_1L|1120895014.jpg|width=”94″ height=”70″ alt=”?”|_##]해피리포터 양희동(eastsun1210@nate.com)

군인을 봐도 별 감흥이 없어진 예비군 말년차. 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차 막힐 걱정만 하는 감성 상실 초기환자. 그래도 아직은 한 줄의 글에 눈물이 흐르기도 하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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