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e’ 성공의 세 가지 비밀


까만 화면에 돌아가는 알파벳 e. 화려한 화면전환과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음악,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유익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5분 내외의 영상.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많은 분들이 바로 TV 프로그램 ‘지식채널 e’를 떠올리셨을텐데요.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가도 이 프로그램이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몰입해서 본 기억 많이들 있으시죠?

소셜디자이너스쿨(SDS) 9기 네 번째 시간에는 지식채널 e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김진혁 EBS PD를 모시고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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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식자랑을 늘어놓는 아버지처럼 김진혁 PD님은 지식채널 e가 탄생하게 된 배경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기획ㆍ개발작업이 그러하듯 지식채널 e 프로그램 또한 2개월 정도의 초기 기획과정을 거친 후에 겨우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고합니다.

외국의 창의적인 프로그램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청자가 주는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첫 방송 이후에도 1년여 동안 지식채널 e는 더 나은 방송을 위해 계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했는데요. 김진혁 PD님은 이러한 작업을 유기체의 성장과도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끊임없이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제작자의 도전 덕분에 지식채널 e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 아닐까요.

탈계몽의 원칙
 
식채널 e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실 위주의 구성으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스스로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거리두기’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내가 너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으니, 넌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채널 e는 이러한 계몽적 방식을 피하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진혁 PD는 가르치려는 태도를 버려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충분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핵심이 되는 사실이나 인용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수록 시청자들이 보다 더 몰입하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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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과연 소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지식채널 e의 또 한가지 특징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즉 휴머니즘을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휴머니즘을 적재적소에 녹여낸 지식채널 e만의 소통방식은 딱딱한 정보의 나열 속에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그 속에서 감성을 느끼고 감동을 받게 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헬렌켈러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책이 있습니다. 틀에 갇힌 생각, 즉 프레임의 위험을 이야기한 책인데요. 혹시 헬렌켈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아시나요?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상징인 헬렌켈러. 우리는 흔히 위인전에 나오는 이야기 속의 그녀만 알고 있는데요. 장애를 극복한 이후 헬렌켈러의 삶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냉전 시대에 사회주의자 및 사회활동가로 일생을 보낸 그녀의 이력 때문에 특정 세력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있어서도 이러한 프레임의 논리가 똑같이 작용합니다. Tax cut 이나 Tax reductio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대신 Tax relief 란 단어를 씀으로써 미국민들이 자연스럽게 감세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앞서 누군가에 의해 주입된 프레임은 없었는지 주의하고,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의심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식채널 e가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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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혁 PD는 그 흔한 PPT 자료 한 장 없이 오직 육성으로만 SDS 9기 수강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살아있는 지식채널 e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요. 수강생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어조로 강연을 이끌어나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과제를 남긴 강연이었습니다. 다시 봐야 할 지식채널 e 에피소드도 많고,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아졌습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필기를 하는 수강생들을 볼 수 있었던 강연이기도 했습니다.

김진혁 PD가 이 날 강연을 통해 강조한  탈계몽, 휴머니즘, 프레임에 대한 경계. 세상을 바꾸려는 소셜 디자이너로서 항상 유념해야할 세 가지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글_ 사회혁신센터 김온누리 인턴ㆍ유미혜 위촉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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