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배움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크로아티아와 지역소멸

국내 전국 시군구 10 곳 중 4곳은 소멸위험지역으로 갈수록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더 나은 생활환경을 찾아 본인이 나고 자란 곳을 뒤로 하고 수도권으로 향하기 마련입니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책으로 지역 청년을 위한 새롭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시점입니다.
아시아보다 일찍 지방소멸 위기를 경험한 유럽에서는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는 어떻게 담고 있을까요. 청년의 성장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크로아티아의 사례를 차례로 전합니다.

크로아티아는 1945년부터 1990년까지 눈에 띄는 인구감소를 겪었습니다. 인구 전체의 40%에 달하는 주민이 도시산업중심지로 떠났고, 독일 등 인근 서유럽 지역으로 이민을 떠나는 추세는 크로아티아의 인구감소를 더욱 가속화했습니다.

1990년 유고슬라비아의 분열과 1991년~1995년 크로아티아의 독립전쟁은 장기 이주 등 인구통계학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코소보에서 강제로 이주된 크로아티아인을 인구감소지역에 정착시킴으로써 인구통계학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았습니다.

크로아티아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출생아 수는 36,945명, 평균 수명은 43.4세에 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내 크로아티아의 몇몇 지역은 20%이상 거주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크로아티아는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카를로바츠(Karlovac)와 시사크(Sisak)의 사례를 전합니다.

📌① 카를로바츠: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이후 떠나는 사람들

카를로바츠는 크로아티아 중심부에 위치한 행정 중심지입니다. 지리적으로 중요한 중심 지 역할을 하고, 철도 허브를 갖춘 도시입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간 35%의 인구가 감소해 현재 약 50,000명이 거주하고있습니다. 1991년에 발발한 크로아티아 독립 전쟁은 취업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산업의 본거지였지만, 전쟁으로 인해 공장 폐쇄와 높은 미취업률로 이어졌습니다.

CGE ERFURT에 따르면 카를로바츠의 높은 미취업률에서는 세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젊은 청년의 높은 미취업률 ▲높은 NEET률(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정규 교육 및 직업 훈련을 받지 않는 청년) ▲기회의 부족 등입니다. 청년이 카를로바츠에서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게 주요한 문제점이었습니다. 이를 발견한 지역의 중간지원조직은 청년의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했습니다.

🔎 청년을 위한 일자리클럽(Job Club for Youth):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카르페디엠(Carpe Diem Association)기관이 주최하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클럽’ 프로젝트는 청년층의 높은 미취업률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초창기에 ‘Job Club for Youth – Karlovac(2015년-2017년)’으로 시행됐고,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습니다. 이어 ‘Job Club for Youth – Karlovac County’라는 프로젝트를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6개 지역을 추가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했습니다.

▲ 출처: 카르페디엠 기관 홈페이지

‘청년을 위한 일자리클럽’ 프로젝트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고용을 지원하고 경제적, 사회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한 주요 재정 수단인 유럽 사회 기금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 연합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취업 청년의 수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초기 목표는 18~29세 청년이 적극적으로 구직에 나서고,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등 취업 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약 3주간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 법, 구직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인터뷰 요령 등을 학습할 수 있습니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클럽’ 프로젝트는 지역의 청년 구직자와 고용주 간 비공식 온라인 네트워킹 공간을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청년을 위한 일자리클럽 프로젝트 매니저인 브라니미라 페닉(Branimira Penić) 에 따르면 140명의 청년 참가자 중 절반 가까이 프로젝트가 끝난 후 1년 내로 구직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성공 뒤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입니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초기 프로젝트는 청년층의 고용 시장 통합을 촉진하고 높은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도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많은 청년이 독일로 이주했고, 카를로바츠와 주변 지역에 머물던 청년 대부분 니트족(NEETs)이었기에 프로젝트의 소구력이 낮았습니다. 크로아티아의 고용 서비스에 등록되지 않은 미취업자를 찾아 훈련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참가자 간의 차이로 인해 훈련 진행이 더뎠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어려운 지점을 파악하며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이 직접 발견한 특정한 니즈를 반영한다거나,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커리어 플랜을 세우는 등 청년 당사자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프로젝트가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청년 140명 중 단 4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카를로바츠에 살고있습니다. 청년들은 인터뷰를 통해 지역에서의 삶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고, 지역을 떠나지 않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사크: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향하는 청년들

시사크는 크로아티아 중앙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크롤라바츠와 마찬가지로 시사크 또한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이후 오랜 시간 인구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는 탈(脫) 도시화 현상이 두드러졌고, 공장 폐쇄로 실업률이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시사크를 떠났고, 대부분 학업을 위해 수도이자 관광도시인 자그레브(Zagreb) 혹은 대도시로 향했습니다. 

산업의 붕괴와 인구감소는 시사크 청년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청년 공간이나 스포츠시설 등 청년을 위한 콘텐츠, 공간 프로그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사크의 시민사회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있을까요.  

🔎 청소년클럽(SKWHAT): 형식적 배움이 아닌 다양한 활동으로 

청소년클럽 SKWHAT(이하 SKWHAT)은 청소년 기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사크청소년회(the Coordination of Sisak Youth Association, 이하 KUMS)는 SKWHAT의 공동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클럽(SKWHAT)은 시사크청소년회(KUMS)에게 청소년클럽을 관리하고, 자원봉사자와 참여자를 교육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 조직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청소년클럽(SKWHAT)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청년이 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화하기
청년의 여가 시간을 조성하고, 격려하고, 창의력 개발을 활성화하고, 참여를 촉진하기 
예술을 널리 알리기
봉사활동을 개발하고 널리 알리기 
형식에서 벗어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출처: http://www.udruga-slijepih.hr/2019/09/30/buvljak-u-klubu-mladih-skwhat/

청소년클럽(SKWHAT) 초기에는 청년 활동가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활동가들은 청년 활동이 무엇인지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에 개념을 배우고, 다른 나라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학습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청년활동을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의 대안책’으로서 공간을 제공하고,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으로 정의 내렸습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플랫폼’이 아닌, 청년에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청소년클럽(SKWHAT)은 형식적 배움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청년 스스로 지식을 얻고, 책임감을 갖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청소년클럽(SKWHAT)의성과는 청년이 대안문화와 형식적이지 않은 프로그램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지역사회에 가시화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청소년 및 청년 정책의 발전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 청년 활동을 통해 도시공간을 활성화하고, 청년 간 활동을 꾸리고, 경험하고, 지식을 나누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지금까지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 총 네 편에 걸쳐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해외의 청년 활동 지원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당장 지자체, 지역주민, 그리고 청년의 노력이 지역소멸을 해소하는 즉각적인 대응책이 아닐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앞에 놓인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문제는 다양한 주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수록 지역과 주민이 함께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자료 출처
Strengthening Youth Work in Shrinking Cities, 2020, CGE ERFURT
각 사례별 단체 홈페이지

– 글: 정보라 미디어팀 연구원 bbottang@makehop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