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심비우스, 생존을 위한 공생

편집자 주 희망제작소 부설 농촌희망본부(소장 김완배)가 주최하고 한국농촌공사에서 후원하는 ‘비농업인이 바라본 한국 농업농촌의 미래’ 강좌의 11월 강연자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의 최재천 교수를 초청하였습니다. 최 교수는 식량위기, 생태위기 속에서 인류가 지속가능하려면 서로 공생해야 한다는 ‘호모 심비우스(symbious)’개념을 제창했습니다.

[##_1C|1081214303.jpg|width=”390″ height=”258″ alt=”?”|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희망제작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 한소영 인턴)_##]

“제가 제일 오래 연구한 것이 개미입니다. 지구에서 농사를 지을 줄 아는 동물이 딱 둘 있는데 그것이 개미와 우리입니다. 개미 중에서도 농사를 잘 짓는 개미가 있는데 바로 잎꾼개미입니다. 중남미 열대에 가면 나뭇잎을 잘라 버섯을 기르는 개미가 있는데 그들이 길러 먹는 이 버섯의 DNA를 추적해보면 6천만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사에 관한 한 우리의 대선배인 셈이지요.”

지난 11월 27일(목) 오후 2시, 희망제작소 2층 희망모울에서는 ‘생태 생물학자가 바라보는 농업 그리고 농업인’이란 제목의 강연이 열렸다. 강연자로는 동물학을 전공하고 개미에 대한 연구와 저서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초청되었다. 최재천 교수는 농업활동이 인간 진화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_1C|1377024178.jpg|width=”412″ height=”272″ alt=”?”|개미의 낙농업, 개미가 깍지벌레를 넓은 잎사귀 위에 풀어놓는 사진._##]

잎꾼 개미 이야기를 통해 그는 청중들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직접 찍은 개미 사진으로 그들의 일하는 모습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그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들은 컨베이어 스타일의 분업으로 일을 합니다. 이파리를 물어오는 부서가 있고, 전달받아 잘게 써서 펴는 부서, 그 위에 버섯을 기르는 부서, 나중에 수확해서 저장하는 부서가 있습니다. 이들 개미는 각각의 부서에서 일사불란하게 일을 처리합니다. 자동차 조립공장의 분업 형태와 비슷하게 말입니다. 효율만으로 보면 기가 막힌 것이지요. 하지만 한 부서를 없애는 실험을 해서 얻은 결과는 지나친 세분화, 전문화는 잘못하면 위기대처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최 교수는 앞으로 미래의 시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할 것인데 이러한 변화속도에 맞춰 기업이 지나치게 거대하고 경직된 구조를 가지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고 융통성 있는 구조라야 따라갑니다. 잎꾼 개미와 같이 지나치게 경직된 구조를 가진 개미는 전체 개미의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위기에 대처하지 못해 그만큼밖에 살아남지 못한 것이지요.”

최 교수는 이어 개미와 진딧물, 개미와 깍지벌레 등 곤충들의 공생관계에 대한 예를 들면서 그가 느끼는 FTA 문제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서울에 와서 농성해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FTA가 피할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계에서 다른 동식물과 손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떻게든 친구를 만들어 돕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공정한 게임은 아니어도 이것마저 거부하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우리 인간도 다른 동식물들과 공생하고 있습니다. 방귀를 뀌면서 메탄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소는 인간과 공생했기 때문에 수적으로 이만큼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만 년 전 들판에서 말없이 피고 지던 잡초들 중 벼, 옥수수 밀과 같은 것들은 우리가 농사를 지어줬기 때문에 지금 현재 지구 표면을 가장 많이 덮으며 지구 최대의 지주가 된 것입니다.”

[##_1C|1038053741.jpg|width=”390″ height=”258″ alt=”?”|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와 김완배 농촌희망본부 소장 (사진: 한소영)_##]

그는 또한 생태학자로서 동료들과 오랫동안 자원문제를 연구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자원의 문제가 심각해질 것인데 그가 꼽는 세 가지 위기자원은 바로 식량(Food), 에너지(Energy), 그리고 물(Water)이었다. 앞글자만 따서 순서대로 놓고 보면 ‘FEW’, 즉 ‘거의 없음’이 되는데 그는 위와 같은 제목으로 책을 집필해 자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특히 식량 위기를 언급하며 우리나라와 같이 농산물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로컬 푸드 운동이나 콜럼비아 대학 교수가 제안한 ‘도시 고층건물에서 농사짓기’ 등의 예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에너지산업과 환경산업이 향후 20,30년간 세계시장을 인도할 산업이 될 것이며 이에 맞춰 우리도 저탄소 녹색성장, 선 대응 복지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인간복지, 생태복지에 있어 한창 뒤쳐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생태적 전환을 이루어야 할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 스스로 호모 사피엔스 즉, 현명한 인간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우리가 진정 현명하고 슬기로웠다면 환경을 망가뜨려 스스로 목을 죄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호모 심비우스(symbious)라는 개념을 내세웁니다. 공생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우리 미래도 밝지 않다는 것이지요.”

■ 강연 녹취록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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